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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연장을 즐긴 '대담녀' 김민지, 같은 샷건 남친이 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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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연장을 즐긴 '대담녀' 김민지, 같은 샷건 남친이 운 사연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9.27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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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에게 바치는 스키트 금메달, 리우 올림픽 쿼터 획득 다짐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슛오프 때요? 하나도 안 떨리던데요. 그 친구한테는 안 진다고 생각했어요.”

생애 최고의 날을 보낸 김민지(25·KT)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김민지는 27일 경기 화성 경기종합사격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스키트 개인전 결승에서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장헝(중국)을 4-3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의 국제대회 첫 금메달이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자 웨이닝(중국)의 벽에 막혀 2위에 만족해야 했다. 4년 뒤 인천 대회에서만큼은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수많은 피전을 깨뜨렸고 그 꿈은 현실이 됐다.

그는 앞서 열린 스키트 단체전에서도 곽유현(34·국군체육부대), 손혜경(38·제천시청)과 호흡을 맞춰 206점을 기록, 중국(208점)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단체전 성적이 조금은 아쉽지 않냐고 묻자 김민지는 “연습 때 너무 맞지 않아서 개인전은 기대도 안했다. 언니들은 워낙 잘 쏴서 단체전만 바라봤는데 그마저도 나 때문에 망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운이 따라줘 개인전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단체전 은메달에도 완전 만족한다”고 깔깔 웃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날 법했다. 클레이 사격 선수 출신인 고 김대원 씨는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인 2006년 고교생 딸을 사대로 이끌었다. 국내 고등부와 주니어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던 김민지는 아버지의 엄한 지도가 싫어 훈련을 게을리 했다. 게다가 2007년 폐암으로 아버지를 여의며 슬럼프에 빠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 선수 19명 중 18위에 그치며 경험 부족을 절감했다.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절치부심한 그는 부지런히 방아쇠를 당겼고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개인전, 단체전 은메달 2개를 따내며 부활했다.

당시 시상대에서 김민지는 아버지 생각에 펑펑 울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20대 중반이 된 그는 강해졌다. 아버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단단해졌다.

그는 “예전에는 아빠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났고 경기 중간에도 생각이 났다”면서 “어느 순간 아버지 생각에 너무 얽매여 있는 느낌을 많이 받고서 지금 나를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 충실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스탠드에는 외할머니 홍순교 씨와 어머니 최영미 씨가 김민지를 응원하기 위해 자리잡았다. 그는 “외할머니가 나만 바라보고 계셨다. 내가 금메달 따는거 보고 돌아가시는 게 소원이라고 늘 말씀하셨다”며 “외할머니를 위해 총을 쐈다. 경기 끝나고 얼굴을 보니 울컥했다”고 전했다.

김민지의 남자친구는 조용성(창원시청). 역시 클레이 사격 선수다. 조용성은 여자친구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 그는 안타깝게도 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져 이번 아시안게임에 함께하지는 못했다.

김민지는 “경기 후 통화를 했다. 나도 울지 않았는데 오히려 남자친구가 울더라”며 “그동안 총이 너무 안 맞아서 짜증을 많이 부렸다. 그동안 쌓였던 것이 터졌나보다”라며 미안함을 전했다.

조용성의 아버지, 김민지의 시아버지가 될 분 또한 사격인이다. 다름 아닌 남자친구 팀의 사령탑, 조현진(창원시청) 감독이다. 김민지는 결혼과 관련한 질문을 꺼내자 “내년에 메이저 대회가 없으니까 하자는 계획만 있을 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섣부른 추측을 경계했다.

▲ 김민지(오른쪽)의 남자친구 조용성 역시 클레이 사격 선수다. 그는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아시안게임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사진=김민지 제공]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에서 생애 첫 세계 무대 메달(동)을 땄던 김민지는 아시안게임에서도 물오른 기세를 이었다. 이제 다음 목표는 당연히 올림픽이다.

김민지는 “런던 올림픽 전에 (출전)쿼터를 못 따서 아쉬웠다”면서 “내년에 있는 국제대회들은 모두 쿼터가 있다. 베이징 때 못했던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쿼터를 획득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클레이 사격이 알려져 기분이 좋다”며 “스키트는 움직이는 목표물을 쏘는 종목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종목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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