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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토크] '밀정'의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들…황옥·김시현·현계옥·김상옥·김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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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토크] '밀정'의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들…황옥·김시현·현계옥·김상옥·김원봉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9.0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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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9월 7일 개봉하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밀정'은 일제강점기 시절 활발한 일제에 대한 폭탄테러 등 활발한 무장독립운동을 펼친 의열단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의열단은 1919년 만주 지린성에서 조직된 항일 무장독립운동단체로 무장독립투쟁의 전설로 불린 의열단장 김원봉을 중심으로 일제 요인에 대한 암살활동과 폭탄테러 등 파괴활동을 전개하며 1920년대 활발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뜨거운 애국심으로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고 활발하게 무장독립투쟁을 이어간 의열단의 존재는 그래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 영화 '밀정'에서 김시현 열사를 모티브로 한 김우진(공유 분)과 황옥 경부를 모티브로 한 이정출(송강호 분).

하지만 의열단장인 김원봉이 해방 이후인 1948년 월북하면서 의열단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영화에서 의열단의 존재를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그려낸 영화는 2000년 '아나키스트'가 사실상 처음이다. 이 때도 '의열단'의 역사적 사명을 제대로 그려내기보다, 의열단이 가진 무정부주의적 속성을 부각시켜 겉멋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에 그쳤다. 그래서 의열단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영화는 조승우가 의열단장 김원봉을 연기하며 등장한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 사실상 처음이라 할 수 있다.

김지운 감독의 '밀정' 역시 의열단이 1923년 일본 황궁에 폭탄을 투척한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작품.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실존인물들과 차이가 있으며 사건의 전개에도 차이가 있지만 영화는 명백하게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밀정'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이정출'은 바로 '황옥 경부 폭탄 사건'에서 사건의 이름으로 언급된 황옥(黃鈺)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황옥은 경기도 경찰부에서 일본경찰 경부로 근무했지만, 영화 '밀정'에 묘사된 것처럼 의열단원 김시현과 접촉해 일본경찰로 독립운동에 투신하게 되는 인물.

황옥은 1923년 김상옥 열사의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사건에 대한 범인 검거를 위해 중국에 가서 의열단장인 김원봉을 만났고, 김시현과 함께 폭탄을 국내에 반입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실제 모델인 황옥의 독립운동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황옥이 의열단 활동을 맹세하고 김시현과 함께 국내에 폭탄을 잠입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순수한 의도에서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일본경찰의 밀정으로 의열단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투입된 것으로 보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공유가 연기한 '김우진'의 모델은 바로 위의 '황옥 경부 폭탄 사건'에서 황옥과 함께 국내에 폭탄을 밀반입한 의열단원 김시현(金始顯)이다. 김시현은 황옥과 함께 종로경찰서에 이어 이번에는 조선총독부 폭탄테러를 위해 폭탄을 반입했지만 대구에서 체포되어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영화에서는 공유가 연기한 '김우진'의 검거 이후 행적이 자세히 드러나지 않지만, 김우진의 실제 모델이라 할 수 있는 '김시현'의 이후 행각은 의열단을 소재로 2000년에 제작된 영화 '아나키스트'에서 등장한다. '아나키스트'에서 다섯 명의 단원 중 막내인 상구(김인권 분)의 모델이 바로 김시현의 이후 행각과 매우 유사하다.

김시현은 광복 이후인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의 독재에 반발해 이승만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실패해 사형선고를 받았고, 1960년 4.19 혁명 이후 석방된다. 그리고 '아나키스트'에서도 다섯 명의 단원 중 홀로 조국광복을 맞이한 '상구'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친일파를 죽이러 간다는 말을 남기며 김시현이 모델임을 은연 중에 밝힌다.

▲ 영화 '밀정'에서 현계옥 열사를 모티브로 한 연계순(한지민 분), 의열단장 김원봉을 모티브로 한 장채산(이병헌 분), 김상옥 열사를 모티브로 한 김장옥(박희순 분).

'밀정'의 오프닝에서 수십 명의 일본 경찰을 상대로 현란한 도주극을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기는 김장옥(박희순 분)의 실제 모델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1923년 의열단원으로 종로경찰서 폭탄테러를 성공시킨 김상옥 열사다. 김상옥 열사는 1919년 국내에서 혁신단을 조직해 일본 고관과 민족반역자에 대한 암살 활동에 나섰고, 1920년에는 상하이로 망명해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의열단에 가입하며 활발한 무장독립운동에 나선다.

김상옥 열사는 1923년 1월 상하이에서 국내로 밀입국한 후, 12일 종로경찰서에 폭탄테러를 벌여 성공을 거뒀다. 이후 김상옥 열사는 매부인 고봉근의 집에 숨어 있다가 밀고를 당하자 은신처를 옮겨다니며 몸을 숨겼고, 1월 22일 결국 은신처가 탄로나자 일본 무장경관 400명을 상대로 권총 두 자루를 들고 3시간 넘게 총격적은 벌이다가 마지막 총알로 자결을 했다.

'밀정'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의열단장 정채산은 말할 것도 없이 의열단장인 김원봉(金元鳳)을 모티브로 하는 인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김원봉은 의열단장이라는 신분으로 항상 암살에 노출되어 있어 여러 가명을 사용했고, 영화에서 등장한 '장채산' 역시 가명 중 하나로 등장한다. 이미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가 연기하기도 했던 김원봉은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한 후 무장항일투쟁을 전개했고, 이후 1938년에는 조선의용대를 조직해 만주 지역에서 무장독립운동을 펼치는 등 해방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밀정'에서 공유가 연기한 '김우진'을 사모하는 기생 출신의 여성 의열단원 '연계순'은 실제 기생 출신의 의열단원이자 여성 독립운동가인 현계옥(玄桂玉)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현계옥은 대구 출신의 기생으로, 19세의 나이에 '운수좋은 날'을 쓴 현진건의 사촌 형인 독립운동가 현정건을 따라 대구에서 서울의 한남권번으로 올라왔다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상하이로 떠나 1919년 의열단에 가입하게 된다.

현계옥은 여성 의열단원으로서 의열단장 김원봉에게 직접 폭탄제조법과 사격술을 배워 만주와 상하이 지역에서 다양한 비밀공작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영화 '밀정'에서는 김시현을 모티브로 한 김우진(공유 분)과 함께 한국에 들어와 폭탄테러 활동을 하다 체포되어 고문을 받다가 세상을 떠나지만, 실제로는 상하이에서 현정건과 함께 계속 항일무장투쟁을 이어가다가 연인인 현정건이 1928년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3년의 형을 살고 출옥해 고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자 이후 시베리아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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