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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결산] (4) "할 수 있다" 박상영부터 차별 극복까지, 감동종합세트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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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결산] (4) "할 수 있다" 박상영부터 차별 극복까지, 감동종합세트의 울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8.22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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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점' 진종오 "그게 사격의 묘미", 브라질 시우바 "공부-스포츠 포기 말라"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17일간의 지구촌 스포츠 축제, 2016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206개국(난민팀 제외) 1만500여 명의 선수들은 28개 종목에서 306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띤 경쟁을 벌였다. 남미에서 최초로 개최된 올림피아드라 의미를 더한 이번 대회에서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를 되새기는 명장면들이 더욱 많이 쏟아져 지구촌 스포츠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박상영의 “할 수 있다”부터 김현우의 ‘광복절 큰절’, 진종오의 대역전극 등 한국 선수단의 드라마부터 감동의 완주, 흑인 최초 수영 금메달, 예비 부부의 복싱 동반 환호까지. 리우 올림픽 ‘울림 하이라이트’를 한데 묶었다.

◆ "할 수 있다" 신드롬부터 남북 화합 셀피까지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 13-9로 뒤져 있던 박상영은 “할 수 있다”고 혼잣말을 되뇌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최종스코어 15-14. 에페에서 나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박상영은 귀국 인터뷰에서 “힘든 사람들이 절박한 상황에서 쓰는 주문인 것 같다”며 “많은 힘든 사람들이 ‘할 수 있다’를 되뇌며 열심히 살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권도 얼짱’ 이대훈은 쿨한 인터뷰로 이목을 끌었다. 8강에서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 지고선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올림픽 메달을 평생 갖고 살아가는 건 아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경험을 했다. 이것 하나 졌다고 기죽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패자부활을 통해 3위가 된 그는 “동메달이 금메달만큼 값지다”고 성숙한 면모를 뽐냈다.

‘사격 황제’ 진종오는 50m 권총 결선 초반 6.6점을 쏴 국민을 놀라게 했다. 이후 놀라운 집중력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 결국 2발을 남기고 1위로 올라섰다. 올림픽 3연패. 그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깜짝 놀라게 해서 죄송하다”며 "그렇게 한 발 한 발 긴장을 풀지 못하는 것이 사격의 묘미"라고 익살을 떨었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의 김현우는 투혼의 메달로 눈물샘을 자극했다. 16강전에서 석연찮은 오심으로 탈락한 그는 패자부활전에서 승승장구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3,4위전 1회전 옆굴리기를 하다 팔이 빠졌음에도. 경기 종료 후 매트 가운데 태극기를 펼치고선 국민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광복절이라 더욱 감격적인 장면이었다.

남북 화합의 장면도 여러 차례 포착됐다. 기계체조 이은주가 홍은정(북한)과 찍은 셀피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부터 ‘위대한 제스처’라는 평가를 받았다. 남자 50m 권총 동메달리스트 김성국(북한)은 “통일이 되면 하나의 조선에서 더 큰 메달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승훈 양궁대표팀 코치와 장혜진은 강은주(북한)의 옆모습을 렌즈에 담아 화제를 만들었다.

◆ 감동의 완주, 인종차별 극복, 휠체어 양궁... 감동 퍼레이드

육상 여자 5000m 예선에서는 애비 디아고스티노(미국)와 니키 햄블린(뉴질랜드)이 페어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줬다. 레이스 도중 엉켜 넘어졌지만 둘은 서로를 다독이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4년의 준비가 물거품이 돼 좌절감이 컸을 터. 처음 만난 사이인 두 선수의 격한 포옹에 외신은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브라질 빈민가 시티오브갓에서 자란 유도선수 하파엘라 시우바는 ‘원숭이’라 불릴 정도의 극심한 인종차별을 딛고 조국에 대회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유치원 개막 행사에서 “공부와 스포츠를 포기하지 말라”며 “나와 내 가족의 인생이 바뀌었듯이 여러분들의 인생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해 깊은 울림을 줬다.

수영 여자 100m 공동 금메달리스트 시몬 마누엘(미국)도 못지않은 감동을 안겼다. 그는 “나를 '흑인 수영선수'가 아니라 그냥 '수영선수'라고 부르는 날이 왔으면 한다”며 “'흑인 수영선수'는 금메달을 딸 자격도, 기록을 경신할 자격도 없는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마누엘은 올림픽 역사상 첫 흑인 여자 수영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겼다.

히잡을 두른 흑인 이슬람 교도인 이브티하즈 무하마드(미국)는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여기 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는 이란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나왔다. 태권도 여자 57㎏급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은 “이 영광을 이란의 여성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양궁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자하라 네마티(이란)는 휠체어를 탄 채 비장애인과 여자 개인전 64강에서 대결했다. ‘헝그리 복서’ 미사엘 로드리게스(멕시코)는 길거리 구걸로 리우행 경비를 마련, 남자 미들급 75㎏급에서 값진 동메달을 품었다.

세 아이를 키우는 간호사인 ‘40대 워킹맘’ 크리스틴 암스트롱(미국)은 사이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예비 부부인 토니 요카와 에스텔 모슬리(이상 프랑스)는 복싱에서 동반 금빛 펀치를 날리고 격한 포옹을 나눠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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