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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19) 아직은 '좀 덜' 배우 박민규, "'좀 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뼛속 깊숙이"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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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19) 아직은 '좀 덜' 배우 박민규, "'좀 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뼛속 깊숙이" (인터뷰Q)
  • 김윤정 기자
  • 승인 2016.08.11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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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배우 박민규에게는 아직 풋풋한 냄새가 난다. 박민규는 지난 2009년 단편영화 ‘오늘은 내가 요리사’를 시작으로 ‘김의석을 찾아라’(2010), ‘개미지옥’(2012), 연극 ‘하숙집’(2013), ‘옥탑방 고양이’(2014), ‘70분간의 연애’(2015), ‘30만원의 기적’(2015), ‘연애의 목적’(2015), ‘렛미인’(2016), 뮤지컬 ‘아찔한 연애’(2015)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과정을 찬찬히 밟아나가고 있다.

[스포츠Q(큐) 글 김윤정 · 사진 이상민 기자] 지난 1월 막을 올린 연극 ‘렛미인’은 ‘충무로의 괴물신인’이라 불리는 박소담의 캐스팅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렛미인’이 화려한 무대장치와 배우들의 무브먼트 등으로 눈길을 끌었던 것만큼이나, 남자주인공 오스카를 괴롭히며 ‘상욕’을 서슴지 않았던 강렬한 인상의 ‘조연’이 있었다. 극중 조니 역을 맡았던 배우 박민규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알베르 카페에서 만났다.

▲ 배우 박민규

◆ “박소담과 함께한 연극 ‘렛미인’, 박수 나온 장면에서 ‘싸가지 없게 잘했구나’ 생각”

지난 2013년 ‘하숙집’을 통해 상업연극에 처음 도전했던 박민규가 지금껏 섰던 가장 큰 무대라면 역시나 ‘렛미인’이다. ‘렛미인’에서 박민규는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욕설과 폭력을 서슴지 않으며, 남자주인공 오스카를 괴롭히는 캐릭터로 활약했다. 과거 영화를 통해 ‘깡패’ 역할을 이미 경험해 본 박민규였지만, ‘렛미인’에서의 거친 캐릭터는 그에게도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처음엔 ‘갈구는 게’ 잘 안되니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다가 캐릭터가 완성됐죠. 장면 중에 주인공에게 맞고 쓰러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박수가 한 번 나온 적이 있어요. ‘싸가지 없게 잘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하.”

‘렛미인’은 주역들을 제외한 배우들이 모두 원캐스팅이었다. 또한 무대에 오르기 전 매일 다 같이 몸을 푸는 운동시간 때문에 또래의 배우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아직도 ‘렛미인’의 배우들과 ‘단톡방’으로 연락을 이어간다는 박민규는 주연으로 활약한 박소담에 대한 질문에 “대단해요”라고 대답했다.

“박소담 씨는 착해요. 그리고 대단해요. 공연 끝나고 엠티를 갔는데 술도 먹고 놀다 보니 아침이 됐어요. 그런데 8시에 있는 촬영에 바로 돌입하더라고요. 정말 자기관리가 철저하다고 생각했어요.”

‘조니’는 박민규에게 많은 대사와 비중을 줬던 고마운 캐릭터다. 그러나 큰 무대에 선 만큼 그의 초심을 흔들어 놓은 ‘위험성’도 함께 안겨 줬다.

“제가 거울 보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렛미인’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저도 모르게 풀어졌었나 봐요. 거울 속 제 눈이 흐리멍덩한 거예요. 그동안은 에너지가 있었는데, 거울 앞에 생각 없는 놈이 앉아 있던 거죠. 창피해서 못 보겠더라고요. 그때부터 다시 불씨를 살리기 위해 올라가고 있는 중이에요.”

▲ 배우 박민규

박민규는 ‘풀어졌던’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현재는 로맨틱코미디 뮤지컬 ‘아찔한 연애’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아찔한 연애’에서 박민규는 통통 튀는 애교와 발랄함으로 골드미스만 공략하는 연상녀 킬러 연하남 손중기 역을 맡았다.

