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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55) 잔나비, 트렌드를 파괴하는 '사이키델릭 록' 대형밴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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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55) 잔나비, 트렌드를 파괴하는 '사이키델릭 록' 대형밴드 보인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6.08.14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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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야심 차게 기획 중인 박영웅 기자의 인디레이블탐방 55번째 아티스트는 신인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사이키델릭 성향의 록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 잔나비다.

[스포츠Q(큐) 글 박영웅 · 사진 이상민 기자] 사이키델릭 록은 사전적 의미로는 몽환적 조명 속에서 마치 마약을 하고 연주를 하는 듯한 분위기를 내는 사운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곡들을 뜻한다.

이 장르는 도어즈, 그레이트풀 데드(나이키에서 기념 신발을 발매할 정도로 존경받는 사이키델릭 밴드 중 하나), 지미 헨드릭스 등 전설적 밴드들의 활약에 힘입어 60년대 후반 인기의 절정을 맛봤다. 최근에는 뮤즈나 라디오 헤드 같은 밴드들이 새로운 형태의 사이키델릭 록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을 시작으로 산울림이 '한국형 사이키델릭 록' 음악의 기본색을 완성했다. 우리나라에서 사이키델릭 록음악을 하는 많은 후배 밴드들은 이들의 음악 스타일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고 '한국형 록'이라는 이름 등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잔나비도 이런 한국형 사이키델릭 록음악의 영향을 크게 받은 신인 밴드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이 들려주는 사이키델릭 록은 가장 한국적 색에 충실하면서도 깊이 있고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 잔나비의 음악을 말하다

사이키델릭 록 성향의 사운드를 들려 주고 있는 잔나비. 이들에게 직접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외부에서 나오는 장르에 대한 평가와는 다른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우리 음악을 듣고 사이키델릭 록이라는 평가를 해 주실 때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 음악에는 잔나비 만이 들려줄 수 있는 멜로디 흐름과 사운드, 리프가 있어요. 이것은 산울림 스타일의 사이키델릭 록 스타일과 가깝죠. 산울림은 발라드를 해도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매력적으로 살아 있는 대단한 밴드예요."

"이런 이유로 우리는 1집 정규앨범 제작과정에서 산울림과 김창완 선생님의 음악 스타일을 오마주하기도 했어요. 산울림 특유의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매력을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잔나비 음악의 강점 '대중성'

이처럼 잔나비는 한국형 사이키델릭 록을 통해 그들만의 음악적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적 강점이 무엇인지를 찾아낸 모습이다. 바로 대중성이다. 실제 잔나비가 들려주는 음악들에는 누가 들어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중적 멜로디가 가득 차 있다.

"우리는 내려놓는 것을 잘하는 밴드 같아요. 뭔가를 포기하고 타협한다는 뜻이 아니라 고집을 내려놓을 때와 부릴 때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대중적인 멜로디와 사운드가 우리의 음악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있죠. 이런 부분에서 우리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쟤들은 OST를 많이 해서 말랑말랑한 음악들만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는 절대 이런 말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잔나비는 잔나비의 길을 갈 것입니다." 
 
◆ 잔나비 자신들의 강점을 쓸어 담은 정규 1집 'MONKEY HOTEL'

잔나비는 이 같은 음악적 철학과 방향성을 담은 결과물인 정규 1집 'MONKEY HOTEL'(몽키 호텔 파트1)을 대중들에게 내놨다. 총 10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잔나비 만의 사이키델릭 록'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들은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팝 성향의 모던록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국내 인디신의 최신 흐름에 역행하는 스타일의 앨범을 내놓음으로써 다른 밴드들과 확실히 비교되는 '차별성'을 만들어 냈다.

또한, 이번 앨범은 잔나비 특유의 사이키델릭 록의 진수를 보여주는 타이틀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시작으로 'Wish', '홍콩', 'The Secret Of Hard Rock', 'MONKEY HOTEL' 등의 곡을 통해 이들이 들려주고 싶던 하드록, 블루스, 로큰롤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기도 했다.

