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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 싶다] '육룡이 나르샤' 촬영지 고창 청보리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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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 싶다] '육룡이 나르샤' 촬영지 고창 청보리밭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6.08.1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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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코스모스 메밀 '꽃들의 항연'...다이어트에 좋은 보리차와 메밀국수도 있어

[스포츠Q 글 사진 이두영 편집위원] 드라마 영화 CF 촬영 명소인 전북 고창군 학원농장은 요즘 가을 색 잔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곳은 계절적으로 겨울을 제외하면 요즘이 가장 황량합니다. 드넓은 황토밭의 대부분이 맨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된 작물은 청보리와 메밀입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던’ 청보리밭은 6월 보리 수확 이후 9월 메밀꽃이 필 때까지 텅 비어 있습니다. 따라서 순백의 메밀꽃 향기에 취하려면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실망은 금물. 손님을 귀히 여기는 농장주는 경관 공백기가 생기지 않도록 한쪽 밭에 코스모스·해바라기 등을 심었습니다.   그 두 식물은 단지 돈벌이용으로 재배되는 건 아닙니다. 학원농장 주인은 방문객에게 1년내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해마다 해바라기, 코스모스 따위를 수입과는 상관없이 심고 있습니다.

▲ 고창 학원농장 해바라기밭(8월 10일)

 

지금 농장 가로수길 옆 밭에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만개해 있습니다. 코스모스는 빨강, 주황, 심홍, 하양 등 색이 다채롭군요. 해바라기는 얼굴이 참 큽니다.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채 바람에 흔들리는 해바라기 꽃을 보면 마음씨 좋은 키다리 아저씨가 연상됩니다. 한편 속살을 드러낸 광활한 황토밭은 다음 달이 되어야 메밀꽃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메밀꽃 향연은 10월 초반까지 이어집니다.

 

▲ 해바라기꽃
▲ 해바라기꽃처럼 환하게 웃어요. 찰칵!
▲ 날은 아직 폭염인데 코스모스가 만발해 확실히 계절이 미쳤군요.
▲ 코스모스밭에서 영화 한번 찍어볼까요? 밭 가장자리의 활엽수들은 포플러가 아니라 튤립나무랍니다.

 

# 멋진 풍경은 국무총리 아들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실

그럼 학원농장이 어떻게 이토록 경관이 수려한 전원명소로 인기를 얻게 됐을까요? 대개 전국 각지의 식물원, 대규모 농원의 화려한 모습 뒤에는 가꾼 이의 고난이 숨어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의 한국자생식물원(휴관 중)과 허브나라, 충남 아산의 세계꽃식물원,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 전남 광양 청매실농원 등은 운영자의 피눈물 나는 노력 끝에 완성됐습니다.

1960년대 썰렁한 야산 자리에 탄생한 고창 학원농장도 마찬가지입니다. 2005년 폭설로 화훼시설 전체가 붕괴되는 처절한 아픔을 겪는 등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 경관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멋진 관광농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고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아들 영호 씨는 공직자생활을 하다가 1992년 귀농해, 일손을 덜 목적으로 구릉에 보리를 심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경치가 경탄을 자아낼 정도로 예뻤습니다. 자연스레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졌고 진 원장은 농원 운영 방향을 경관농업으로 돌렸습니다. 지금은 유명해진 봄철의 청보리밭 축제, 가을의 메밀꽃잔치는 그런 과정 끝에 만들어졌습니다. 진 원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영농의 새 지평을 열어, 2013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습니다.

 

▲ 9월 중순 청보리밭은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대단위 메밀밭으로 변합니다.

▲ 메밀이 심어진 8월 중순의 청보리밭.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백일홍은 다른 밭에 있습니다.

