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SQ포커스] 리우 위해 더 뛴 2년, 손연재 마지막 연기는 '아름다운 100점'
상태바
[SQ포커스] 리우 위해 더 뛴 2년, 손연재 마지막 연기는 '아름다운 100점'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21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척박한 리듬체조 현실 딛고 올림픽 2회 연속 본선진출 꽃피워…"내 자신에게 100점 주고 싶다" 만족감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리듬체조 요정의 마지막 연기는 아름다웠다. 손연재(22·연세대)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비록 메달이 따라오진 못했지만 후회없는 경기를 펼쳤기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손연재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레나에서 벌어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후프 18.216점, 볼 18.266점, 곤봉 18.300점, 리본 18.116점을 받아 최종 합계 72.898점을 기록했다.

손연재는 모든 종목에서 18점대를 기록하며 메달 가능성을 밝혔지만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가 상승세를 타며 최종 합계 73.583점을 받는 바람에 4위에 그쳤다. 0.7점만 더 받았더라면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메달을 따낼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 비인기 리듬체조를 인기 스포츠로 끌어올린 성과

리듬체조의 올림픽 역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짧다. 1984년 LA 올림픽을 통해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겨우 32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만큼 한국의 리듬체조 역사도 짧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홍성희, 김인화가 출전한 것을 시작으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윤병희, 김유경이 리듬체조 종목에 나섰지만 모두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신수지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본선 무대에 나섰지만 12위에 그치면서 10명이 겨루는 결선에 나가지 못했다.

그렇기에 손연재가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어 2016년 리우 대회까지 연속 결선에 나선 것은 한국 리듬체조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런던 올림픽에서 5위에 오른 것은 동아시아권으로는 최고 성적이었다.

손연재는 아시아에서는 톱이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손연재는 2012년 런던 대회 5위를 계기로 아시아 톱까지 올라서며 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안게임까지 제패했다.

아시아선수권에서는 2013년과 2015년 등 두 대회 연속 3연패를 달성했다 올해 타슈켄트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5관왕으로 전 종목 석권에 성공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개인 금메달과 단체 은메달을 이끌었다.

손연재의 활약으로 한국도 리듬체조를 즐길 줄 아는 팬들이 많아졌다. 손연재도 갈라쇼 등에 출전하며 리듬체조가 더욱 활성화되고 저변이 확대되는데 신경썼다. 기대했던 저변 확대 효과는 다소 미미했지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종목에서 이젠 어느 정도 관심을 갖는 종목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손연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 5위에서 4위로 끌어올리는데 4년, 고질적인 발목 부상 딛고 화려한 피날레

사실 손연재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리듬체조에서 은퇴하려고 했다. 이미 런던 대회부터 발목 부상에 시달렸고 고질적인 통증은 번번이 손연재를 괴롭혔다.

손연재는 경기가 끝난 뒤 플래시 인터뷰에서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리듬체조를 그만두려고 했었다. 슬럼프에 있었기 때문에 리우 올림픽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런던 대회 때는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리우 대회 때는 힘든 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 수십 번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손연재가 이처럼 힘들었던 것은 부상과 슬럼프이기도 했지만 오랜 해외 생활로 인한 피로 누적도 이유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성인 무대에 데뷔한 이후 6년 동안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느라 한국에 있었던 시간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손연재는 모든 것을 인내하면서 리우 올림픽까지 왔다. 손연재가 리우에 도착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어렸을 때 사진을 첨부하면서 "지금까지 정말 참 잘 왔다"는 글을 남긴 것도 자신에 대한 격려와 함께 대견함을 표시한 것이었다.

손연재는 결선에서 실수없이 모든 종목을 잘 마무리했다. 까다로운 채점 기준에서도 18점대의 고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리본 종목에서 다소 꼬이면서 전체 4개 종목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메달을 따지 못할 것임을 직감하고 코치 옆에 기대어 자신의 지나온 6년을 회상했다.

손연재는 "예선에서는 너무 떨려서 실수한 것이 많았는데 결선에서는 실수한 부분을 완벽하게 해내서 너무 만족한다"며 "런던 대회 때 5등에서 리우 대회 4등으로 올라선 것도 쉬지 않고 노력해온 결과다. 내게 점수를 준다면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제 더이상 손연재의 아름다운 연기를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내년에 유니버시아드에 나갈 수 있는 기회도 있고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도 있지만 이미 2년 전에 그만 두려고 했던 손연재에게 2년을 더 뛰어달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살랐던 리우 올림피아드였기에 손연재의 마지막 피날레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