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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의 운동話공장] '한국식 더비'의 탄생, 프로스포츠에 부는 스토리텔링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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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의 운동話공장] '한국식 더비'의 탄생, 프로스포츠에 부는 스토리텔링 바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8.19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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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깃발라시코, KBO리그 클래식씨리즈-더블유매치... 사연 입고 풍성해진다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 더비.

연고지가 같은 팀 또는 라이벌 의식이 있는 팀들이 격돌하는 경기를 뜻합니다. 정치, 종교, 이적 등을 이유로 숙적이 된 주체들은 ‘다른 팀에는 몰라도 너에게만큼은 질 수 없다’는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전쟁을 준비합니다.

주로 축구에서 쓰이는 용어죠. K리그에는 슈퍼매치(수원 삼성-FC서울), 동해안 더비(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 수원 더비(수원 삼성-수원FC), 제철가 더비(포항 스틸러스-전남 드래곤즈), 현대가 더비(울산 현대-전북 현대), 호남 더비(전남 드래곤즈-전북 현대) 등이 있습니다.

▲ 염태영 수원시장(왼쪽)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SNS 설전을 통해 깃발 더비를 만들었다. [사진=스포츠Q DB]

#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이슈를 쉴새 없이 만들어야 합니다. 팬은 흥미로운 뉴스에 반드시 반응합니다. 스포츠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글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벤치클리어링 따위의 사건사고입니다. 싸움에는 늘 사연이 있거든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KBS의 조우종-이영표 조합이 MBC의 김성주-안정환, SBS의 배성재-차범근 조를 시청률로 누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영표 해설위원이 경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문어’라는 별명을 얻자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판을 뒤집고 키우는 건 결국 이야기입니다. 

# 그래서 2016년 프로구단들의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칠 경기들을 특별하게 만들었거든요. K리그 클래식 성남FC-수원FC간 더비는 ‘깃발라시코’가 됐고요.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전은 ‘클래식 씨리즈’, SK 와이번스-kt 위즈전은 ‘더블유 매치’로 태어났습니다.

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트위터로 “축구팬들이 이긴 팀 시청 깃발을 진 팀 시청 건물에 거는 내기를 하자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선전포고를 날리자 수원FC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장은 “시청기보다는 구단기로 하자”고 응수했습니다.

▲ 1982 클래식 씨리즈를 맞아 합동공연을 펼치고 있는 삼성과 롯데의 치어리더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시장님간의 ‘장외 썰전’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지난 3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첫 번째 맞대결에 모여든 관중은 무려 1만2825명이었습니다. 지난해 수원FC의 홈경기 평균 관중은 1200명이었습니다. 흥행 대박이 난 거죠.

삼성과 롯데는 1982년 프로야구 개막 이후 간판이 바뀌지 않은 ‘유이’한 팀입니다. 영남을 연고로 하는 공감대 속에 두 구단은 올드유니폼을 입은 채 5월 대구 3연전, 6월 사직 3연전을 치렀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존재가 곧 역사인 사자와 거인은 다른 팀이 흉내낼 수 없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집필했습니다.

통신사 라이벌 SK와 kt는 와이번스(Wyverns), 위즈(Wiz), War(승부), With(화합)을 뜻하는 더블유(W) 매치를 만들었습니다. 맞대결 시 SK는 인천 올드유니폼을, kt는 2016년 수원방문의 해 특별유니폼을 착용합니다. 경기 전에는 연고지 출신 선수들이 참석해 미디어를 만납니다. 티켓파워 하위권인 두팀의 고심이 묻어나는 발칙한 이벤트입니다.

‘한국식 더비’의 연이은 탄생. 프로스포츠는 이렇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 더블유 매치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는 kt와 SK 선수들. 왼쪽부터 유한준, 박경수(이상 kt), 김강민, 이재원(이상 SK).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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