중요한 사실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면서도 특유의 사이키델릭한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적 멜로디는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MONKEY HOTEL'은 잔나비의 모든 음악적 역량을 쓸어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앨범 전체 리뷰는 '박영웅의 밴드포커스 29회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MONKEY HOTEL' 공동 리뷰

'MONKEY HOTEL'은 잔나비의 음악적 역량이 모두 들어간 앨범인 만큼 이들이 생각하는 추천곡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멤버들과 앨범 수록곡 한 개 씩을 선정해 공동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컬 겸 리더 최정훈은 타이틀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선곡했다. 이 곡은 한국형 사이키델릭 록 음악에 매우 충실한 곡으로 잔나비가 추구하려는 음악적 색깔이 그대로 드러난 곡이다. 올드한 느낌이 드는 사운드 위에 최정훈의 몽환적 보이스와 감미로운 멜로디를 절묘하게 버무리면서 최근 인디신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수준 높은 한국형 사이키델릭 록이 완성됐다.

"이 곡은 지난해부터 구상했던 노래예요. 팬들의 사연을 받아서 만든 곡이죠. 산울림의 창문 넘어 어렴풋이 생각나겠지를 연상하면서 올드팝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들을수록 느낌이 좋았고 그냥 한 번에 술술 나온 곡이라 바로 타이틀로 정했습니다. 앨범 전체적인 스토리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곡이에요. 팬들께서는 어린 시절 부모님들이 듣던 음악을 회상하듯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잔나비가 얼마나 담백한 음악을 하고 있는지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기타 김도형은 다섯 번째 트랙 'The Secret Of Hard Rock'을 리뷰했다. 'The Secret Of Hard Rock'은 제목 그대로 거친 기타 리프를 기반으로 한 하드록 장르의 곡이다. 하지만 이 곡은 단순한 하드록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잔나비 특유의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가 곡에 진하게 스며들어 있다. 환각적이고 몽환적인 매력이 살아 있는 잔나비만의 하드록이다.

"처음 스쿨밴드를 시작할 때 가장 좋아했던 장르는 메탈이었습니다. 하지만 잔나비를 결성하고 나서는 우리의 색을 찾아가기 시작했죠. 정규앨범인 만큼 우리의 속에 들어 있던 강렬한 록의 느낌을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곡을 쓰게 됐죠. 정말 사운드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팬들께서는 이 곡을 통해 잔나비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건반을 맡은 유영현이 추천한 곡은 네 번째 트랙 'Wish'였다. 'Wish'는 잔나비 특유의 몽환적 사운드의 매력이 살아 있는 어쿠스틱 곡이다. 잔잔한 기타 반주 위에 신비한 느낌을 만들어 내는 키보드 반주가 듣는 이의 귀를 자극한다. 잔나비 만의 발라드 감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곡이다.

"멜로디를 정훈이가 써 놨었어요. 이후 앨범 작업하면서 다른 느낌으로 편곡을 해보자고 제안했죠. 큰 틀의 앨범 작업을 하면서 편곡을 의식의 흐름대로 만들어 봤어요. 우리의 정서가 잘 반영된 것 같아요. 의식의 변화대로 드럼이 나오고 사운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잔나비의 음악적 감각을 느껴주세요."

베이스 장경준은 여섯 번째 트랙 홍콩을 선택했다. 홍콩은 한국적인 느낌이 살아 있는 멜로디가 특징인 곡이다. 마치 우리나라 민요를 떠오르게 하는 가사와 멜로디는 잔나비가 말하는 한국형 록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정훈이가 홍콩에 있을 때 가사를 썼는데 제가 듣고 한 번에 꽂히더라고요. 특히 이 노래 후반부에는 정훈이가 울부짖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이 곡은 꼭 라이브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라이브로 들어보신다면 확실히 여운이 오래갈 곡입니다."

드럼 윤결은 마지막으로 여덟번째 트랙 정글을 리뷰했다. 정글은 잔나비 특유의 해학과 매력이 살아있는 곡이다. 브라스 사운드로 시작되는 이 곡 역시 잔나비 많이 가진 몽환적 매력이 스며들어 있다. 재미있는 가사 내용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곡이다.

"내용이 동물원 원숭이가 동료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내용이 담긴 노래예요. 제가 시골에서 왔는데 그곳에서 새 잡아먹고 활 쏘고 했다고 하면 안 믿더라고요. 그래서 공감이 가는 곡이죠. 드럼 연주가 신나는 곡입니다. 가장 지칠 때 치면서도 집중을 많이 한 곡이죠. 그것을 느껴주세요."

 

◆ OST의 왕자 잔나비

잔나비가 대중들에게 이름을 크게 알리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 OST 때문이다. 이들은 '식샤를 합시다', '구여친 클럽', 두 번째 스무살', '디어 마이 프렌즈'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OST를 소화했고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어떻게 이들은 OST계의 독보적 밴드로 올라서게 된 걸까.

