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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쇼미더머니!" 스포츠에이전트 한국 상륙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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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쇼미더머니!" 스포츠에이전트 한국 상륙 임박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9.08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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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산업 신동력, 한국형 에이전트 제도 정착 제언 컨퍼런스... 350여명 참석 성황

[스포츠Q(큐) 글 민기홍, 이규호·사진 이상민 기자]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주인공 톰 크루즈는 자신의 클라이언트인 미식축구선수와 함께 이렇게 소리를 지른다.

“쇼미더머니!”

스포츠 에이전트의 영역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슈퍼스타들의 연봉 협상, 스케줄 관리, 광고 계약 등이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유망주를 직접 발굴해 해외로 보내고 영입한다. 코치와 상의해 선진 훈련법을 도입,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돕기도 한다. 돈을 벌어다주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업은 정부가 내놓은 스포츠산업 활성화 대책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 8월, 2015년 1월, 2016년 3월 등 3회에 걸쳐 스포츠대리인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스포츠산업 육성의 첨병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 강정호, 박병호를 MLB로 진출시킨 앨런 네로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잘 들어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에 띄는 움직임에 발맞춰 경향신문, 스포츠경향이 8일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2016 국제스포츠 에이전트 초청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주제는 ‘프로스포츠 산업의 신동력, 한국형 에이전트 제도 정착을 위한 제언’이다.

앨런 네로 옥타곤 베이스볼 대표이사, 마틴 라트 아페르투라 스포츠 대표이사, 공현수 IMG코리아 이사, 권재우 JD스포츠 대표이사, 장달영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 등 글로벌 무대에서 스포츠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저명 인사 5명이 발제자로 나섰다.

고교생부터 스포츠산업 구직자, 한국농구연맹(KBL), 스포티즌 등 스포츠산업 실무자, 각 체육대학생과 각 학교 교수에 이르기까지 350여 명이 객석을 가득 메워 성황을 이뤘다.

◆ "황희찬이 좋은 예, 에이전트 책임감 중요"

라트 대표는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홍정호(장쑤 쑤닝), 황희찬(잘츠부르크), 류승우(페렌츠바로시) 등 태극전사들이 유럽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은 인물이다. 독일 출신의 변호사로 15년간 스포츠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는 에이전트가 필히 갖춰야 할 소양으로 “감독, 구단, 미디어, 스폰서 등과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 이를 구축하는데 수십년이 걸린다”며 “적절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관리해야 업무를 잘해낼 수 있다. 한 국가에 한정되어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자기가 맡은 스포츠의 모든 규정도 알아야 한다”며 “연봉만 신경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계약서 작성 시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하는지 보너스, 승리수당을 고려해야 한다. 큰 팀과 작은 팀의 경우 이것이 다르다”고 디테일을 강조했다.

▲ 공현수 IMG코리아 이사(왼쪽)와 마틴 라트 아페르투라 스포츠 대표이사.

책임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선수가 어린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는 것. 라트 대표는 “에이전트가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커리어를 망칠 수 있다”며 “에이전트가 자신의 이익을 쫓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데 이는 리그와 연맹에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황희찬의 계약을 좋은 사례로 들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맹활약하며 최근 성인대표팀에도 승선한 그는 독일에서 뛰기에는 조건이 맞지 않았고 결국 오스트리아로 눈을 돌렸다. 라트 대표는 “적절한 곳으로 이적한 예”라고 설명했다.

독일과 비교하며 한국 에이전트 시장의 열악함도 지적했다. 그는 “독일에는 500명의 에이전트가 있다. 샐러리의 14%를 가져간다”며 “한국의 경우 에이전트 수수료가 3%다. 생계를 잇기 어렵다. 게다가 계약 연장 시 수당이 없어 이적을 고려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앨런 네로 "세일즈 능력 갖춰야", 공현수 "지름길이나 해답은 없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연사 네로 대표는 자신의 과거를 주로 이야기했다. 그는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를 메이저리그(MLB)로 보낸 이로 스캇 보라스, 제프 무라드 등과 야구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 1세대 에이전트다.

