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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최초 여성 철인, 꼴찌라도 한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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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최초 여성 철인, 꼴찌라도 한계는 없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9.25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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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라 알제르위, 26일에는 언니와 함께 혼성 릴레이 출전 예정

[인천=스포츠Q 민기홍 기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한국을 강타한 적이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상대에 올라선 이들, 그 중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 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한다.

하지만 꼴찌가 있으니 금메달도 있는 법. 25일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트라이애슬론 여자 결승전이 열린 인천 연수구 송도 센트럴파크에서는 큰 울림을 주는 장면이 나왔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 등 세 가지 종목을 잇달아 실시해 진행시간의 합으로 승부를 가리는 종목이다. 메달권의 선수들은 2시간 10분대 이내로, 10위권 선수들은 2시간 20분대 이내로 결승선에 들어온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알제르위가 레이스를 마친 후 믹스트존에서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경기 시작 후 2시간 1분 47초만에 우에다 아이가, 2시간 3분 7초만에 이데 주리(이상 일본)가 1·2위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수많은 일본 취재진들이 둘을 둘러싸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어 왕 리안유안, 후앙 유팅(이상 중국)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중국 취재진들의 시선이 쏠렸다. 6위로 들어온 조아름(한국)에게는 큰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의 취재진이 철수했다. 관람석을 지키던 관중들도 하나둘 자리를 떴다.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식어갈 무렵, 검은 히잡을 둘러쓴 왜소한 체구의 중동 선수가 헉헉거리며 뛰어 들어왔다. 관중석의 누군가가 국기를 내밀었다. 녹색, 흰색, 적색, 검은색이 섞인 쿠웨이트 국기였다.

그는 조국의 국기를 휘감은 채 두 팔을 벌리고 레이스를 마쳤다.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자매선수로 혼성릴레이에 동생과 함께 출전하는 언니 나다 알제르위(29)는 혼신의 힘으로 당당히 완주에 성공한 동생 나지라 알제르위(26)를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나지라 알제르위가 레이스를 마친 후 믹스트존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나지라와 선두 우에다간의 차이는 무려 33분 32초. 조직위원회 직원과 자원봉사자 10여명만이 뜨거운 환호로 그를 맞았다.

나지라는 쓰러졌다.

감정이 북받친 그는 언니를 보더니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나다는 동생이 “너무 힘들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완주해서 기쁘다”고 말해줬다고 귀띔했다.

이어 “내 동생 나지라는 쿠웨이트 여자로서는 최초로 아시안게임에 나선 선수”라며 “매우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15명의 출전 선수 중 꼴찌였지만 행복한 정도로 따지자면 금메달이나 다름없었다.

레이스는 이어진다. 자매는 오는 26일 남녀 혼성 릴레이 결승전에 나서 또 하나의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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