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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력이 곧 정신력? 다양성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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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력이 곧 정신력? 다양성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4.09.23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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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아시안 게임이 2014년 9월19일부터 인천에서 시작되었다.

각 방송사는 중계방송을 시작했고, 또 그날의 영웅에게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스포츠에서는 체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운동에서 신체적인 힘이나 기능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가 인정할 것이다. 그래서 스포츠 해설은 신체의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그 교묘함 등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정신력'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 '정신력'만 있으면 된다? '상상력'이야말로 인간의 정신 그 자체

◆ 한국 이라진이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사브르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  누구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인내력은 물론 상상력, 창의력 등 다양한 정신력이 작용해야 한다. [사진=스포츠Q DB]

마치 정신력만 있으면 스포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독이나 선수에게 인터뷰하는 리포터는 어떻게든 정신력에 관해서 묻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정신력을 기르기 위해서 어떤 훈련을 했는가?’라는 질문은 빼놓지 않는다. 괴로운 연습 과정을 견디고 정신력을 단련했기 때문에 결국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방향으로 리포터가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때도 있다.

스포츠에서 참아내는 정신력을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가 인내심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인내와 괴로움이 없으면 안 되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인간의 정신이란 것이 참는 일에만 이용될 정도로 빈약한 것일까?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인간의 정신력은 원래 풍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에서 정신력이라고 한다면, ‘이젠 틀렸구나’하는 순간 새로운 공격 수단을 생각해 낸다든가, 상대에 따라 방법을 바꾼다든가, 하는 경우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단순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에게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상상력이야말로 인간의 정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인내심만이 정신력이라고 생각한다면 상상력이라는 풍부한 정신 기능을 배제한 것이 아닐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정신력의 문제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서도 다루어 질 수 있다. 회사 같은 조직에서 정신력을 강조하는 상사는 부하에게 참는 일만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부하를 단련시킬 때, 그의 사고방식을 풍부하게 한다든가 자유스러운 행동을 익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을 하도록 해서 견디는 것을 배우게 하려 한다.

◆ 지난 19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진행된 '2014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아시안게임기가 입장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인내력=정신력'이라는 도식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그러나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그런 방법이야말로 본래의 의미에 있어서 정신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인간을 몰개성적으로 만드는 일일 것이다. 이런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인데, 그런데도 '인내력은 곧 정신력'이라는 도식이 여간해서 없어지지 않는 것은 어째서일까?

우선, 첫째로 그것은 면죄부로 사용되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정도의 괴로움을 참고 견디어 왔다고 핑계를 삼고 이렇게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스스로 만족과 합리화를 꾀한다. 특히 지도자가 이런 생각을 가진 경우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선수들은 어떻게 되든 안중에 없다.

둘째, 참는 것에만 중점을 둘 경우, 그것은 지도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단련시키는 쪽에 서서 오로지 선수가 참도록 훈련시키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 방법은 집단의 통솔을 용이하게 해서 단결은 잘 될지 모르지만, 선수의 개성을 망가뜨려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거나 독창적인 타개책을 내는 일에는 뒤떨어지게 한다.

 70~90년대 '정신력 훈련'의 성과가 주는 의미 

우리 야구계에서도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이런 유형의 지도자가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많이 개선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런 유형의 지도자가 있다. 80년대 프로야구단에서 정신력을 기른다고 해병대에 위탁교육, 산악훈련, 영하 15도 얼음물 속에 들어가기 등 여러 가지 웃지 못 할 일들이 있었다. 이런 것을 통하여 정신력이 길러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훈련을 한 팀이 과연 정신력이 길러져 우승을 하였을까? '아니오'이다.

'견뎌내는 정신력'이라는 한 가지 방법만으로 획일화시키면 개성이 없는 무미건조한 선수로 길들여져 자칫 창의성 없는 수동적인 팀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지난날 '정신력 훈련'의 강도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다.

이렇듯 단순히 스포츠뿐 아니라 인간의 생활 방식에서, 우리는 이제 참아내는 정신력이라는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리더들이 먼저 새롭고 다양한 정신력을 기를 필요가 있을 것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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