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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한국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동반 준우승, 성과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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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한국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동반 준우승, 성과와 과제는?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8.29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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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경쟁력 입증-대형 투수 발굴... 강속구에 고전, 승리 지상주의 되돌아봐야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세계 정상을 노렸던 한국 리틀야구의 도전이 아쉬움으로 막을 내렸다.

지희수 감독이 이끄는 12세 이하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 라마데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70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LLWS) 결승전에서 미주 디비전 우승팀 미드-애틀랜틱 뉴욕 엔드웰에 2-1로 석패했다.

최철훈 감독이 지휘한 13세 이하 대표팀은 이달 초 인터미디어트 월드시리즈에서 미주 디비전 우승팀 하와이 마우이에 5-1로 졌다. 2014년엔 12세가, 지난해에는 13세가 챔피언에 올랐던 터라 이번엔 동반 우승을 외쳤는데 둘다 준우승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2016년 월드시리즈를 통해 한국 리틀야구가 얻은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가.

◆ 단기전 DNA, 일본 탈락과 대조 

‘아시아의 맹주’임을 확인한 건 매우 고무적이다. 13세의 경우 아시아-퍼시픽 지역예선 결승에서 일본을 11-0, 5회 콜드게임으로 완파했다. 12세는 본선에서 일본을 10-4로 물리친 캐나다를 10-0, 5회 콜드게임으로 가볍게 눌렀다.

13세는 라틴아메리카 대표 퀴라소(네덜란드령 섬), 푸에르토리코를 줄줄이 꺾고 결승에 안착했고 12세는 퀴라소, 캐나다, 멕시코, 파나마를 물리치고 최고의 무대를 밟았다. 아시아만 제패하면 본선에서 얼마든지 통한다는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12세의 경우 파나마에 3-2로 진 게 오히려 약이 됐다. 패자전을 통해 부활했고 사흘 만에 완벽한 설욕전(7-2 승)을 펼쳤다. 긴 여정의 가장 큰 고비는 대만이었다.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통과만 하면 한국은 특유의 ‘단기전 DNA’를 발휘할 수 있다.

▲ 인터미디어트 월드시리즈에서 준우승한 13세 대표팀. [사진=한국리틀야구연맹 제공]

◆ 최유빈-정준호-조원태, 대형 투수 발굴

한국은 오타니 쇼헤이같은 젊은 대형 투수를 꾸준히 배출하는 일본야구를 부러워한다.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와이번스) 이후 고교 졸업과 동시에 스타가 되는 투수가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 이번 월드시리즈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양질의 투수 자원을 대거 발굴했기 때문이다.

12세 월드시리즈에서 한국은 팀 탈삼진 부문 타이기록(76개)을 세웠다. 오른손 정통파인 최유빈(서울 광진구), 김재경(경기 성남 분당구), 박상헌(서울 마포), 왼손 정통파인 조원태(서울 강동구), 오른손 사이드암 정준호(경기 의정부시)가 합작한 눈부신 성과다. 13세의 육동운(경기 오산시), 김규민(경기 수원 영통구)도 빼어난 기량을 뽐냈다.

그래서 중고교 지도자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들의 마운드 경쟁력이 유지되면 한국 야구의 미래는 밝다.

◆ 파나마-미국에 고전한 천재들, 큰물이란 이런 것 

12세의 유정택(서울 광진구), 권세움(경기 파주시), 최민호(경기 하남시) 등은 국내 무대를 초토화시키는 ‘천재’들이다. 그런데 라이언 할로스트(뉴욕 엔드웰), 카를로스 곤잘레스(파나마) 공략에 애를 먹었다. 시속 80마일(128㎞)에 육박하는 강속구, 낙차 큰 브레이킹볼은 한국에선 보기 힘든 공들이었다.

1985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 중 프로무대에서 자리를 잡은 선수는 심재학, 조경환, 김경원 정도가 전부다. 리틀야구 현장 지도자들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바라보며 “재능만 믿고 으쓱했다간 큰일이다. 건방지고 게을러지는 순간 끝”이라며 “결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큰물에서 놀아본 경험, 분패를 통해 다진 멘탈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 눈치 보는 아이들, 누리꾼 지적 새겨야 

8월은 올림픽의 달이었다. 리우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에서 국민들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는 국가대표들을 봤다. 오직 1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성적을 내고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준우승이 확정되자 12세 선수들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스스로를 나무랐다. 일부는 눈물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대회 내내 “작전 실패 후 벤치의 눈치를 보는 아이들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른들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중압감을 준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리틀야구가 각광받는 건 수업을 모두 듣고도 참여할 수 있어서다. 야구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라는 점이 초등학교 야구부와 갖는 차별성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맛보기에 아직은 많이 어린 나이다. 소년 태극전사들은 세계 2등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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