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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20) 뮤지컬 배우 조형균, 행복한 삶은 무대 위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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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20) 뮤지컬 배우 조형균, 행복한 삶은 무대 위에서 시작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6.08.26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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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Tip!] 뮤지컬 ‘페스트’에서 그랑을 연기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배우 조형균은 끼가 많은 배우다. 부산에서는 비보이 생활을 했었고, 서울로 올라온 뒤에는 학교 연극반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했다.

뮤지컬 ‘찰리 브라운’을 통해 데뷔한 조형균은 ‘어려운 연기’와 ‘버거운 현실’ 앞에서 여러 번 좌절해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그는 어느덧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한 뼘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됐다.

[스포츠Q(큐) 글 이은혜·사진 최대성 기자] “바쁘시죠?”라는 질문에 “아뇨. 괜찮아요. 트리플이라 여유 있어요”라는 답변을 꺼내 놓았다. 그 뒤로 장난스러운 웃음과 상대를 배려하는 몸짓이 자연스럽게 따라 나왔다.

사실 ‘괜찮다’는 그의 말과는 달리 요즘 조형균은 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지막 공연까지 얼마 남지 않은 뮤지컬 ‘페스트’에서는 그랑 역을 소화하고 있고, 27일 오후 공연되는 ‘송 포 유’(SONG for YOU)에서는 다양한 무대를 꾸미고 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에 한창이던 배우 조형균을 지난 10일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뮤지컬 ‘페스트’의 그랑, “배우로서 욕심 있지만…”

▲ 배우 조형균 [사진=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서태지 뮤지컬’로 시작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뮤지컬 ‘페스트’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뮤지컬 ‘페스트’는 소설에 담겨 있는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저항 정신과 휴머니즘을 무대 위에서 그려내고 있다.

배우 조형균은 뮤지컬 ‘페스트’에서 그랑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극중 그랑은 강한 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다. 조형균은 이러한 특징을 가진 그랑을 연기하기 위해 ‘본질적인 인간의 사랑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며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 ‘페스트’의 그랑은 주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 않다. 많은 역할을 하는 원작 속 모습과는 달리 다소 한정적인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변화했다. 장편 소설을 약 3시간의 공연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배우로서 욕심이 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들이 있죠. 이 캐릭터를 더 잘 표현하고 싶고, 그랑의 모습을 좀 더 보여주고 싶고, 잔과의 관계도 보여주고 싶은데 개인적인 욕심이죠, 이건. 원작 소설 읽는 게 일주일 걸렸어요. 분량이 그만큼 길어요. 그걸 압축시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거죠. 이 작품은 리유를 중심으로 흘러야 하고, 그 흐름을 관객들이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괜찮아요. 저도 욕심이 많은 배우이지만 그게 맞는 거잖아요.”

뮤지컬 ‘페스트’에서 그랑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잔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넘버 ‘10월 4일’을 부를 때다. 이 넘버를 소화하기 위해 조형균은 난생처음으로 기타를 잡았다. 기타 연주를 위해 새벽 친구를 찾아가고, 공연 팀에서 섭외해 준 기타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고, 연습실 한구석에 마련된 ‘수련의 방’ 안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그랑의 ‘기타 연주’ 역시 뮤지컬 ‘페스트’ 안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작품 속 ‘미래 세계’에서는 기타가 더 이상 연주되지 않는 악기다. 이 악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20세기 박물관에 전시돼 있고, 작곡을 하는 그랑은 ‘과거의 악기’가 된 기타로 노래를 만들어 잔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원곡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찾아 봤어요. 이 노래가 전하고 있는 말에 공감이 갔어요. 곁에 있을 때는 모르는데 없으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사람… 그래서 ‘네가 곁에 없기에’라는 가사가 있어도 의미는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곡을 전에 써 둔 곡이라고 가정을 하고 연기를 하고 있거든요. 제가 작곡을 하는 장면들이 있으면 좋을 텐데… 사실 연습 때 시도는 많이 했어요. ‘쪽지를 항상 가지고 다닐까’ 했는데 미래 시대에 펜과 종이로 작곡 하는 게 또 애매해서(웃음). 어쨌든, 곡을 제가 쓰고 있다는 걸 타루가 대변해 주니까, 믿고 가야죠”

