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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박인비가 말하는 '가족의 힘', 골든 그랜드슬램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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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박인비가 말하는 '가족의 힘', 골든 그랜드슬램의 원동력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23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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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응원해준 가족에 올림픽 출전 용기 얻어…남편은 스윙코치 자처, 큰 스윙으로 바꾸며 금메달 원동력

[인천국제공항=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남편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저를 일으켜 준 사람입니다. 가장 중요한 스윙을 코칭해준 사람이자 남편이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죠. 또 가족은 제가 힘들 때 옆에서 조용히 응원해준 분들이에요. 가족이 있었기에 제가 올림픽에 나갈 용기를 얻었죠."

골프 역사상 최초로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골프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힘은 가족이었다. 가족이 있어 자신이 있고 골든 그랜드슬램이 가능했다. 가족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인비가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박인비는 수많은 취재진과 환영 인파가 몰린 가운데 장시간 비행의 피로를 느낄 새 없이 환한 표정으로 입국장을 나왔다.

▲ 박인비(왼쪽)가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어머니 김성자 씨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 가족 총출동, 대기록 세운 딸-손녀 뜨겁게 안아

입국장에는 박인비의 후원사인 KB금융그룹과 소속사인 갤럭시아 SM 관계자 외에도 아버지 박건규 씨와 어머니 김성자 씨, 할아버지 박병준 옹이 있었다. 입국시간이 당초 예정보다 1시간이나 앞당겨졌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우리 인비 일찍 볼 수 있겠네"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오전 3시 12분 전광판에 '착륙'이라는 표시가 뜨자 가족들은 꽃다발을 챙기며 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착륙 표시가 다시 도착 표시로 바뀌고 탑승객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자 입국장은 술렁였다.

오전 4시쯤 남편 남기협 씨와 함께 박인비가 입국장에 들어서자 취재진들은 일제히 플래시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어머니 김성자 씨는 가장 먼저 딸을 반겼고 박병준 옹도 손녀를 뜨겁게 끌어안았다. 박건규 씨는 먼발치에서 딸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5분여의 환영식이 끝난 뒤 인터뷰 자리에 선 박인비는 가장 먼저 가족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박인비는 올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선수생활 최대 고비를 맞았다. 박인비의 성적이 뚝 떨어지자 주위 반응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올림픽 출전을 결정한 뒤에는 "후배의 길을 막는다"는 비난까지 흘러나왔다.

박인비는 "올림픽에 가기 전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고 가족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아무래도 좋지 않은 상황을 겪다보니까 더욱 그랬다"며 "가족들이 있었기에 힘을 받았고 올림픽에 나가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가족들이 이렇게 환영해주니 금메달을 딴 것이 더욱 실감이 난다"고 웃어보였다.

▲ 박인비(오른쪽)가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할아버지 박병준 옹과 뜨거운 포옹을 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자 박인비는 다시 할아버지를 찾았다. 박인비가 할아버지에게 금메달을 걸어드리자 할아버지의 두 눈가에는 금세 이슬이 맺혔다. 박인비는 옆에서 "할아버지 왜 울어, 울지마"라며 할아버지를 안았다.

박병준 옹은 "인비가 내 손녀였는데 이젠 대한민국의 딸이 되어 돌아왔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우리 할아버지 말씀 별로 없으신데"라고 걱정했고 박병준 옹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박병준 옹의 얼굴 주름에는 다시 눈물이 타고 흘러내렸다. 박인비는 할아버지를 꼭 안고 공항 밖으로 나가 자동차에 올랐다.

◆ 남편은 너무나 소중한 사람, 자신감 떨어진 스윙 살려줬다

박인비에게 또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바로 남편 남기협 씨다. 남 씨는 1999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입회한 프로골퍼 출신으로 박인비를 만난 이후 외조에 전념하기 위해 코치로 전향했다. 박인비가 골프여제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남기협 씨의 외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인비는 "남편은 내가 힘들었을 때 다시 용기를 낼 수 있게 일으켜 세워준 사람이다. 가장 중요한 스윙코치이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내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고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버팀목이다. 이런 남편이 있어 행복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인비는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한달 동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불참하며 샷 감각을 가다듬었다. 한달 반 동안 박인비의 올림픽 준비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사람이 바로 남편이었다.

▲ 박인비(오른쪽)가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남편 남기협 씨와 함께 금의환향하고 있다.

박인비는 "이번 올림픽에서 미스샷이 조금 있었지만 많지는 않아서 경기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며 "남편과 스윙을 크게 한 것이 주효했다. 부상이 있으니까 위축되는 경향이 있어 스윙을 크게 가져갔고 한달 동안 훈련하다보니 익숙해져서 올림픽 때 더 좋은 스윙이 됐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옆에서 박인비의 스윙을 교정해주자 샷 감각도 살아났다. 연습 라운드에서는 홀인원까지 기록했다. 박인비는 연습 라운드 홀인원이 샷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남편이 없었다면 박인비의 '골든 그랜드슬램'도 없었다.

박인비는 "올림픽 대비 훈련을 했을 때가 남들이 모두 휴가를 떠났을 때였다"며 "이젠 올림픽도 끝났으니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며 쉬고 싶다. 부상 회복 추이를 지켜보며 에비앙 챔피언십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금의환향한 박인비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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