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포크싱어](13) '그대생각' 이정희, 7080 부흥의 선봉에 서다 (인터뷰Q)
상태바
[포크싱어](13) '그대생각' 이정희, 7080 부흥의 선봉에 서다 (인터뷰Q)
  • 연나경 기자
  • 승인 2016.09.07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자 TIP!] '사람 일은 모른다'는 문장은 많은 사람들이 여러 번 아로새길 만한 문장이다. 한 번의 우연은 여러 번의 필연을 만들고, 필연을 운명화한다. 예술가들의 경우 한 번의 우연이 인생 전체를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스포츠Q(큐) 글 연나경 · 사진 최대성 기자] 28년의 공백을 넘어 정규 6집을 낸 가수 이정희의 최근 행보는 적극적이었다. 매체 인터뷰는 물론이고, 많은 방송에도 출연하며 자신의 컴백을 알렸다. 지난 8월,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한 가수 이정희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내눴다.

◆ 과거의 영광 그리고 현재 "게으르지 않게 나이들 것,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지금"

 

이정희는 한양대 무용과 학사 출신의 가수다. 무용과 노래는 어찌 보면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예술가 이정희의 시작은 합창단부터였다. 그는 유년기와 청소년기, 합창단에 들면서 노래를 해왔고, 한양대 시절 만났던 미팅남은 이정희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인생을 바꿨다.

"저에게 노래를 준 미팅남이 인생을 바꿨다고 할 수 있죠. 목소리를 알아봤고, 제게 대학가요제에 나가보라고 제의를 한 것이니까요. 다시 노래를 하게 된 계기가 그 사람의 곡은 맞는 거죠. 무용을 시작했다고 해서 노래를 놓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멈췄다뿐이지, 대학가요제를 계기로 이정희의 노래 인생이 다시 한 번 이어진 것 같네요."

이정희가 만약 그 미팅에 나가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는 그를 무용수나 교수 이정희로 알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가 실제로 교수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자격증이 있었어요. 아마 교수가 됐거나, 무용단에 들어갔거나 둘 중에 하나였을 건데. 이렇게 보면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아요."

이정희는 '그대생각'으로 1979년 TBC 대학가요제에서 금상(당시 대상)을 수상하고, 대학가요제의 수혜자가 됐다. 1980년대 초반, 이정희는  KBS 방송음악대상 가요부문 여자가수상을 받고 MBC 10대가수 여자가수부문에 오르는 등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는 과거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과거를 돌아봤을 때 건방지게 군 게 가장 후회가 돼요. 그땐 항상 잘 되는 줄 알았나 봐요. 그런데 생각이 깊어지면서 나중에야 과거의 영광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게으르지 않게 나이 먹고 싶어요. 하루하루가 참 행복해요.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다 만나고,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있으니까요."

◆ 미국 생활은 또 하나의 전환점 "고집과 자기 발전은 반비례"

 

이정희는 28년의 공백기 동안 미국에서 가수가 아닌 사업가로 살았고,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그 과정에서 그의 모든 것은 '미국화'됐고, 그 '미국화'는 돌아왔을 당시 한국 생활에 약간의 걸림돌이 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미국에서의 라이프 스타일이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 곳에서는 나를 속일 필요가 없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사람들이 '한국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를 한국화 시켰는데 사람은 나이가 먹을수록 가식의 마스크를 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보다 많이 알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실제로는 자존심 상해하는데, 배우려고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정희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들에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고집'과 '자기발전'을 연관지어 이야기했다. 고집과 자기발전은 반비례한다는 말이었다.

"고집은 다른 곳에 부리는 거예요. 음악적으로 후배에게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 해요. 젊은 감각은 절대 무시 못해요. 엔지니어랑 작업할 때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듣는데, 나는 그걸 받아들여요. 사람들에게 겸손하고, 배우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려고 하더라고요. 적극적으로 살게 된 게 몸에 배고,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을 매번 하면서 사는 게 인생에 다 도움이 돼요."

"한국 와서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들었는데, 감성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다음에는 그런 스타일로 노래를 해봐야겠다 생각했고, 랩도 노래에 접목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회가 되면 도전해 보려고요."