◆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 배우 조형균 [사진= 스포츠Q 최대성 기자]

배우들은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영향을 받는다. 긍정적이든 덜 긍정적이든 작품을 통해 변화를 겪고,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겪으며 다양한 결을 가진 배우로 성장한다. 조형균에게도 그를 성장하게 만든 작품이 있다. 바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조형균은 국군 대위 한영범을 연기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여보셔’는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이야기를 해요. 이 작품 전까지는 뮤지컬이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저런 사람들처럼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가 어떻게 해야 더 빛나지?’라는 것보다 ‘내가 어떻게 해야 상대가 편할까’라는 고민을 했던 작품이기도 해요.”

사실 조형균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참여하기 전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조금 더 많은 분량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고, 조금 더 오래 무대 위에 머무르고 싶었다. 모두 ‘잘 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욕심이었다.

‘성공’에 대한 갈망은 ‘실망’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4년 뮤지컬 업계에 충격을 전해줬던 비오엠코리아 사건이 일어났다. 관계자들에게는 공연 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씁쓸한 사건이었고, 당시 수많은 배우들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고 금전적인 피해까지 입게 됐다.

“비오엠코리아… 아시죠? 그때 그 사건 이후로 정말 빈털터리가 됐어요. 저도 집에서는 가장이고,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돈이라도 많이 벌면 부모님에게 떳떳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고. 그러다 보니까 사람이 자꾸 나쁜 욕심이 생겨요. 동료들 질투하고, 시기하고. 그런데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준비하면서 ‘아, 진짜 내가 오만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좋은 사람이 되자’고 다짐 했죠.”

큰일을 겪고 난 뒤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만난 조형균은 차츰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격도 이전보다 훨씬 더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조형균은 연기를 시작한 이후로 ‘성격’이 가장 많이 변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욱하는 게 많았어요. 그런데 ‘좋은 사람이 되자’고 다짐을 하고 나서 보니까 사람마다 배울 점이 무조건 하나씩은 있는 거예요. 어떤 특정한 사람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의 좋은 점들을 보면서 더 좋게 변화 한 거죠.”

◆ 조형균의 ‘창작극’·‘리딩 공연’ 향한 애정

▲ 배우 조형균 [사진= 스포츠Q 최대성 기자]

배우 조형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창작극’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는 꽤 많은 작품의 창작극들에 참여했고, 지금 현재도 참여하고 있다. 그가 참여했던 창작 작품들은 규모도 다양하고 내용도, 캐릭터의 매력도 천차만별이다.

조형균은 창작극의 매력에 대해 ‘나만의 것을 만들 수 있다’와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라는 것’을 꼽았다. 그와 동시에 녹록지 않은 창작극 제작의 현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창작은… 창작극을 하는 작가, 음악가들이 너무 힘들어요. 작품이 잘 돼야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데, 만약 잘 안 되면 몇 년 동안 고생을 해야 하고. 그게 정말 안타까운 것 같아요. 그래서 그들이 좌절하지 않게, 작품이 성공할 수 있게 더 힘을 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리나라의 창작극에게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 길게 할 수 없는 대관, 그로 인해 짧아지는 프리뷰 기간은 작품의 완성과 흥행에 꽤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매년 좋은 창작극들이 등장한다. 조형균은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들에게 “박수를 쳐 줘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창작진들과 배우들이 공연을 올릴 수 있기를 바라는 듯 보였다,

창작 작품에 대한 관심이 많은 조형균은 리딩 공연에도 꾸준히 참여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는 ‘창작을 상업화하기 전에 하는 작업’인 리딩 공연에는 ‘귀로 듣는 맛’이 있다고 설명했다.