“염치없게도(웃음) 22살 연하남을 연기하고 있어요. ‘아찔한 연애’가 여자 한 명이 남자 세 명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코미디인데, 그 남자 세 명 중 한 명인 DJ 연하남이죠. 절 잘 아는 사람들은 작품을 보고 ‘박민규 너다’라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들한테 추천하고 싶어요. 무대에서 ‘어느새 서른’이란 제목의 노래도 부르는데, 30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가 많아요. 와서 한바탕 웃고 가시면 좋겠어요.”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충과 연애담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낸 ‘아찔한 연애’는 오는 9월 11일까지 KBS 수원아트홀에서 진행된다. 박민규는 8월 29일 공연까지만 출연한다.

◆ “배우생활, 가느다란 실 하나 잡고 있는 느낌. 하지만 끊어지지 않을 것” 

박민규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 고등학교 졸업 후였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연기과에 들어간 그는, 졸업 후 군에 입대했다. 전역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 찾아간 입시학원을 거쳐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입학했다. 그의 나이 24살 때 다시 대학교 1학년 신입생이 됐고, 졸업 후엔 대학로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배우들한테 열려있는 곳이 대학로잖아요. 영화 오디션도 보고, 방송 쪽도 응시를 해보고요. ‘한방에 딱! 찍자’는 어려울 것 같고, 조금씩 도약해 나가자는 게 계획이었죠.”

지금도 박민규는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공연을 하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 오전 시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후에는 공연을 하러 수원으로 향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게을러지지 않기 위한 박민규 나름의 방법이다.

“박진영 씨가 한 방송에 나와서 ‘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한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원래 성격이 부지런하지 못하고 게을러서 아르바이트로 ‘강제성’을 두는 거죠. 아르바이트는 종류를 따지지 않고 오전에 해서 점심때 끝낼 수 있는 걸로 해요. 그래도 체력이 좋은 건지 ‘힘들다’, ‘못 살겠다’ 이런 적이 없어요. 그냥 몸이 두 개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죠.(웃음)”

▲ 배우 박민규

박민규와의 인터뷰를 잡을 때도 도통 시간이 나지 않는 그의 스케줄로 인해 그야말로 ‘짬’을 냈다. ‘푹’ 쉬는 날 하루 없이 부지런하게 사는 그는, 자신을 위한 취미들로도 남는 시간을 의미 있게 ‘꽉꽉’ 채운다.

“책 보는 걸 좋아해요. 아니면 혼자 영화도 보고요. 중국어나 영어, 한문, 한국사에도 관심이 있어요. 한문 속에 철학이 있더라고요. 모든 공부가 배우인 저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제가 악필이기도 한데, 그래서 캘리그라피를 독학해 보기도 했어요.”

연애할 시간도 없어 보이던 그는 현재 실제로 ‘연애 휴식 중’이다. 지난해 여자친구와 헤어진 박민규는, 배우로서의 성장을 위해 ‘연애’보다는 ‘일’에 더 집중하고 있다.

“끝까지 배우할 거니까요. 그래서 당장의 연애보다는 좀 더 멀리 봐야하지 않나 싶어요.”

그러나 30대에 들어선 그에게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면서 ‘내 길을 맞게 가고 있나’란 생각이 들어요. 위기는 매순간, 매일 오는 것 같아요. 매순간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끼죠. 가느다란 실 하나 잡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그 실이 탄탄해서 끊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계속 연기를 할 거니까요.”

박민규는 연기를 통해 갈증과 슬럼프, 위기도 느끼지만, 보람과 기쁨, 행복 또한 연기에서 찾는다. 또한 그는 배우답게 보람되는 순간으로 ‘공연할 때’를 꼽으며, 과거 공연 중 있었던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한번은 공연하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오신 분이 계신 거예요. 그리고 공연 중에 계속 옆 사람과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시각장애인이시더라고요. 그런데 제 공연을 눈물을 흘리시면서 너무 슬프게 보시는 거예요. 그분에게는 공연이 머릿속에서만 그려질 텐데, 그게 참 기억에 남아요. 관객이 많든 적든 나로 하여금 혹은 공연하는 배우들로 하여금, 관객들이 웃고 가거나 즐기는 모습을 보면 보람된 것 같아요.”