네로 대표는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잘 들어주며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세일즈 능력과 경험을 갖춰야 한다. 생명보험 판매를 통해 사람을 다루는 법, 경청하는 법을 배웠다. 마케팅, 스포츠 등 세세한 부분보다는 에이전트와 관련된 스포츠 전반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2016 국제스포츠 에이전트 초청 컨퍼런스에는 350여 명의 청중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이어 “35년간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요람에서 무덤까지 선수를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금, 법률, 금융 말고 자동차나 아파트 구매, 이혼, 장례 등 선수들의 24시간을 관리하게 될지 모른다”며 “예전과 달리 지금은 에이전트가 어린 선수를 찾아간다. 인생 전반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경주, 양용은, 김경태, 리디아 고, 미셸 위 등 세계적인 남녀 골퍼들을 관리하고 있는 IMG 한국지사의 공현수 이사는 “타이거 우즈의 에이전트 마크 스타인버그는 에이전트가 갖춰야 할 소양으로 ‘신뢰’와 ‘정직’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며 “에이전트는 선수에게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 선수의 명성을 이용해 이득을 얻으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산업규모에 대해 “에이전트 전문 업체들이 최근 등장했지만 아직 선수 마케팅을 대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축구를 제외하고는 제도도 도입되지 않았다”며 “에이전트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국내 스포츠산업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공 이사는 에이전트를 꿈꾸는 학생의 질문에 “지름길이나 해답이 없다. 특별히 어떠한 경험이나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것도 없다”며 “법학, 스포츠 마케팅, 회계를 전공한다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일단 이 분야에 발을 디뎌 계속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철저히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라, 에이전트는 화려하지 않다"

권재우 JD스포츠 대표는 KCC 이지스 농구단에서 6년을 일한 프런트 출신이다. 그는 “에이전트 세계는 치열하다. 순수하게 접근하면 상처를 받는다”며 “철저히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라. 선수는 결국 돈을 많이 벌어다주는 에이전트로 옮겨간다”고 현실을 전해 청중의 깊은 공감을 얻었다.

국적 위조로 여자프로농구계를 발칵 뒤집은 첼시 리를 사례로 든 권 대표는 “언론과 접촉을 막고 보호하는 것, 선수가 맞을 화살을 에이전트가 대신 맞는 것도 역할”이라며 “에이전트는 결코 화려하지 않다. 늘 닥칠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구두계약이란 것은 절대 없다. 스포츠계에서 의리는 거의 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이전트와 선수가 형동생처럼 지내는 경우는 1%”라며 “모든 부분을 문서화하거나 녹취하는 게 필요하다. 사람의 마음은 항상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농구 에이전트인 권재우 JD스포츠 대표는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 공감을 얻었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한국형 법제화를 다룬 장달영 변호사는 △ 에이전트의 지위와 권익 보장 △ 공정 경쟁질서 업계 자정능력 △ 활동 영역 확대와 선수육성 강화 등 3가지를 스포츠 에이전트 산업의 발전 과제라고 주장했다.

한국형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 스포츠 에이전트의 전문성, 윤리성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 △ 마케팅, 유망주 발굴·육성 등 업무 영역 확대 △ 표준계약서, 분쟁 해결제도 등 공정 경쟁시장 질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장 변호사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법제화를 하지 않는 쪽이 낫지만 공적 이익을 따지면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국내 사례를 살펴봤을 때 선수와 에이전트, 구단들에게만 맡겨놓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럽연합(EU) 스포츠 에이전트 컨퍼런스 결론 역시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취재 후기] 인천 하늘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주철 군의 똘망똘망한 눈을 잊을 수 없다. 그는 “흔치 않은 기회라 생각해 1교시만 듣고 서울로 왔다”며 “중3 때부터 스포츠마케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뭘 해야 할지 몰랐다. TV 뉴스로만 보던 분을 직접 만나서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에이전트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이번 행사가 소년의 인생을 바꿀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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