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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락(樂) 개론] 잘 하다 그만! 배구가 '흐름의 스포츠'인 이유(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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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락(樂) 개론] 잘 하다 그만! 배구가 '흐름의 스포츠'인 이유(上)
  • 최문열
  • 승인 2016.09.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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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문열 대표 이세영 기자] “지금껏 보여줬던 팀 컬러가 완전히 사라졌네요.”

“예선전에서는 가볍게 이겼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응원하던 배구팀이 객관전인 전력에서 우세하거나 혹은 크게 뒤지지 않는 상대 팀에게 어이없이 패하면 팬들은 이 같은 볼멘소리를 하곤 한다.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2016리우올림픽 여자배구는 하나의 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변과 파란이 속출한 까닭이다. A조 1~4위인 브라질 러시아 한국 일본이 8강전에서 모두 패해 B조 1~4위인 미국 네덜란드 세르비아 중국이 ‘그들만의 4강 잔치’를 벌였다.

▲ 전 대회 2연속 은메달리스트인 미국은 2016리우올림픽 여자배구의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팀이었다. 죽음의 조로 통했던 B조에서 5전승으로 조 선두로 8강에 오른 미국은 일본을 가볍게 꺾은 뒤 4강전에서 세르비아에 1-3으로 패해 동메달에 그쳤다. [사진 = 국제배구연맹 제공]

특히 4위(2승3패)로 8강에 턱걸이한 중국은 8강전에서 3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브라질을 3-2로 물리치고 4강에 오른 뒤 예선에서 2-3으로 진 네덜란드를 3-1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어 중국은 예선서 0-3으로 무릎을 끓은 세르비아를 맞아 3-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1984년 LA,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통산 3회 우승의 역사를 썼다.

사상 첫 은메달을 거머쥔 세르비아 역시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8강전서 ‘전통의 강호’ 러시아를 3-0으로 완파한 세르비아는 예선서 1-3으로 패한 2연속 은메달리스트인 미국에 3-2의 뼈아픈 일격을 가하며 결승에 올랐다.

결국 B조 4위 중국이 금, 3위인 세르비아가 은, 1위인 미국이 동, 2위인 네덜란드가 4위를 차지한 것으로 리우올림픽 여자배구는 이변의 막을 내렸다.

▲ 중국 여자배구대표팀은 B조 예선에서 조 4위로 8강에 올랐으나 이후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브라질과 네덜란드 세르비아를 차례로 물리치고 올림픽 통산 3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사진 = 국제배구연맹 제공]

A, B조 5전승을 달리던 우승후보들인 브라질과 미국이 덜미를 잡히는 등 이변이 연출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배구경기에서는 이따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전력 차가 현격하게 크지 않을 경우 당일 컨디션과 집중력, 기세에 따라 명암이 교차하는 경우가 있다.

배구 경기에서는 잘 나가던 팀이 갑자기 난조에 빠지기도 하고 부진했던 팀이 살아나는 등 팀 전력의 굴곡이 요동을 치기도 한다. 그 요동은 V리그 한 시즌 내내, 심지어 한 경기 3~5세트 동안 수시로 춤을 추어 팬들의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한다.

대부분 스포츠들이 흐름을 타지만 배구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한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이유는 배구라는 스포츠가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 때문이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게 되면 배구를 보는 재미는 더 커질 것이 분명하리라.

 

# 좁은 코트에서 여섯이 하나처럼 한 번에 하나만, 그것도 찰나의 순간에!

마치 살얼음판 같다. 언제 어디서 금이 갈지 모를 만큼 아슬아슬하다는 이야기다.

9×9m의 좁은 코트에 여자부의 경우 평균 신장 180cm를 훌쩍 넘는 장신 여섯 명을 보면 빡빡하다. 인구 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선수 각각의 위치와 움직임 등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 세르비아는 8강전서 '전통의 강호' 러시아를 3-0으로 완파하고 이어 4강 전에서는 예선에서 1-3으로 패한 미국을 3-2로 물리친 뒤 사상 첫 은메달의 기쁨을 맛봤다. [사진 = 국제배구연맹 제공]

그 빡빡한 공간에서 여섯이 하나처럼 유기적으로 분업 체계를 갖춰야 한다. 서브리시브 – 토스 – 스파이크, 또는 블로킹 – 리시브 – 토스- 스파이크, 두 과정을 수시로 반복해야 한다. 그것도 한 번의 과정에서 한 사람이 연속으로 두 번 할 수 없다.

한 사람이 연속 여러 번 시도하다보면 긴장도 풀리고 감각도 살아날 텐데 한 과정에 딱 한번인데다 그것도 찰나의 순간적인 공 접촉이다 보니 매순간 초긴장 모드가 아닐 수 없다. 각각의 분업 과정에서 한번 실수는 실점이 될 수 있고 경기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기도 하다.

배구는 서브를 넣을 때 외에는 공을 갖고 있을 수 없다. 매 과정 단 한 번의 순간 접촉으로 컨트롤하며 동료에게 공을 업그레이드 시켜줘야 한다.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가 오더라도 안정적인 서브리시브로 밀어줘야 하고 행여 불안한 리시브에도 토스를 공격수에게 ‘먹음직스럽게’ 띄워줘야 한다. 이런 선순환 과정을 거치면 시너지가 난다. 하지만 어느 한 곳에서라도 균열이 생겨 분업 체계가 흔들리게 되면 난조에 빠지기 십상이다.

▲ 네덜란드와의 3~4위 전에서 승리하고 동메달을 따낸 미국여자대표팀. 당초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미국은 4강전에서 세르비아에 일격을 당하며 기세가 꺾였다.[사진 = 국제배구연맹 제공]

여섯 명이 한 몸처럼 협력하며 분업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것도 한 순간의 볼 접촉만으로, 심지어 매 과정 연속 없이 딱 한 번의 기회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 배구가 어디 하나 삐걱대면 무너지기 쉬운 살얼음판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 인간이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서 하다 보니?

배구가 심하게 흐름을 타는 이유는 또 있다.

배구의 주요 플레이는 하부 영역(low-zone)과 상부 영역(high-zone)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부영역은 무릎과 바닥 사이를 의미한다. 상부영역은 선수들이 팔을 최대로 뻗을 수 있는 높이, 바닥 위 3m50 이상의 영역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스포츠가 머리와 무릎 사이인 중간 영역(mid-zone)에서 경기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배구의 차별점이라고 말한다.

하부 영역을 손이 아닌 발로 하거나 도구를 사용해 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배구는 바닥으로 몸을 날려 손으로 공을 받아내야 한다. 배구경기에서 하부영역은 수비동작의 기본인 다이빙, 롤링, 점프 다이빙 등을 의미한다.

▲ 배구는 하부 영역(low-zone)과 상부 영역(high-zone)에서 플레이가 이뤄진다. 하부영역은 무릎과 바닥 사이를 의미하는데 수비 시 다이빙과 롤링이 여기에 포함된다. [사진 = 국제배구연맹 제공]

상부 영역은 스파이크와 블로킹 등으로 득점의 대부분은 이를 통해 이뤄진다. 지면에서 발을 떼어 점프하거나 또는 지면에 몸을 엎드려 움직여야하는 동작이 무수히 많다.

이는 다시 말해 배구는 인간으로서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서 플레이를 하므로 고도의 훈련이나 당일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배구락(樂) 개론 다음 편에서는 ‘배구가 ‘흐름의 스포츠’인 몇 가지 이유(上)에 이어 두 번째 하(下) 편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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