"우리가 '슈퍼스타K'에 출연했을 때 저 혼자만 톱10에 올라가게 됐어요. 잔나비라는 팀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승에는 별 욕심이 없었죠. 이때 드라마 관계자분과 친해졌는데 그분께서 저에게 3일 만에 OST 곡을 하나 써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이후 반응이 좋았고 계속해서 제의가 들어오기 시작했죠. 멤버들은 우리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OST 작업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고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가게 됐어요. 실제로 음악 작업의 노하우가 많이 쌓이게 됐죠. OST를 만들면서 우리의 음악적 방향성도 잡게 됐습니다. 이처럼 OST는 우리에게 경험과 방향성을 준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 수많은 행사를 통해 얻은 공연의 경험

잔나비는 팬들을 홀리는 공연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들의 이런 역량은 정식 데뷔 전부터 이어온 행사가 도움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에 대한 노력을 무척 많이 하는 편입니다. 사실 초반에는 홍대 클럽 공연보다 행사공연을 많이 했어요. 행사 공연의 특징이 불특정 다수의 관객들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는 점이죠. 이것을 해내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이런 노하우가 인디신 공연에서 빛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멤버 각자만의 강력한 매력들도 있는 것 같고요."

 

◆ 잔나비 역사

잔나비는 지난 2012년 결성됐다. FNC 연습생이었던 최정훈은 소속사를 관두고 고교 시절 밴드를 함께 했던 김도형을 다시 만났고 함께 음악을 하기로 했다. 이후 윤영현을 영입했고 최근에는 고교 시절 밴드 동기인 장경준이 합류했다. 특히 장경준은 대학 동기인 드러머 윤결까지 영입해 오면서 현재의 잔나비 멤버구성을 완성하게 됐다.

"제가 FNC 연습생 시절을 하던 당시 한성호 대표가 곡을 써 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멜로디는 자신 있는데 세부적인 음악 작업은 부족한 시절이었죠. 그래서 고교 시절 함께 밴드를 하던 도형이에게 부탁했고 이게 시작이 돼 잔나비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 한 줄 목표

최정훈= "작업실 이사를 하고 싶어요. 5년이 됐는데 지긋지긋합니다. 내년 이맘때쯤은 100평 규모로 가겠습니다."

유영현= "이번 앨범 듣고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김도형= "다음 앨범은 영국에서 작업하겠습니다."

장경준= "나이를 먹어서도 얼굴 보면서 계속 공연하고 싶습니다."

윤결= "멤버들이 건강하길 기도 합니다."
 
■ 개인 소개

 

보컬 겸 리더 최정훈= 서울 출신. 경희대 경영학과 재학. 초등학교 시절부터 취미로 음악을 했다. 특히 2004년 엘튼 존 공연이 그의 음악 열정을 키우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고교 시절 스쿨밴드 생활을 하다가 20세 때 FNC 연습생이 됐다. 하지만 밴드에 대한 열정으로 소속사를 나오고 잔나비를 결성했다.

 

기타 김도형= 서울 출신. 누나들이 서태지의 팬이었고 이로 인해 그의 음악에 빠졌다. 이후 컴퓨터로 음악을 작곡하는 것에 심취하며 여러 음악 공부를 했다. 이후 고교 시절 스쿨밴드를 통해 최정훈을 만났고 현재 잔나비에 합류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베이스 장경준= 분당 출신. 동아방송대. 중학교 교회 시절 베이스를 처음 접했다. 이후 밴드에 관심을 두고 최정훈 김도형을 만났다.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드럼 윤결의 대학 친구.

 

드럼 윤결= 경남 함양.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시골에서 자랐지만, 음악을 하고 싶어 초등학교 때 부터 관악부에 들어갔다. 이후 고교 시절 드럼을 치면서 음악인으로서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경남 함양이 낳은 최고의 드러머.

 

유영현= 대전 출신. 한양대 실용음악과 휴학. 어린 시절 클래식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했다. 이후 고교 시절 영화음악에 빠져 창작활동을 했다. 작곡과 입시를 준비하다 잔나비에 합류했다.

■ 팀명

"멤버들 모두 잔나비 띠라서 잔나비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원숭이의 익살맞은 짓. 우리가 음악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색깔 중 하나입니다."

(*더 많은 인디신의 소식은 스폐셜 연재기사 '인디레이블탐방' 이외에도 '박영웅 기자의 밴드포커스'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잔나비에 대해 더 많은 궁금점들은 트위터 dxheroes@, 페이스북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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