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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 불모지' 한국, 사상 첫 은메달에 함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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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 불모지' 한국, 사상 첫 은메달에 함박웃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9.26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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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섭 감독, "도약 발판 마련, 꿈나무 양성 기대"

[인천=스포츠Q 민기홍 기자] “트라이애슬론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습니다.”

한국 트라이애슬론이 큰일을 해냈다.

아시안게임 최초 은메달이다. 신진섭(36) 감독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허민호(24), 김지환(24·이상 통영시청), 김규리(16·경일고), 정혜림(15·온양용화중)으로 구성된 한국 트라이애슬론 대표팀은 26일 인천 송도 센트럴공원 트라이애슬론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트라이애슬론 혼성 릴레이에서 1시간18분39초로 레이스를 마쳐 1시간17분28초로 들어온 일본에 1분11초 뒤진 2위를 차지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26일 트라이애슬론 혼성릴레이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들. 왼쪽부터 김지환, 김규리, 정혜림, 허민호.

혼성 릴레이는 남녀 4인이 한 팀을 이뤄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완주해 순위를 가린다. 단체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호흡이 중요하다.

은메달을 목에 건 김지환은 “내가 더 잘 했다면 금메달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일본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2006년 카타르 도하 대회에서 처음 채택된 트라이애슬론에서 한국은 그동안 2010년 광저우 대회 여자부 개인전의 장윤정이 동메달을 따낸 것이 전부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생긴 혼성릴레이에서 넷이 힘을 합쳐 아시아 2위에 오르며 찬란한 미래를 향한 희망가를 외쳤다.

▲ 지난 25일 마라톤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김지환. 그는 "일본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진=스포츠Q DB]

신진섭 감독은 “국민이 관심을 갖는 중요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트라이애슬론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릴레이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여태껏 함께 고생해준 김주석, 맏언니로 동생들을 잘 이끌어준 조아름, 제 실력을 발휘해준 허민호, 김지환, 김규리, 정혜림 모두 기특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허민호는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기 전 동메달까지는 예상했지만 은메달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기쁘다”며 “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큰 무대 경험이 없긴 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열심히 훈련했던 것이 빛을 발했다”고 밝혔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신진섭 감독은 "은메달 획득을 계기로 트라이애슬론 꿈나무들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등학생 김규리와 중학생 정혜림은 어린 나이에 아시아의 정상급 선수가 됐다. 둘은 자원봉사자, 팬들, 가족들에 둘러싸여 사진 요청에 응하기 바빴다.

김규리는 “긴장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오빠들과 훈련을 열심히 해놔서 그 정도가 크지 않았다”며 수줍게 웃었다. 정혜림은 “많이 긴장했는데 죽지 않을 만큼 열심히 훈련해놔서 그런지 마인드 컨트롤이 잘 됐다”며 당찬 태도를 보였다.

트라이애슬론인들의 큰 행사답게 많은 이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허민호와 김지환의 소속팀 통영시청 선수단도 자리를 채워 열띤 성원을 보냈다.

팀 동료인 홍단비(25)는 “그동안 집에도 못 가고 몸고생, 마음고생 한 걸 지켜봤다”며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채명화(23)는 “정말 잘했다. 이런 성장세라면 한국 트라이애슬론이 4년 후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도 가능할 것이라 본다”는 예상을 내놨다. 이하연(21)은 “이 기세를 몰아 전국체전까지 제패하자”고 오빠들을 다독였다.

한국 유일의 고등학교 트라이애슬론팀인 설악고 선수들도 빠질 수 없었다. 김완혁(18)은 “(허)민호 형을 보고 정말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며 “경기를 지켜보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의지를 다졌다.

신 감독은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수차례 전화가 울렸다. 그는 “한국도 충분히 메달을 따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날을 계기로 트라이애슬론 꿈나무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9월 26일. 한국 트라이애슬론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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