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1:45 (목)
[뷰포인트] '박찬호vs이승엽' 매력 해설에 '시청률 무의미해졌다'
상태바
[뷰포인트] '박찬호vs이승엽' 매력 해설에 '시청률 무의미해졌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9.25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박영웅 기자] 대한민국 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 박찬호와 이승엽의 해설 대결이 펼쳐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승자와 패자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뚜렷한 개성을 선보이며 팬들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24일 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리그 B조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 해설자로 나서 첫 입심대결을 벌였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SBS에서 정우영 캐스터, 이순철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췄고, '아시아의 대포' 이승엽은 KBS 2TV에서 김현태 캐스터, 이용철 해설위원과 케미를 이뤘다.

둘은 한국 야구역사를 대표하는 투수와 타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각자 분명한 색깔을 보이며 야구팬들에게 깊이 있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수치로도 승패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 정도다. 이들이 첫 해설대결을 벌인 중계방송 시청률이 1%대 차이의 초박빙 양상을 보여줬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박찬호(왼쪽)가 2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야구 대만과의 예선전에서 이순철 해설위원과 나란히 SBS중계부스에 앉아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다.

◆ 박찬호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돌직구 해설

이날 박찬호는 한미일 3국의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자신의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살리며 대표 선수들의 움직임에 대해 냉정한 의견을 쏟아냈다. 그는 특히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투수출신 답게 선발 투수 양현종과 관련해 여러 지적사항을 거론했다. 우선 1회 2사 3루 상황에서 대만의 타자가 날카로운 타구를 날리자 양현종이 고집했던 변화구 승부를 우려했다.

박찬호는 2회부터 양현종의 구질이 떨어지자 지적을 가하기 시작했다. 양현종은 1회부터 우리나라가 대량 득점에 성공하자 편안한 마음으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이런 양현종에게 예전 메이저리그 일화를 말해 주면서 "최고의 피칭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가 말한 에피소드는 예전 LA 다저스 시절 은사인 라 소다 감독과 얽힌 이야기였다.

박찬호는 "내가 경기를 뛰던 당시 승부를 걸다가 맞은 적이 있다. 위축됐었다. 변화구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라 소다 감독이 '맞더라도 네가 가지고 있는 장점인 빠른 직구로 승부해라. 그래야 다음에도 승부가 가능해진다'고 말했고 난 그렇게 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며 투수들에게 '베스트 피치'로 공략할 것을 조언했다.

회가 거듭될수록 박찬호의 지적은 강해졌다. 그는 양현종의 구질을 계속해 거론하며 "실투가 많은데 양현종은 지금 기분이 나빠야 한다. 한가운데 높은 공이 많은데 상대 전력이 약해서 그냥 넘어가는 것"이라며 강팀을 만났을 때는 불안한 투구라는 독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 박찬호. [사진=스포츠Q DB]

이 밖에도 박찬호는 타자 오재원이 홈런을 날린 후에는 그와 자신이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고. 이따금씩 대만 타자들의 날카로운 타구가 나올 때는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지적하며 분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박찬호의 이날 해설은 공동 해설을 맡은 이순철 전 LG감독마저 놀랄 만큼 직설적이고 정확했으며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었다. 그의 이런 해설은 그의 다채로운 글로벌 경험으로부터 나온 정밀한 분석에 기인한다.

박찬호는 한, 미, 일 야구를 모두 경험한 선수이자 최고의 투수였다. 항시 야구를 연구하고 자신을 갈고 닦은 노력형 선수였다. 우리 팀 선수를 비롯해 상대방 선수들의 스타일과 실력 분석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날 대한민국 대표팀 투수들은 박찬호의 냉정한 분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매우 정확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누구?

박찬호는 대한민국 최초의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으로 한양대 재학 시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 입단했다. 그는 지난 1997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2001년까지 5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거둔 정상급 투수였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17년간 통산 476경기 124승 98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다. 특히 124승은 아시아 출신 투수로서는 최다승 기록이다.

최고 기록을 달성한 박찬호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2010년 말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친 그는 일본 진출을 선언하고 오릭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2011년 시즌 7경기에 등판해 1승 5패 방어율 4.29라는 성적을 기록하고 방출됐다.

