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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닥터스' 의학드라마라면 아쉬운, 하지만 로맨스라면 만족스러운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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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닥터스' 의학드라마라면 아쉬운, 하지만 로맨스라면 만족스러운 결말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8.24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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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가 20부작의 긴 여정을 마치고 23일 드디어 막을 내렸다. 같은 의학 소재 드라마인 KBS '뷰티풀 마인드'와 같은 날 시작하며 의학 드라마 간의 맞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닥터스'는 첫 회부터 압도적인 시청률로 '뷰티풀 마인드'를 압도하며 결국 20%가 넘는 성공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리게 됐다.

23일 방송된 '닥터스'(극본 하명희·연출 오충환) 마지막회에서는 홍지홍(김래원 분)과 유혜정(박신혜 분)이 그동안 김래원의 양아버지인 홍두식(이호재 분)과 박신혜의 할머니인 강말순(김영애 분)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던 진성종(전국환 분)과 진명훈(엄효섭 분)에게 쌓인 앙금을 풀어내는 시원한 결말로 이어졌다.

부와 권력에 눈이 멀어 절친이었던 이호재를 모함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던 전국환은, 이호재가 죽기 전 정리한 비리내역을 김래원이 발견하면서 결국 횡령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구속되며 몰락하게 된다. 횡령에 대해서는 전국환이 모든 죄를 안고 갔기에 엄효섭은 김래원이 만들어낸 복수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 대신 인과응보처럼 척추 옆에 종양이 생기며 급히 수술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빠진다.

▲ 23일 종영한 SBS '닥터스'는 의학드라마로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의학+로맨스'의 결합을 통해 깔끔한 결말을 이끌어 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잡는데 성공했다. [사진 = SBS '닥터스' 방송화면 캡처]

전국환에게 엄효섭의 수술을 부탁받은 김래원은 어시스트로 박신혜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박신혜와 엄효섭 모두 이 결정에 반대했지만 결국은 박신혜가 직접 수술에 참여해 김래원을 도와 엄효섭의 수술을 성공리에 마무리짓는다. 이 수술을 통해 과거의 원한과 앙금을 모두 지우게 된 김래원과 박신혜는 드디어 프로포즈를 하게 되고 결혼을 약속하게 되며 막을 내렸다.

드라마의 시작점인 2003년부터 시작해 2016년까지 13년에 얽힌 악연을 풀어낸 '닥터스'의 결말은 통쾌한 맛은 덜했지만, 그래도 한 명의 의사로서 개인적인 원한을 떠나 환자를 구한다는 의학 드라마의 대의명분을 지켜낸 결말이었다. 물론 19회에서 엄효섭의 종양이 발견된 순간 이미 예측된 결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분명 심심한 마무리긴 했지만, 그래도 인기 드라마로서 시청자들의 기대를 크게 배반하지 않는 안정된 결말을 보여줬다.

그래도 '닥터스'는 종영 이후에도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최근 몇 년간 한국 방송가에서 명맥이 끊겼던 정통 의학 드라마로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닥터스'가 정통 의학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미진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그것이다.

'닥터스'는 긴급환자를 수술하는 의사들의 모습부터 병원 원내정치와 파벌싸움, 그리고 13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드라마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다루지만, 사실 의학 드라마라는 측면에서는 어느 하나 밀도 있게 진행된 이야기는 없었다.

병원 원내정치와 파벌싸움은 이사장이었던 이호재가 남긴 엑셀 파일 하나로 전국환의 횡령혐의가 드러나 구속되는 선에서 쉽게 마무리됐고, 수술 등 의학 드라마로서 중요한 의학적 장면들도 카메오들을 대거 투입한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통일성과 밀도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닥터스'에게서 '하얀 거탑'이나 '브레인'과 같은 의학 드라마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 SBS '닥터스' [사진 = SBS '닥터스' 방송화면 캡처]

그 대신 '닥터스'는 많은 부분을 13년 전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이야기와 김래원과 박신혜의 로맨스에 집중해 낸다. '닥터스'는 드라마 초반에는 의사의 길에서 도피해 고등학교 교사로 잠시 머무르게 된 김래원과 제자 박신혜, 그리고 김래원을 사모하는 진서우(이성경 분)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고, 13년 후 병원에서 이들이 다시 만난 이후에는 김래원과 박신혜를 중심으로 박신혜를 짝사랑하는 정윤도(윤균상 분)와 윤균상을 좋아하는 이성경, 그리고 이성경과 오랜 친구로 점차 이성의 감정을 가지게 되는 피영국(백성현 분)까지 다섯 명의 로맨스를 중점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다 보니 '닥터스'는 점차 수술 등 의료행위는 의학 드라마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는 양념이고, 주된 이야기는 로맨스로 흘러가는 기분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의학 드라마로서 '닥터스'는 다소 아쉬웠지만, 로맨스물로서는 지저분하게 삼각, 사각관계를 만들어내지 않고 깔끔하게 계산이 떨어지는 로맨스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의학 드라마지만 의학 드라마적인 요소가 약한 '닥터스'의 이런 모습은 지난해 역시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흥행에 성공한 SBS '용팔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비단 '용팔이' 뿐 아니라 2012년 '브레인', '골든타임', '닥터진' 등 의학 드라마의 열풍이 한 차례 방송가를 휩쓸고 지나간 후 '괜찮아 사랑이야', '굿닥터' 등 의학적인 부분을 소재로 이용해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는 드라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닥터스'는 이 흐름의 연장선 위에서 의학 드라마의 로맨스의 결합이라는 나름의 최선을 선보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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