◆ 이정희의 긍정…7080 가수들의 기를 모으다

 

이정희는 보통의 7080 가수들과는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현재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7080 스타들에게 희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행보가 혼자 성공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며, 동시대에 같이 활동했던 스타들과 '함께' 가고 싶다는 의지였다.

"과거에 제 활동이 맹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내 캐릭터를 보여주는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그 시절 사람들하고 함께 나이들고 싶은 거예요. 지금 7080의 음악성을 인정해 주고 같이 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너무 기쁜데, 그런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저를 보고 '나도 열심히 해야지'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늘어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는 지금의 아이돌 음악 시장을 '유행'에 빗댔다. 7080 음악이 사장되기보다는, 언젠가 다시 트렌디하게 돌아올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는 자신의 활동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용기를 내길 바랐다.

"유행이 돌고 돌듯이, 트렌드도 돌고 돌아요. 게다가 평균 수명도 길어졌어요. 아직 7080 음악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살아 있고, 그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투자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활성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목소리 높이는 것도 필요하고, 긍정적인 힘으로 군중을 끌어야 하는 것도 중요해요. 내 활동으로 7080 가수들 사이에서도 기가 모아지고, 이 모아진 기가 좋은 결과로 연결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정희는 기를 모으기 위한 행동에 참여한다. EBS FM은 가을 개편을 맞아 9월4일부터 '일요음악여행-가요'의 DJ를 이정희로 발탁했고, 이정희는 활동 중단 이후 오랜만에 DJ로 활동하게 됐다.

"7080 가수들 중에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 많아요. 하지만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은 한정이 돼 있죠. 콘텐츠 개발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맡은 EBS '일요음악여행'에서는 7080 가수들을 많이 초대할 건데, 라이브를 들어볼 수도 있고 그 당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괜찮은 프로그램이 될 것 같아요."

◆ 이정희의 도전, "삶에 맞는 목소리 표현"

 

이정희는 본래 맑고 청아한 가진 가수였으나, 깊은 허스키로 목소리가 바뀌었다. 하지만 과거에 미련을 두지 않았기에, 삶에 맞는 목소리로 표현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하고 싶어요. 나이에 맞는 재즈풍의 노래도 해보고 싶고요. 가수는 여러 분야의 노래를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전과 다르게 변하셨네요, 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내 삶에 맞는 목소리로 표현 하는 게 진정한 가수의 모습이 아닐까요?"

이정희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미국에서 사업가로 활동했던 경력을 살려 음반 제작에도 도전하려 한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해,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이다.

"아직 한국의 음악시장에 대해 상황파악이 하나도 되지 않았어요. 일년 반 활동 가지고 뭘 알겠어요. 현재는 시장 파악에 더 총력을 기울이고, 기회를 봐야 할 것 같아요."

오랜만에 한국에 왔으니, 콘서트 얘기가 자연히 흘러나왔을 법했다. 하지만 이정희는 콘서트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상황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프로였다.

"이정희 쇼를 만들고 싶어요. 근데 완벽하게 갖춰졌을 때 할 거예요. 내가 자신 있을 때, 남들과 차별화되는 럭셔리한 쇼를 만들고 싶어요. 급하게 해서 일을 그르치고 싶지 않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와 주는 콘서트가 됐으면 해요.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으니까, 생각대로 하나하나 진행해 보려고요."

◆ 이정희 소개

1979년 TBC 대학가요제 '그대생각'으로 금상
'그대여' '바야야' 등 히트곡으로 1981년 MBC 10대가수 여자가수부문, 1982년 KBS 방송음악대상 가요부문 여자가수상 수상
2016년 6집 LEE JUNG HEE - 6th Music Album 발표.

◆ 취재후기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이정희의 행보는 신중했다.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그 시절의 가수들과 함께 재연하고 싶어했다. 그의 말처럼, '아메리카 스타일'로 살아온 이정희는 많은 사람들이 일부만 알고 있는 과거의 모습과 비교해도 분명히 달라 보였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