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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구르미 그린 달빛', '내시부'라는 독특한 소재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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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구르미 그린 달빛', '내시부'라는 독특한 소재에 대한 '아쉬움'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08.2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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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최근 몇년 동안 퓨전 사극의 형식을 빌린 로맨틱 코미디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 과거 무거웠던 정통 사극의 시대가 끝나고 역사 배경·설정을 바탕으로 하되 판타지 혹은 로맨스 장르와 융합된 퓨전 사극의 시대가 열린 지는 오래된 일이다.

대표적인 드라마로 출연 배우 모두가 이제는 톱스타가 된 KBS 2TV '성균관 스캔들'과 김수현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 MBC '해를 품은 달'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두 드라마는 청춘스타를 기용, 로맨스의 설렘을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당대 성균관 유생들의 생활상, 세자빈 선정의 방식 등 그동안 시청자들이 알지 못했던 역사의 소소한 부분들을 드라마 내에서 보여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연출 김성윤 백상훈) 또한 퓨전 로맨스 사극의 장르를 취하고 있는 드라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현재 최고의 라이징스타 박보검과 김유정을 캐스팅해, 화제의 중심에 오르며 첫 방송 시청률 8.5%로 산뜻한 출발을 했다.

▲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세자 이영(박보검 분)은 내관 시험장에 잠입, 홍라온(김유정 분)의 시험을 돕는다. [사진 =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

그러나 24일 방송된 '구르미 그린 달빛' 2회는 '청춘 로맨스'에 힘을 쏟은 나머지 드라마 초반, 퓨전 사극이 줄 수 있는 재미를 다소 놓쳐 아쉬움을 줬다.

'구르미 그린 달빛' 2회에서는 남장을 하고 본격적으로 내시부에 들어온 홍라온(김유정 분)의 소환(견습 내시) 생활기가 이어졌다. 김유정은 궐을 몰래 빠져나가 자유를 얻을 생각이었지만 이영(박보검 분)의 방해로 뜻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김유정은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들키기 전에 무사히 궐에서 나가기 위해 일부러 내시 시험에서 일부러 불통(不通)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 역시도 실패로 돌아갔다. 내시의 '양물'을 확인하는 시험을 김유정은 운으로 통과할 수 있었고 지필 시험은 박보검의 도움 아닌 도움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이번 '구르미 그린 달빛' 2회는 드라마 초반인 만큼 김유정의 내시 입성기가 중점적으로 그려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유정 내시 입성기는 역사적 사실과는 차이가 있을 뿐더러 인상적인 색다름도 없었다. 승격을 하고 궐에 남기 위해 시험을 본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주지 못했다.

실제 조선의 내시부에서는 내시들의 충성심과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해 물을 먹이거나 나무에 매다는 극단적인 자질 테스트를 취하기도 했다. 또한 지필 시험 또한 문제의 답안을 선택하는 식이 아닌 논어·맹자·사서·소학·삼강행실 등의 사서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요구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이 있음에도, 내시부의 자필 시험의 답안지가 현대의 OMR카드 같은 형태인 것은 조선시대가 배경인 드라마에서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시험 또한 내시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별도의 직책인 내시교관이 담당하는 것이 아닌, 직책도 업무도 불분명한 내시들이 맡았다. 심지어 내시부가 배경인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명확한 업무와 직책이 있는 내시는 동궁전 상제(청소를 도맡는 내시)인 장내관(이준혁 분) 뿐이다.

▲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홍라온(김유정 분)은 예상치 못한 탈의 시험에 당황했다. [사진 =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의 배경이 조선, 그것도 궐의 내시부인 만큼 그에 따른 자세한 사전조사와 설정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민 없이 가볍게 내시부가 설정된 것은 드라마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말한 퓨전 사극 로맨스의 수작 '성균관 스캔들'의 경우, 성균관의 관습과 제도 등을 재미있는 설정으로 풀어내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또다른 퓨전 사극 로맨스인 '해를 품은 달' 역시 세자빈 선정 과정의 복잡함을 상세하게 드라마 내에서 그려내 드라마 초반 색다른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물론 퓨전사극이 역사적 사실과 고증 부분에서 완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드라마 내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었던 '내시부'라는 배경 설정이 큰 드라마에서 의미를 지니지 못한 것은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적인 재미를 살리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박보검, 김유정, 진영 등 청춘 스타들의 활약으로 확실한 '설렘'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그러나 현대가 아닌 특정 시대, 특정 장소가 배경인 만큼 고증을 통해 드라마의 잔재미를 한 단계 더한다면 본래의 로맨스도 더 돋보이지 않을까? 앞으로 '구르미 그린 달빛'이 내시부 소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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