 

# 드라마, 영화, CF 촬영의 메카로 인기 폭발

전원적·토속적 정취가 가득한 청보리밭은 수많은 영상작품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2005년 MBC 드라마 ‘신돈’, 2006년 KBS TV문학관 ‘메밀꽃 필 무렵’을 필두로 1천만 관객의 심금을 울린 영화 ‘웰컴투 동막골’, 하얀 메밀밭이 인상적으로 투영된 영화 ‘식객’ 등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인기를 끈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도 이곳 메밀밭에서 찍었습니다. 이제 학원농장은 대한민국의 경관농업을 대표하는 장소로 우뚝 섰습니다.

TV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작품의 무대가 돼 더 유명해졌습니다. 아마추어 사진애호가들의 출사지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 학원농장에서 촬영된 '육룡이 나르샤'
▲ 육룡이 나르샤
▲ 육룡이 나르샤

 

▲ 해바라기밭의 오두막. 무척 정겹지요?
▲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을 닮은 멋진 오솔길이 해바라기밭 옆에 나 있습니다. 멋지게 폼 한번 잡아봐요.
▲ 활짝 핀 배롱나무와 황소 모형이 전원의 낭만을 물씬 풍깁니다.
▲  영화 '웰컴투 동막골' 일부가 촬영됐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청보리밭에 서 있습니다. 사진은 봄날에 찍은 것입니다.
▲ 고 진의종 국무총리의 아들이며 학원농장 운영주인 진영호 원장은 경관농업 진흥에 앞장서서 정부의 훈장을 받았습니다.
▲ 매점과 식당. 바로 옆에 주차장이 있어요.
▲ 수십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학원농장에서 찍었다네요.

 

 # 사라지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해바라기 밭?

그러나 소피아 로렌의 명화 ‘해바라기’를 떠올리는 너른 해바라기 밭을 해마다 볼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12일 진영호 원장은 “해바라기꽃이 지면 씨를 채취하지 않고 밭을 그대로 갈아엎고 있다”라며 “해바라기,백일홍, 코스모스는 방문객 감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매년 심고 있지만 채산성이 낮아 현재의 재배 행태를 지속할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밭 갈고 종자와 비료를 사서 뿌리는 등의 작업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데 비해 그 비용을 보전해 줄 매점제품 판매 액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매점에는 보리미숫가루, 보리차, 메밀국수,메밀부침가루 등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농산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천 원짜리 제품도 구매하지 않는 방문객이 대다수입니다.

입장료와 주차료도 받지 않는 고마운 힐링 명소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면 3천500원짜리 보리차라도 사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진 원장도 제품의 다양화가 미약하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수익성 없이 노동력만 강요되는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식재는 접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어쨌든 관광객 입장으로서는 지금의 멋진 풍광이 해마다 유지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럼 고창 학원농장의 구경거리는 뭐가 있을까요? 우선 주차장(무료)에 차를 두고 전망대에 오르면 광활한 구릉 위의 황토밭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어 키 큰 활엽수들이 무성하게 서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그 안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빽빽이 들어차 있습니다. 인증샷 내지 기념사진 찍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지요.

해바라기밭 가장자리에 일렬로 도열한 아름드리 활엽수들은 튤립나무입니다. 서양 풍경화의 일부처럼 이국적입니다. 그 오솔길을 걸으면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20m가 훌쩍 넘는 튤립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길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혹은 홀로라도 인증샷을 꼭 남기고 싶어 하는 명품길입니다.

 

# 연꽃 군락지도 있어요

▲ 청보리밭 안쪽에는 백련이 군락을 이룬 연못도 있습니다. 미국자리공 열매가 빨갛게 달렸네요..

 

한편 큰 밭에서, 차가 한 대 간신히 통행할 수 있는 농로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면 제법 보기 좋은 연못이 나타납니다.

거기서 군락을 이뤄 새하얗게 꽃을 피운 백련, 덩굴식물에 칭칭 감겨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 나무를 연상케 하는 수목과 그 그림자, 분홍 꽃을 덩어리째 터뜨린 늙다리 배롱나무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뿐 아닙니다. 풀숲을 유심히 보면 앙증맞은 들풀들이 눈인사를 합니다. 화사함의 절정을 보여주는 ‘꽃범의 꼬리’, 열정적 심홍색 열매와 줄기를 드러낸 ‘미국자리공’ 등 야생화 애호가들의 흥을 돋울 만한 꽃들이 더러 있습니다.

