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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25) 이젠 물살 아닌 바람 가르는 패럴림픽 사이클러 전미경, '리우에선 거침없이 힘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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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25) 이젠 물살 아닌 바람 가르는 패럴림픽 사이클러 전미경, '리우에선 거침없이 힘차게'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15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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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패럴림픽에선 수영선수 출전에만 의의…사이클로 바꾼 뒤 세계랭킹 4위 '메달 자신감'

[200자 Tips!] 올림픽만 되면 메달을 따지 못해 고개 숙인 선수들에 대해 "성적보다 참가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메달지상주의를 탓한다. 그러나 팬들이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의미일 뿐 청춘을 바친 선수들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이다. 선수들에게 올림픽 포디엄에 서는 열망은 그 무엇과 비교되지 않는다. 불과 4년 전 런던 패럴림픽에서 출전하는데 의미를 뒀던 전미경(45·전라북도장애인체육회)은 사이클로 전향, 다음달 7일 개막되는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자신을 그려보고 있다. 절실하게.

[이천=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전미경은 사이클로 전향한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일부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수영선수로 소개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사이클 선수로 활약했음에도 매우 짧은 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미경은 장애인이 됐지만 굴하지 않고 수영을 거쳐 사이클 선수가 됐다. 수영을 통해 재활을 했다면 사이클은 자신이 진정한 스포츠인임을 일깨워준 스포츠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지난해 스위스월드컵 도로독주와 개인도로경기에서 정상에 오른 것을 비롯해 지난 5월 열렸던 벨기에 세계선수권에서도 도로독주 금메달과 개인도로경기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단숨에 세계 정상권 선수로 발돋움했다.

국제사이클연맹(UCI) 세계랭킹에서도 전미경은 저스틴 애슈어(남아프리카공화국), 시아라 스턴톤(아일랜드), 카르멘 쾨두드(네덜란드)에 이어 4위에 올라 있다.

그런만큼 전미경의 리우 패럴림픽은 남다르다. 4년 전 런던 대회만 하더라도 수영 선수였던 전미경은 출전 자체에 의미를 뒀지만 지금은 메달을 향해 질주한다. 다음달 14일 도로독주와 15일 개인도로경기에 출전하는 전미경은 목에 메달을 걸고 '자랑스러운 엄마'이자 빛나는 한국인이 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차 있다.

◆ 나를 만들어준 수영, 선수임을 일깨워준 사이클

전미경은 2004년 11월 교통사고로 경추 손상을 입어 사지 마비 진단을 받고 지제장애인 1급이 됐다. 하지만 전미경은 꿋꿋했다. 장애인이 운동하기 어려운 여건을 개선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수가 됐다. 재활로 물살을 갈랐다.2007년 2월 본격적으로 수영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부터 조순영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전미경은 2012년 런던 패럴림픽과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등 세 차례 주요 국제 대회에 출전했다. 메달이라는 성과는 찾아오지 않았지만 출전하는데 무한한 기쁨을 느꼈다.

▲ 전미경(오른쪽)은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사이클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기 위해 이도연과 함께 이천장애인훈련원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미경에게 패럴림픽은 더이상 참가에 의미를 두는 대회가 아니다.

"런던 패럴림픽 때도 여자 50m 배영에 나가 결선에 오르진 못했지만 실망하지 않았어요. 그저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어요. 지금은 종목을 바꿨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수영이었어요. 그저 물살을 헤치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그러다가 지난해 사이클이 운명처럼 찾아왔다.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이클이었기에 망설여졌지만 코끝과 뺨에 스치는 바람의 느낌이 좋았다.

"런던 패럴림픽 끝난 뒤 종목을 바꿔보지 않겠느냐는 얘기는 있었어요.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수영을 쉽게 바꿀 수는 없더라구요. 그런데 지난해 핸드사이클을 처음 탔을 때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후에 남편과 사이클 라이딩을 하며 점점 기량을 쌓았죠."

종목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선 수영과 사이클이라는 종목 자체가 쓰는 근육도 다르고 필요로 하는 기량도 다르다. 수영은 폐활량과 체력을 필요로 하지만, 사이클은 근력이 더욱 중요하다.

전미경을 더욱 힘들게 만든 것은 바로 야외 훈련이었다. 수영은 주로 실내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지만 사이클은 햇볕을 직접 받으면서 페달을 돌려야 한다.

"처음에 야외 훈련을 할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햇볕이었어요. 햇살에 익숙하지 않아 훈련이 더욱 힘들었어요. 그래도 사이클은 수영과 다른 의미를 가진 종목이죠. 지금의 나를 수영이 만들었다면 이젠 정말 선수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해준 것은 바로 사이클이죠."