이후 박찬호는 2011년 12월 20일, 최저 연봉 2400만 원에 한화 이글스와 계약하고 고국 마운드에 섰다. 별다른 활약은 펼치지 못한 채 1년간 활약한 후 2012년 11월 29일 공식은퇴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 해설자로 데뷔한 이승엽은 차분한 진행이 돋보였다. 특히 대표팀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고 있는 현역 선수로서의 장점을 십분 살렸다. 사진은 삼성에서의 경기 모습. [사진=스포츠Q DB]

◆ 이승엽, 풍부한 국가대표 경험과 현역선수다운 인간적 해설 돋보여

이승엽의 해설은 박찬호와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줬다. 박찬호가 직설화법을 사용했다면 이승엽은 중저음에 인간적인 면을 강조했다.

이 같은 이승엽의 해설 이유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존재한다. 이승엽은 여전히 현역선수로 뛰고 있다는 점과 누구보다 태극마크를 많이 달고 중심타자로 활약했다는 부분이다. 이런 점은 이승엽의 해설이 인간적이면서도 동료 선수들을 위한 섬세한 해설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방송에서 이승엽은 대만의 투수들이 교체될 때마다. 한국 타자들의 능력에 주목하면서 칭찬을 이어갔다. 특히 박병호에 대해 "부상을 조심하고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어주길 당부한다"며 "국가대표 4번 타자로서 손색없다. 부담감을 넘겨줄 대단한 선수"라며 동료애를 과시했다.

그뿐만 아니다. "지금도 내가 같이 뛰면서 보는 선수가 있는데 바로 김현수와 손아섭이다"라며 "김현수의 경우 타격을 배우고 싶을 정도이고 손아섭의 근성은 대단하다"며 후배이자 현역 동료인 두 사람을 최고의 표현으로 칭찬했다.

이승엽은 중저음의 해설로 대만 타자들의 약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양현종의 구질을 대만 타자들이 극복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이는 대만 타자들의 훈련이 부족해서 스윙의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냉철하게 분석했다.

이렇게 이승엽은 실수하는 선수들은 감싸고 대표 선수 면면에 대해 칭찬과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차분한 그의 성격처럼 잔잔하게 다가오는 인간적 해설이었다. 아직 현역으로 뛰는 그의 프리미엄을 충분히 살린, 정이 묻어 나는 해설이었다.

▲ 이승엽. [사진=스포츠Q DB]

이승엽은 누구?

이승엽은 지난 1995년 초 계약금 1억3000만 원으로 삼성 라이온스에 투수로 입단했다. 하지만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로 투수 생명이 사실상 끝나자 타자로 전향했다

타자로 전향한 이승엽은 프로야구선수로서 최전성기를 달렸다. 타자 데뷔 첫 시즌에 365타수 104안타 13홈런을 기록한 그는 1996년부터 2003년까지 7년간 타격 전 부분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섰다. 특히 지난 2003년 10월 2일에는 56번째 홈런을 치면서 일본의 왕정치 기록을 넘어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같은 해 이승엽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으나 좌절했고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 입단했다. 이후 이승엽은 요미우리, 오릭스를 거치며 타율 0.257에 159홈런, 439타점의 성적을 기록하고 한국으로 복귀했다.

현재 이승엽은 삼성 라이온스에서 식지않은 노장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 무의미해진 시청률 경쟁

대만전 시청률면에서는 이승엽이 해설한 KBS가 박찬호가 나선 SBS를 약간 앞섰다. KBS 2TV가 6.2%(닐슨코리아 제공, 이하 전국기준), SBS가 5.0%를 기록하면서 1.2%의 차이를 기록했다.

하지만 워낙 두 사람의 해설이 뚜렷한 스타일을 갖추다 보니 시청률 경쟁에 의미를 두기 어려운 분위기다.  승패를 논하기에는 사실상 차이가 없는 셈이다.

결국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중계의 초점은 박찬호, 이승엽 두 야구 거목의 시청률 경쟁이 아니라 두 사람이 보여주는 뚜렷하고 개성 있고 깊이 있는 해설을 시청자들이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미 두 야구 거목이 뛰어난, 그리고 호감 섞인 해설을 하는데 승패까지 따지자는 것은 어쩌면 너무 큰 욕심이 아닐까?

dxhero@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