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9 (금)
[플롯초점Q] '닥터스' 권선징악보다 인과응보로…해피엔딩 향한 9부능선 넘었다
상태바
[플롯초점Q] '닥터스' 권선징악보다 인과응보로…해피엔딩 향한 9부능선 넘었다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8.23 0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이제 마지막회만을 남겨둔 '닥터스'가 마지막 순간 권선징악(勸善懲惡)보다는 인과응보(因果應報)를, 복수보다는 용서를 보여주며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갈 모든 준비를 마쳤다.

22일 오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연속으로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연출 오충환) 18회와 19회에서는 홍지홍(김래원 분)과 유혜정(박신혜 분)이 국일병원 진성종 이사장(전국환 분)과 진명훈 원장(엄효섭 분)을 향해 반격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입원 중 고혈압성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나민수 의원(정동규 분)의 일로 한 달 정직이라는 징계를 받게 된 유헤정은 이 사건으로 13년 전 할머니 강말순(김영애 분)의 죽음이 진명훈 원장의 의료사고였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유혜정은 정직기간 동안 변호사들을 찾아다니며 법적인 처벌을 받게할 방법을 찾아봤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시효기간이 지나 할머니의 사고로 진명훈 원장을 처벌할 방법은 없었다.

▲ SBS '닥터스'에서 유혜정(박신혜 분)은 진명훈(엄효섭 분)에게 "당신 죽여버리겠어"라고 말했다가 오히려 약점을 잡히게 되고, 이로 인해 홍지홍(김래원 분)은 연구센터로 물러나게 될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홍지홍은 양아버지 홍두식(이재호 분)이 숨겨둔 USB를 발견하며 상황을 반전시킨다. [사진 = SBS '닥터스' 방송화면 캡처]

이에 유혜정은 진명훈 원장을 찾아가 "당신 죽여버리겠어"라며, 계속 악착같이 국일병원에 붙어서 진명훈 원장이 스스로 파멸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분노에 차 말했고, 이 말은 다시 한 번 유혜정을 위기로 몰고 간다. 진명훈 원장이 유혜정의 이 발언을 녹음해 홍지홍(김래원 분)에게 협박죄로 유혜정을 고소하겠다고 들이민 것이다. 결국 홍지홍은 유혜정이 협박죄로 고소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진명훈 원장의 제안대로 연구센터장으로 가게 되며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홍지홍은 국일병원 부원장 김태호(장현성 분)와 함께 진명훈 원장과 진성종 이사장의 비리를 캐고 다녔고, 일단 이들이 병원 부대시설의 수익을 약 5억 원 정도 횡령한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것은 진성종과 진명훈 부자를 실각시키기에는 애매한 금액이었기에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유혜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국일병원 이사직을 자청하며 병원 원내정치에 뛰어든 정윤도(윤균상 분) 역시 이 카드로 진명훈 원장을 찔러보지만 결국 실질적인 성과는 내지 못한 채 "유혜정 선생, 더 이상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경고만 전달했을 뿐이다.

하지만 해답은 의외의 장소에서 나왔다. 세상을 떠난 전 국일병원 이사장이자 홍지홍의 양아버지인 홍두식(이재호 분)이 낚싯대에 숨겨둔 USB를 홍지홍이 발견하게 된 것. 홍두식은 이 USB에 진성종과 진명훈이 그동안 해 온 불법행위와 횡령사실을 엑셀 파일로 상세하게 기록해 뒀고, 홍지홍은 이 USB를 검찰에 건네 결국 진성종 이사장을 횡령 혐의로 구속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홍지홍이 홍두식이 숨겨둔 USB를 발견하면서 이제야 본격적인 복수극이 펼쳐지려는 순간, '닥터스'는 그동안 두 주인공을 괴롭혀 온 악인들에게 마지막 회개하고 반성할 기회를 주며 복수보다 용서하는 길을, 그리고 권선징악이 아닌 인과응보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길을 택한다.

그동안 유혜정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 왔던 진서우(이성경 분)는 천순희(문지인 분)와 정윤도에게 13년 전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되면서 아버지 진명훈이 유혜정의 할머니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진서우는 진명훈이 가지고 있던 유혜정의 협박이 담긴 녹음기를 빼돌려 유혜정에게 돌려주고, 유혜정 앞에 무릎을 꿇으며 고등학생 시절부터 쌓여온 오해들을, 그리고 아버지 진명훈이 유혜정에게 저지른 모든 짓을 진심으로 사과한다.

진명훈 원장 역시 미뤄 왔던 건강검진을 뒤늦게 받았다가 종양이 발견되면서 자신의 생명을 자신의 적인 홍지홍과 유혜정의 손에 맡겨야만 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보석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유죄가 거의 확정적인 진성종도 홍지홍을 찾아가 직접 아들 진명훈의 수술을 부탁하며 홍지홍에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모습을 내비친다.

▲ SBS '닥터스' [사진 = SBS '닥터스' 방송화면 캡처]

13년 동안 홍지홍(김래원 분)과 유혜정(박신혜 분)을 괴롭혀온 진성종(전국환 분)과 진명훈(엄효섭 분) 부자에 대해 강경한 복수가 아닌 이런 사과와 용서의 단서는 22일 방송된 '닥터스' 18회의 첫 장면에서 암시가 됐다.

홍지홍이 아직 홍두식의 양자가 되기 이전, 홍지홍의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후 후견인이었던 아버지의 친구가 "1년 동안 널 키웠으니 너도 은혜를 갚아야지"라며 홍지홍의 동의도 없이 집을 팔아치우는 파렴치한 짓을 했었다. 그리고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의사가 된 홍지홍의 앞에 그때의 후견인이 국일병원에서 신장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로 다시 등장한 것이다.

홍지홍은 "너 보니까 마음 편해졌어. 넌 복받을 줄 알았어"라고 말한 후 사라져가는 후견인의 뒷모습을 보며 "복수를 꿈 꾼 적이 있었다. 다 죽여 버리고 나도 죽어 버리는. 인과응보는 있다. 인과응보의 중심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닌 세상이 있다"며 '닥터스'의 결말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홍지홍의 말처럼 '닥터스'는 마지막 순간 진성종 이사장이 횡령 혐의로 구속되고, 진명훈 원장이 종양에 걸린 모습을 보여주며 권선징악이 아닌 인과응보의 모습으로 결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홍지홍과 유혜정은 양아버지의, 할머니의 원수인 진명훈 원장을 한 명의 의사로서 직접 수술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복수가 아닌 용서와 화해의 손길을 건네려고 했다.

진성종과 진명훈이 이처럼 몰락을 시작하고, 진서우가 아버지 진명훈을 대신해 유혜정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게 된 순간 '닥터스'는 그동안 얽힌 모든 악연의 끈을 풀어버렸다. 그래서 홍지홍은 유혜정이 진서우에게 사과를 받았다고 말한 순간, 유혜정에게 "우리 결혼하자"며 프로포즈를 할 수 있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악인이 처절하게 몰락하는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했을 법 하지만, 마지막까지 인간미를 놓치지 않는 '닥터스'의 이런 따스한 결말도 결코 나쁘지 않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