▲ 이 길에서 마차 한번 타볼까요?
▲ 이 길에서 마차 한번 타볼까요?

 

# 보리와 메밀은 고혈압 당뇨병 다이어트 및 피부미용에 좋아요

여행을 잘하는 데에는 볼 것, 먹을 것, 잘 곳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중 요즘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음식입니다. 고창 청보리밭의 대표작물인 보리에 대해 알아볼까요? 어마어마합니다. 다음은 정부가 내놓은 영양성분 효능 분석 내용입니다.

보리는 만성질환 예방 및 개선의 첨병입니다. 일단 단백질이 쌀보다 많습니다. 보리밥은 당뇨병 환자들이 즐겨먹는데, 그 이유는 보리 속 주요 식이성분인 베타글루칸이 포도당 흡수를 지연시켜 식사 후의 급격한 혈당상승을 막기 때문입니다. 혈청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도 보리의 역할입니다.

음식물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길게 해줘 포만감을 주므로 비만억제에도 도움이 됩니다. 보리에는 또 면역력 증강, 항암 및 암활성 억제, 항균 및 항바이러스 등의 생리활성작용을 하는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보리는 비타민B군의 공급원입니다. 비타민B1(티아닌)은 체내 탄수화물대사를 촉진해 소화를 돕고 신경·심장·근육 기능을 정상화에 도움을 줍니다. 비타민B2(리보플라빈)는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이 분해돼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계에서 조효소로 작용해 적혈구 형성, 글리코겐 합성, 세포분열과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비타민B6(피리독신)는 발육촉진, 식욕증진, 입안 점막보호, 체내 산화·환원반응에 작용해 체조직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시키는 데 기여합니다.

혈압강하, 콜레스테롤 저하,항암 등에 도움을 주는 폴리페놀도 보리의 귀한 성분입니다. 또 보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셀레늄인데, 쌀에 비해 함량이 두 배나 많습니다. 이 성분은 인체가 활성산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막습니다. 세포노화 및 세포이상을 억제하는 기능도 수행합니다.

▲ 고창 학원농장 식당의 메밀국수.

이제 메밀의 장점에 대해 알아볼까요?  메밀은 인간에게 참 고마운 식물입니다. 보릿고개를 겪던 시절, 메밀은 고구마와 더불어 훌륭한 구황식물로 통했습니다. 거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생육기간이 짧은 까닭에 쌀, 보리 따위의 알곡이 떨어지는 시기에 ‘땜빵’ 용도로 안성맞춤이었답니다.

메밀에 든 라이신, 아르기닌, 류신 등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은 다이어트, 피부미용에 좋습니다. 메밀의 대표 유용 성분인 ‘루틴’은 동맥경화, 고혈압, 녹내장, 당뇨병, 암 등의 예방 및 치유에 도움을 줍니다. 케르세틴 성분도 있군요. 이는 인체 내 활성산소와 세균, 바이러스를 억제하며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린답니다.

특히 똥배가 나왔거나 고혈압, 당뇨병이 걱정되는 사람에게 메밀은 훌륭한 먹거리입니다. 학원농장에는 보리, 메밀 등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매점과 식당이 있습니다. 걷거나 관관용 마차를 타고 벌판을 누빈 다음, 시원한 메밀국수 한 그릇 음미하면 기분이 훨훨 날아갈 것 같을 겁니다.

▲ 9월 중순쯤 고창 선운사 꽃무릇 군락지는 빨간 물감을 뿌린 듯 요염해져요.

자연 속을 걷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건강한 먹거리가 있는 고창 학원농장. 연인과 함께라면 더없이 아름다운 추억의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메밀밭! 꼭 한번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9월 중순이면 고창 선운사의 꽃무릇 군락지도 활활 타오릅니다. 함께 들러보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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