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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인고 끝에 비원 이룬 박인비, 도전의 가치 일깨운 '골든 그랜드슬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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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인고 끝에 비원 이룬 박인비, 도전의 가치 일깨운 '골든 그랜드슬램'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21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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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통증 시달리며 최악의 플레이…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했지만 모두 이겨내고 가장 높은 곳으로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다. 왼쪽 엄지손가락 통증이 이어졌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좀처럼 감각을 찾지 못했다. 12오버파를 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올림픽 출전권을 후배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박인비(28·KB금융그룹)도 자신이 욕심을 부려 더 잘할 수 있는 후배의 길을 막는 것 아닌가 고민했다.

하지만 박인비는 자신의 골프 인생보다 더 길었을 인고의 2개월을 이겨냈다. 그토록 원했던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116년 만에 벌어진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골든 그랜드슬램을 이뤄냈다.

박인비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저바 데 마라펜디의 올림픽 골프코스(파71, 6245야드)에서 끝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2라운드부터 선두를 달린 끝에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 한국명 고보경)를 5타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평가절하됐던 지난해 그랜드슬램, 손가락 통증으로 5위까지 추락

박인비는 지난해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골프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3년 LPGA 챔피언십과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후 12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그러나 박인비의 그랜드슬램은 일부 미국 언론에 의해 평가절하됐다. 에비앙 챔피언십도 메이저 대회이니 모든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것이 아니라며 그랜드슬램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것. LPGA 사무국에서는 "그랜드슬램은 서로 다른 4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따는 것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박인비의 기록은 유효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하며 폄훼됐다.

그래도 박인비는 꿋꿋했다. 지난해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과 함께 최소타상인 베어 트로피를 차지하면서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 점수를 채웠다. LPGA에서 10년 동안 10개 대회 이상 출전하는 요건만 충족하면 역대 최연소 명예의 전당에 입회할 수 있었다.

정작 시련은 올해 찾아왔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25개 대회에 출전해 23번이나 컷을 통과하고 우승 5회를 포함해 15차례나 톱10에 들었던 박인비가 올해는 10개 대회에서 절반밖에 되지 않는 5차례밖에 컷 통과를 하지 못한 것. 또 톱10에 든 것도 두 차례에 불과했다. 한때 세계랭킹 1위 자리는 리디아 고에게 내줬고 5위까지 추락했다.

박인비가 올해 이토록 부진했던 것은 바로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인한 통증이었다. 계속된 통증을 참고 어떻게든 버텨내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점점 무너져만 갔다. 지난 5월 벌어졌던 볼빅 챔피언십 첫 라운드에서는 12오버파 84타라는 최악의 스코어까지 기록하며 라운드를 마친 142명 가운데 최하위에 그쳤다.

박인비는 지난 6월 KPMG 위민스 챔피언십 출전으로 10년 동안 10개 대회 이상 출전 요건까지 충족하며 역대 최연소로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결국 박인비는 "올림픽은 개인이 아닌 나라를 위한 경기다. 만약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라면 더 나은 경기를 할 수 있는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며 출전권 양보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만큼 박인비는 힘들었다.

◆ 장고 끝에 결정한 올림픽 출전, 자신의 골프 인생에 모든 것을 걸었다

박인비는 KPGA 위민스 챔피언십을 마친 뒤 7월 벌어지는 US여자오픈과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와 함께 자신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대회였던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까지 빠졌다. 디펜딩 챔피언이었지만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부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니 점점 박인비의 출전 가능성은 희박해져갔다.

하지만 장고 끝에 박인비는 지난달 11일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자신에게 단 한 번밖에 없을 수도 있는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부상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도 이유였다. 시간은 한달밖에 없지만 컨디션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주위 반응이었다. 복귀전이자 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실전이었던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1, 2라운드 연속 74타를 치며 컷오프된 것. 주위에서는 "자신의 올림픽 출전 욕심 때문에 후배들의 길을 막은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졌다. 박인비의 마음도 괴로웠다.

박인비는 늘 그랬듯이 굴하지 않았다. 박인비는 LPGA에서도 '멘탈 갑'으로 꼽히는 선수다. 박세리 감독, 후배들과 함께 리우에 도착한 뒤 박인비는 연습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우승을 예고했다. 연습 라운드를 마친 뒤 방송 인터뷰에서는 "엄지손가락이 많이 좋아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결국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박인비는 경기가 끝난 뒤 플래시 인터뷰에서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넀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때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이겨냈기에 더욱 기쁘다"며 "사실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했고 큰 용기를 내서 출전을 결정했지만 생각보다 비난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후회없는 경기를 해보자고 그 어느 때보다도 최선을 다했고 결과까지 따라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또 박인비는 "골프장에서 애국가를 들은 것이 처음이다. 한국인으로서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국가대표로 우승을 차지해 더욱 의미가 있다"며 "여기까지 오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올림픽이 치러진 이번 주도 긴 여정이었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보상을 받았다. 그동안 응원을 해준 많은 분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인비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을 때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기뻐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불과 2개월 전만 하더라도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쩌면 지난 2년의 세월보다 올림픽까지 오기까지 2개월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고의 세월을 이겨냈기에 박인비에게 불가능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다.

■ 박인비 프로필

△ 생년월일 = 1988년 7월 12일

△ 체격 = 168cm, 60kg

△ LPGA 전적
- 221개 대회 출전
- 189개 대회 컷 통과
- 톱10 84회(우승 17회, 준우승 12회, 3위 9회 포함)

△ LPGA 누적 상금 = 1283만4376달러

△ LPGA 우승 (17승)
- US 여자오픈 (2008, 2013
- 에비앙 마스터스 (2012)
- 사임 다비 LPGA 말레이시아 (2012)
- 혼다 LPGA 타일랜드 (2013)
-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2013,
- 노스 텍사스 LPGA 슛아웃 (2013, 2015)
- 위민스 PGA 챔피언십 (2013, 2014, 2015)
-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2013)
-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LPGA 클래식 (2014)
- 푸본 LPGA 타이완 챔피언십 (2014)
- HSBC 위민서 챔피언스 (2015)
-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2015)
-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2015)

△ JLPGA 우승 (4승)
- 니시진 레이디스 클래식 (2010)
- 일본 LPGA 투어 챔피언십 (2010)
- 다이킨 오치드 레이디스 (2011)
- 푼도킨 레이디스 (2012)

△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 (3승)
- 에비앙 마스터스 (2012)
- 미션 힐스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2014)
- 브리티시 여자오픈 (2015)

△ 올림픽
-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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