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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진땀' 흘린 슈틸리케호, 중국의 무색했던 '공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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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진땀' 흘린 슈틸리케호, 중국의 무색했던 '공한증'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6.09.03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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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이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스스로를 낮추며 '한국과의 좋은 경기를 기대한다'고 각오를 밝히던 가오훙보(高洪波·50)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서 뭔가 모를 자신감이 엿보였다.

아마도 기자회견 내용을 접한 축구팬들은 '그래도 중국인데~'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1일, 중국을 한 수 아래로 생각하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은 중국 축구로부터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위압감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호각소리와 함께 드러난 그들의 축구는 여전히 거칠었지만 이전보다 세련미가 더해졌고 늘 부족했던 투지와 체력까지 좋아 보였다. 중국 국민들의 전적인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으로 일궈낸 결실일 터.

 
 

열광적인 원정응원단의 함성에서 '이번에야말로 공한증을 깨부숴 보자'는 중국 팬들의 강한 바람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비록 정쯔의 자책골, 구자철의 추가골, 그리고 이청용의 쐐기골이 터졌을 때 상암은 붉은악마들의 응원소리로 가득 찼지만 중국 선수들의 움직임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무려 3점이나 앞서 있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주문을 멈추지 않았다. 점수와는 별개로 경기 내용은 중국을 압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지던 70분쯤, 중국의 위하이가 만회골을 터뜨리고 이어 장샤오빈이 추격골을 성공시킨다.

 

순식간에 두 골을 허용한 후 분위기는 완전히 중국으로 넘어갔고 정규시간이 끝날 때까지 중국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주어진 3분의 추가시간, 피치 위에서 포착된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모습은 다소 낯설어 보였다.

 
 

연신 이마의 땀을 훔치는가 하면 심판 판정 하나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평소 과묵하고 경기 중에도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던 슈틸리케의 모습이 아니었다.

 

길고 긴 추가시간이 끝나고 종료 휘슬이 울리자 슈틸리케 감독은 뒤돌아서며 소심한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 모습은 힘겨운 승리에 안도하는 모습 같았다. 게다가 한국 선수들은 경기가 끝났지만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중국 선수들은 아쉬움에 얼굴을 감쌌다. 그동안은 한국 대표팀에 더 어울렸던 '투혼'을 이날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선보인 중국 선수들은 중국 원정 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냉정과 열정의 표본인 슈틸리케를 긴장케 한 중국 축구. 상암벌에서 목격된 그들의 축구에서 더이상의 공한증은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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