▲ 배우 박민규

◆ “아직은 ‘좀 덜’ 배우. ‘좀 더’ 배우 되고 싶어

박민규는 ‘뮤지컬’부터 ‘2인극’, ‘무언극’ 등 다양한 형태의 극들에 흥미를 갖고 있다. 노래와 춤을 좋아해 ‘뮤지컬’에도 관심이 있고, 특히 대사가 아닌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무언극’의 경우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측면에서 더욱 눈독을 들이고 있다.

‘렛미인’에서도 ‘무브먼트’를 통해 ‘몸짓’ 연기를 선보였던 박민규는 ‘몸’으로 하는 것엔 특기가 많다. 4년 동안이나 배운 무에타이와 수영이 그에게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며, 마지막은 이와 연장선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음주가무’다.

“순발력과 눈치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처음 뭘 시작할 때 눈치 있게 요령을 금방 터득해서 다른 사람들보단 빨리 배우는 것 같아요. 눈치가 있으니 분위기도 잘 돋우는 것 같고요.(웃음) 주량은 공식적으론 한 병인데, 분위기가 좋거나 예쁜 여자가 있으면 더 먹을 수도 있고요. 하하.”

이런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 건 그의 활발한 성격에서도 비롯된다. 박민규는 장난스러우면서도 거칠고, 거칠면서도 유쾌한 면을 가졌다. 박민규 본인 또한 이런 연기에 제일 자신 있다고 전한다.

“주로 해왔던 역할들이 멀티맨이나 까불거리는 캐릭터였어요. 임팩트 있게 ‘치고 빠지는’ 감초 역할 같은 걸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 캐릭터나 류승범 배우가 하는 색깔 있는 연기 같은 거요.”

무대 위 넘치는 에너지가 박민규만의 장점이지만, 최근엔 조금 달라지려 노력한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다. 캐릭터의 다양화를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배우생활을 이어오다 보니 자연히 조금씩 달라지는 것들도 생겼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돌도 씹어 먹을 기세였는데, 연기에 대한 정보들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피곤해지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정보력을 갖고 있는 게 나아갈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겁이 나게 만들어요. 그래도 연기적인 측면에선 훨씬 여유가 생겼어요. 지금은 순발력도 생기고, 아무래도 무대 위에서 많이 유연해졌죠. 만약 지금 과거 작품을 시킨다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땐 아무것도 몰라서 너무 자극적이지 않았나 싶어요. 더 담백하게. 진짜 잘 할 수 있는데.”

▲ 배우 박민규

박민규는 아직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 중이다. 소속을 거부하는 건 아니지만,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겠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어딘가에 의탁해서 그것만 믿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스스로 알아보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야금야금’ 배우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러나 여느 배우들이 그렇듯, 박민규 또한 매체와 스타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은 아니다. 단지 ‘집착’하지 않을 뿐, 박민규는 차분히 연기생활을 이어가며 스타가 될 날을 꿈꾼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배우들이 다 스타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선 당연히 스타가 되고 싶지만, 끝까지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 마음이 더 커요. 당연히 배우니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만의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는 배우요. 그래야 대중이 기억을 할 테니까요. 생긴 게 좀 비루하니까(웃음) 보다 보면 ‘매력 있네?’라고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얼굴 안고치고 있는 거예요. 하하.”

박민규는 근래 꿈을 잃을까 겁난다고 전했다. 꿈을 잃지 않고 돈 걱정 없이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바람이라는 박민규의 말대로, 이는 거의 대부분의 배우들이 갖는 현실적 소망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금씩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박민규는 부지런히 ‘도약 중’인 배우다운 목표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반발자국이라도 가자’, ‘하다못해 퇴보는 하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어요. 아직은 ‘좀 덜’ 배우인 것 같아요. ‘좀 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뼛속 깊숙이.”

▲ 배우 박민규

[취재후기] 박민규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 그에게 오디션 합격전화가 걸려왔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날 전주 주말에 오디션을 봤다던 박민규는 하고 싶었던 작품을 하게 됐다며 연신 밝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배우로서의 성실함이 느껴졌다. 오로지 무대에 오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꿈’과 ‘생계’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그의 하루를 전해 들으며, ‘좀 더’ 배우로 성장해 있을 박민규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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