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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만에 금빛 물보라 일으킨 조광희, '카약 박태환'인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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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만에 금빛 물보라 일으킨 조광희, '카약 박태환'인 이유 있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9.29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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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소속팀 감독, 올림픽 메달 기대 한 목소리

[하남=스포츠Q 민기홍 기자] ‘월드클래스’로 가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한국 카누의 희망’ 조광희(21·울산시청)가 카누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스타로 발돋움할 준비를 마쳤다.

조광희는 29일 경기도 하남 미사리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카약 1인승 200m 결승에서 35초464를 기록, 36초531의 어니스트 이르나자로프(우즈베키스탄), 36초754의 고마쓰 세이지(일본)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조광희가 금메달을 따낸 날 한국 카누는 최고의 날을 보냈다. ‘맏언니’ 이순자(36·전북체육회)도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하나, 동메달 하나를 목에 거는 기염을 토했다. 금, 은, 동메달을 나란히 하나씩 수확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의 노메달 아쉬움을 깨끗하게 씻었다.

▲ [하남=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조광희가 29일 경기도 하남미사리 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카누 스프린트 남자 개인전 카약 200m 결승전서 35.464초를 기록, 금메달을 확정짓고 환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광희의 기록은 눈부시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천인식이 남자 카약 1인승 1000m, 2인승(천인식-박차근) 500m, 1000m에서 3관왕을 달성한 이후 6개 대회, 24년만에 금메달이 나왔기 때문이다. 조광희는 천인식, 박차근에 이은 역대 세 번째 카누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조광희의 종목은 육상으로 치자면 100m나 다름없는 ‘카누의 꽃’ 스프린트 종목에서 우승해 더욱 의미가 컸다. 조광희가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자 경기장을 찾은 카누인들 모두가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조광희는 경기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금메달 딴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다”며 “한국 카누의 선수층이 두껍지 않아 그동안 좋은 성적이 나지 않았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와 기분이 좋다”고 웃어보였다.

그가 처음부터 카누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까지 단거리 육상선수로 뛰었다. 소년체전에도 나갔지만 다른 친구들보다 키가 작아 포기했다”며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복싱도 해봤는데 담임선생님 만류로 카누를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 [하남=스포츠Q 최대성 기자] 조광희는 아시아권을 넘어 세계 수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누로 들어선 그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부여중학교 1학년 때 패들을 잡기 시작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2012년부터 국내 대회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해 출전한 우즈베키스탄 국제오픈 스프린트대회에서도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날이 오기까지 탄탄대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적수가 없던 그는 부여고 3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휴대폰을 빼앗는 등 사생활에 간섭했던 폴란드 출신 코치의 지도 방식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며 제발로 뛰쳐나왔다. 주변의 다독임 속에 두달 만에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패들을 잡았다. 그리고 아시아 정상의 카누 스프린터가 됐다.

조광희는 한국 카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까지도 딸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카누는 메달은커녕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그러나 조광희의 가파른 상승 곡선은 큰 기대를 품게 한다. 그는 올초 부임한 스페인 출신의 엔리케 페르난데스 코치의 지도 속에 34초대 기록을 내고 있다. 그의 예선 성적은 34초297, 결승 성적은 35초464였다.

런던 올림픽 우승자 에드 맥키버(영국)가 우승할 당시 기록은 36초246이었다. 그는 “예선 기록이 더 좋았던 건 오늘 비가 와서 물이 무거웠기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한다면 올림픽 메달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겠지만 출전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 [하남=스포츠Q 최대성 기자] 조광희가 29일 경기도 하남 미사리카누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카약 1인승 200m 결승에서 힘차게 노를 젓고 있다.

조광희의 소속팀 신원섭(42) 울산시청 감독은 “일반인들의 골격근량은 30%, 카누 선수들의 골격근량은 대개 40% 초반 수준인데 반해 조광희의 골격근량은 50%를 넘는다”며 “183cm, 90kg의 체격 조건임에도 체지방률은 4~8%밖에 되지 않는다. 카누계가 아껴야 할 소중한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 강진선(44) 감독은 "조광희가 뛰어난 성실함과 집중력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다“며 '카약의 박태환'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박태환은 2006년 도하 대회 3관왕을 계기로 수영의 아이콘이 됐고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됐다.

조광희는 자신이 '카약의 박태환'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겸손함을 보였지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보고 싶기는 하다”며 원대한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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