“리딩 공연에서는 감정도 중요하지만 우선 어떤 대사로, 어떤 이야기를 하나. 어떤 노래들이 나오나. 이런 게 중요하잖아요. 상상을 하게 되는 재미가 있는 거죠. 가끔 리딩 공연 보러 가면 이렇게 눈 감고 상상을 하게 돼요. ‘아, 여기서 어떻게 되겠다. 뭐가 나오나?’ 이러면서.”

◆ 조형균의 ‘송포유’ 그리고 미래의 조형균

▲ 배우 조형균 [사진=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오는 27일 오후 조형균은 서울 강남구 베어 홀에서 ‘송 포 유’(SONG for YOU) 무대에 오른다. ‘굿 보이’(GOOD BOY)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네 번째 ‘송 포 유’ 공연을 이끌게 된 조형균은 공연 이야기에 “이렇게 관심 가져 주실 줄 몰랐다”는 말을 꺼내며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인터뷰 당시 조형균이 ‘송 포 유’ 무대 위에서 부를 노래가 단 한 곡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 17일부터 공연의 공식 SNS를 통해 세트리스트가 공개됐다.

이번 ‘송 포 유’ 무대를 통해 조형균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달’, ‘헤드윅’의 ‘앵그리 인치’(ANGRY INCH), ‘디 오리진 오브 러브’(THE ORIGIN OF LOVE), ‘잭 더 리퍼’의 ‘회색도시’,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악몽에게 빌어’, ‘지킬 앤 하이드’의 ‘더 웨이 백’(THE WAY BACK), ‘빈센트 반 고흐’의 ‘끝나지 않은 고통’, ‘페스트’의 ‘제로’(ZERO) 등 다양한 작품의 넘버들을 소화할 예정이다.

공개된 세트리스트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기타와 함께하는 스페셜 스테이지’였다. 조형균은 인터뷰 도중 송 포 유 이야기가 나오자 이 특별한 무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김경육이라는 작곡가가 계시는데, 그분이 쓴 노래가 있어요. 그냥 형이 전부터 이야기하던 게 있었어요. ‘네가 만약 콘서트를 하게 되면 이 노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예전에 데모 버전을 한 번 들려준 적이 있는데 홍광호 형님이 녹음을 했더라고요. ‘그분이 부른 걸 나보고 불러 달라는 거야?’ 했죠.(웃음)”

오래전의 약속이 이뤄지게 됐다는 말을 덧붙인 조형균은 앞으로 27일 열리는 ‘송 포 유’ 공연과 오는 9월 30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페스트’ 무대에 오를 일을 남겨놓고 있다. 쉴 틈 없이 달리고 있는 조형균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이날 조형균은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고,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관객들에게는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동료들에게는 같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사람들에게 ‘그때 형균이랑 재미있게 공연했는데…’ 이 말 들으면 성공한 인생일 것 같아요. 나이 먹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대학로 어디 조그만 공연장 빌려 공연하고, 공연 끝나고 나면 술 한 잔 하고. 좋을 것 같아요”

조형균이 꿈꾸는 ‘신뢰감을 주는 배우’, ‘같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소망은 어쩌면 ‘대스타’가 되는 것보다 이뤄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조형균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한 발을 자연스럽게 내디뎠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취재후기] 인터뷰 말미 조형균은 자신을 ‘초년생’이라고 지칭했다. 의외의 단어 선택에 물음이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2008년 데뷔 이후 꽤 꾸준히 작품에 참여한 배우의 입에서 나올 만한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는 배우라는 직업이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년 수에 비하면 ‘아이’라고 생각해요. 전 아직 ‘초년생’이에요.”

의문을 갖는 기자에게 조형균이 남긴 말이다. 그의 배우 인생이 길고 영롱하게 빛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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