▲ 전미경은 지난해 수영에서 사이클로 전향한 뒤 스위스 월드컵과 스위스세계선수권 등에서 입상하며 단숨에 세계 강호로 떠올랐다. 전미경은 평지가 많은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도 메달을 벼른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 선수로서 더 큰 꿈을 꾸게해준 사이클, 이젠 메달도 따야죠

전미경은 리우 사전답사를 마쳤다. 다행히도 레이스 코스는 평탄한 평지 위주여서 좋은 성적을 기대케 한다.

"오르막이 많은 코스는 저처럼 초보자에게는 힘들 거든요. 그런 면에서 평지 위주인 것은 플러스 요인이죠.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들과 경쟁함에 있어서 같은 조건이면 평지에서 뛰는 것이 더 낫죠. 바닷바람이 어떻게 부느냐가 관건이긴 한데 이것도 이겨내야죠. 마지막 훈련을 통해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봐요."

바닷바람에 대해서 '살짝' 걱정하고 있는 전미경이긴 하지만 이번 패럴림픽이 은근히 기대되는 듯 하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의 느낌이 좋아 사이클을 시작한만큼 전미경 역시 이를 신경쓰지 않고 즐기겠다는 각오다.

"시차적응도 약간 걱정되긴 하지만 사전답사를 마치고 나서 메달을 따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고 왔어요. 4년 전 런던 대회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출전하는데만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시상대에 올라 환하게 웃고 싶어요."

전미경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선수로서 자신을 발견한 사이클이기에 사이클리스트로서 더욱 롱런하면서도 스포츠와 관련한 분야에도 종사하고 싶다는 것이다. 재활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한 것에서 스포츠의 길에 들어선 전미경은 이제 스포츠인으로서 자신을 발견한다.

▲ 사이클을 통해 자신이 진정한 선수임을 깨달은 전미경은 앞으로 스포츠와 관련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 후배 선수들이 더욱 스포츠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국체대에서 석사과정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사진은 스위스월드컵 당시 우승을 차지하고 환하게 웃는 전미경.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스포츠와 관련한 더 많은 일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수많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상황을 숨기고 싶어서 잘 나오지 않거든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장애인들이 바깥으로 나와 함께 스포츠를 즐기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어요. 스포츠인으로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고 꿈을 꾸기 위해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심리학 석사과정 공부도 하고 있어요. 지금 선수들, 그리고 앞으로 나올 후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고 싶어요."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전미경은 리우 패럴림픽이 다가올수록 긴장되기는커녕 더욱 신이 난단다. 핸드사이클 페달을 힘차게 돌리는 자신을 상상하며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환한 미소를 짓는다.

■ 전미경 프로필
△ 생년월일 = 1971년 4월 22일
△ 학력 =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 스포츠심리전공 석사과정 재학중
△ 주요 경력
-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여자 수영 국가대표
-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여자 수영 국가대표
△ 수상 경력
- 2013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여자 자유형 50m-100m 1위, 여자 배영 50m 1위
- 2014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여자 자유형 50m-100m 1위, 여자 배영 50m 1위
- 2015년 스위스월드컵 도로독주, 개인도로경기 1위
- 2015년 스위스세계선수권대회 도로독주, 개인도로경기 3위
- 2015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도로독주 1위, 개인도로경기 2위
- 2016년 벨기에세계선수권대회 도로독주 1위, 개인도로경기 2위

 

▲ 이천장애인훈련원에서 이도연과 함께 훈련하고 있는 전미경은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바람을 가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한여름을 보내고 있다. 세계 강호로 꼽히는 사이클리스트인 전미경은 한국의 '12(금메달)-12(위)' 목표에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다.

[취재후기] 전미경은 이도연(44·인천광역시)과 함께 경기도 이천장애인훈련원에서 힘든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전미경과 이도연은 리우 패럴림픽 사이클 종목에 출전하는 단 2명의 여자 사이클러다. 나이도 비슷해 훈련 때면 항상 '마실나온 아줌마'처럼 깔깔 웃어댄다. 훈련으로 쌓인 피로도 함박웃음으로 날려버린다. 이도연과 전미경은 이미 세계 사이클계에서도 강호로 꼽히는 사이클리스트들로 이번 패럴림픽 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전미경도 이도연과 함께 12개 이상의 금메달로 12위 이내에 들겠다는 한국 선수단에 힘을 보태겠다며 기록적인 폭염을 이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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