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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의 운동話공장] 슈틸리케와 김광현, 스포츠마케팅 완성은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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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의 운동話공장] 슈틸리케와 김광현, 스포츠마케팅 완성은 현장이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8.04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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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선수, 스포츠마케팅 이해 수반되면 시너지 극대화... 100+1=200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 “슈틸리케는 정말 갓틸리케야.”

사석에서 만난 한 축구 관계자의 말입니다. 그는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치켜세우며 “이런 양반이 또 있을까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겪은 참사를 재빨리 수습한 슈틸리케 감독은 안 그래도 누리꾼들로부터 ‘갓틸리케(god+슈틸리케)’라 불립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 슈틸리케 감독은 스포츠산업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 광고 문의가 들어오면 그 기업이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스폰서인지를 먼저 확인한다. [사진=스포츠Q(큐) DB]

“슈틸리케 감독은 스폰서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제대로 인지하고 있어요. 한국 축구가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기반을 다지는데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 지를 아는 분입니다. 이전 일부 한국인 지도자는 ‘현장은 터치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깊었거든요. 그래서 마케팅, 홍보 이벤트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슈틸리케는 완전히 다르죠.”

그는 “슈틸리케 감독이 타이틀 스폰서 임원들과 골프를 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이렇게 되면 재계약이 수월해진다. 마케팅 하는 사람들로선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라고 말했습니다. 스포츠마케터와 협회의 임원이 아무리 노력해도 수백억 원이 오고가는 계약에는 결정적인 한방이 필요합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열린 자세는 한국 축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을 모델로 기용하고 싶다는 광고주들이 있는데 성사가 안 된다는 겁니다. 그는 “슈틸리케는 자신과 계약하려는 기업이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스폰서가 맞냐고 묻는 분”이라며 “그것이 아니라면 하지 않겠다고 거절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스폰서에 대한 극진한 예우. 슈틸리케 감독은 스포츠산업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 정유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역투하고 있는 김광현. 구단이 마련한 캠페인의 취지를 완벽히 이해한 그는 "실종아동이 하루빨리 부모님 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 “오늘 SK가 특별하게 실종아동 이름을 걸고 경기를 했는데요. 정유리 씨가 안산 출신이라는 걸 알아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저도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빨리 부모님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지난 6월 24일. LG 트윈스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김광현은 플래시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홈경기에서 이름이 없는 유니폼을 입는 SK 와이번스인데요. 이날은 김광현이 정유리, 정의윤이 최솔, 최정이 모영광을 등에 새기고 나와 시선을 끌었습니다. 인천지방경찰청,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협업해 실종아동을 찾는 캠페인을 벌인 겁니다.

안산 출신인 김광현은 “제가 완투를 하는 바람에 중간 투수들이 나오지 못했다”며 이동훈이라는 이름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3홈런 7타점으로 함께 승리를 일군 포수 이재원도 “최준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뛰었는데 많은 분들께 알려졌으면 한다”며 “꼭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는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SK는 같은 캠페인을 벌였는데요. 7이닝 3실점 역투로 선발승을 거둔 박종훈은 “경기 시작 전 오늘 이름을 달고 있는 이동훈 군의 이름을 좀 더 오래 보여줄 수 있게 잘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오랜만에 제대로 던진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첫 번째 이벤트와 달리 이번에는 코칭스태프도 동참했습니다. 김용희 감독과 김원형 코치가 이동훈, 김성갑 수석코치와 조웅천 코치가 김도연, 박경완 후쿠하라 코치가 김하늘, 박진만 손지환 코치가 서희영, 정경배 김인호 코치가 이명화가 됐습니다. 김용희 감독은 “야구단이 사회에 주는 큰 메시지”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SK 구단 관계자는 “이벤트를 하면 선수단이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 건은 확실히 달랐다. 특별한 교육이 없었는데도 모두가 좋은 일이라 여기고 마케팅 취지에 공감했다”며 “특히 광현이의 경우 자식이 둘인 아빠다 보니 실종아동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남달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2007년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프레임을 선점, 한국 스포츠산업에 획을 그은 SK 와이번스입니다. 매년 구장 인프라를 정비하고 색다른 이벤트를 내놓으면서 스포츠마케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는데요. 현장의 적극적인 도움 덕에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남기게 됐습니다.

▲ KBL 미디어데이는 대개 경직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누군가 도발적인 멘트를 날려도 맞받아치는 이가 없어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진=스포츠Q(큐) DB]

# 포털사이트에 류현진을 치면 자동으로 따라 나오는 키워드가 ‘사인거부’입니다.

닷새에 한 번씩 마운드에 올라 스포츠팬의 오전을 풍요롭게 만들었던 그가 최근엔 비난의 중심에 섰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수 클레이튼 커쇼도 정성스레 사인을 하는데 팬들의 간곡한 외침을 뒤로 하고 도망가버리는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며 여론이 악화됐습니다. 류현진은 최근 MLB다이어리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성난 팬심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KBO리그에선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 메리트(연봉 외 부수입)가 폐지된 데 대한 반발로 구단이 실시하는 마케팅 활동에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프로야구 경기장이라 하기 민망했던 시민구장에서 훌륭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로 안방을 옮겼는데 사인회, 히어로 인터뷰 등 팬서비스 활동이 오히려 줄어든 겁니다.

1년 내내 농구 이야기만 하는 한 지인은 KBL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를 보더니 “실망스럽다. 저렇게 재미가 없을 수 있나”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만 한다”며 “NBA처럼 스토리를 만들어내자는 공감대가 전혀 없는 것 같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같이 도발, 심리전을 펼치는 지도자가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인 왕중추 중국 칭화대 명예교수는 저서 '디테일의 힘'에서 ‘100-1=0, 100+1=200’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단 하나의 실수로 모든 게 무너질 수도 있고, 하나의 감동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프로스포츠에서 1은 선수이자 감독입니다. 프런트와 미디어의 노력만으로 스포츠산업이 풍성해지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스포츠마케팅의 완성은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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