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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비정상회담의 '일일 알바생'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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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비정상회담의 '일일 알바생' 활용법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09.30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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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우리 처음 보는 거 알죠? 여기 처음이죠? 나는 선배, 당신은 후배."(장위안)
"제가 후배가 아니라 손님입니다."(새미)
"당신은 손님 아니고 알바생이에요."(장위안)

중국에서 온 장위안의 '알바생' 발언에 스튜디오가 뒤집혔다. 에네스 카야(터키) 대신 1회분을 촬영하게 된 새미(이집트)와 가벼운 언쟁이 일자, 장위안이 "당신은 손님이 아닌 알바생"이란 말을 던진 것.

JTBC 비정상회담에는 '알바생'들이 있다. 개인 사정으로 에네스가 자리를 비웠을 때 온 새미와, 알베르토(이탈리아) 대신 방송에 참여한 동명의 알베르토, 타일러(미국) 대신 자리한 대니다. 이들은 하루분의 녹화에만 참석했지만 어색함 없이 방송을 소화했다.

▲ 장위안(중국)의 거침없는 '알바생' 발언에 출연진들은 폭소했다.[사진=방송 캡처]

◆ '진지병' 막는 '비정상회담'의 따스함

손님에게 알바생이라고 칭할 수 있는 것은 '비정상회담'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알바생은 유쾌한 별명은 아니다. 다른 출연진들이 정규직이라면 이들은 한 번의 빈 자리만을 채우는 역할인 파트 타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이같은 '알바생'이 왔고 똑같이 대했다면 '너무한 거 아니냐'는 식의 반응을 얻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 출연진들이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하는 '선후배 논쟁'과 '알바생' 발언은 귀엽게 넘길 수 있는 정도다.

'비정상회담' 전반에 깔려있는 따뜻함은 '진지병'을 없애준다. '비정상회담'은 방송 안팎으로 엮인 이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연출 스태프가 카메라 안에 들어온 모습을 여과없이 내보낸다든가, 회식 때 나온 얘기가 방송에서 등장하는 식으로 바깥 얘기를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4회만에 하차한 제임스 후퍼(영국)는 꾸준히 방송에서 언급되고, '지나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들에게 '비정상회담'은 녹화 프로그램을 넘어 카메라 밖에서도 이어지는 관계다. 이는 때로는 서로에게 까칠한 직구를 날리는 이 토크쇼가 결국은 따뜻하게 엮여 있는 것을 나타내 준다.

▲ '알바생' 알베르토는 유세윤으로부터 '알바르토'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사진=방송 캡처]

◆ MC 주도권 낮추고 각국 패널 비중 고르게

사실 출연자가 한 회씩 차례대로 자리를 비우는 것은 다른 프로그램이었다면 없었을 장면이다. 고정 출연자의 불참은 방송의 완성도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선 방송인의 책임감까지 연결된다.

그러나 '비정상회담'은 처음부터 전문 방송인이 아닌 이들로만 출연진을 구성했다. 이들이 고향에 다녀오기 위해 녹화에 불참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불편하지 않다.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들이 고향에서 즐겁게 쉬다 오길 바란다.

불참해 생긴 빈 자리는 크지 않다. 이는 각 출연자들이 점차 비중을 동등하게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엔 에네스가 월등히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주목받았으나 방송이 거듭되며 이젠 각자의 개성과 캐릭터가 구축된 상태다.

또한 MC가 프로그램의 주도권을 쥐지 않은 것도 이들 '알바생'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데 일조했다. '사무총장' 유세윤을 비롯한 전현무와 성시경은 여타 프로그램의 MC처럼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보다 가끔의 토론 중재와 코멘트에 그친다. 출연자들의 발언을 한 번 더 곱씹어 살려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이상으로 나서진 않는다. 이러한 절제된 진행은 출연자들의 개성과 재밌는 발언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매회 출연하는 게스트의 비중 역시 크지 않다. 고정 코너인 '글로벌 문화 대전' 이후 등장하는 게스트들은 어떤 때는 화면에 몇 커트 안 잡힐 때도 있다. 이상하게도 '예능 욕심'을 버려야 더 재밌는 프로그램이다.

▲ 타일러(미국) 대신 녹화에 참여한 대니는 "호주엔 아예 갈 생각이 없었다"고 말해 호주에서 온 다니엘을 당황하게 했다.[사진=방송 캡처]

◆ 빈 자리 아닌 새로운 견문 기회로

빈 자리를 대신해 일회성으로 참여하는 출연자는 낯설고 융화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알바생'들은 인사를 한 즉시 '비정상'에 합류했다. 이는 '비정상회담'이 외국인 출연자들의 출신 국가에 대한 문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고정 출연자의 불참을, 새로운 사람에게서 듣는 신선한 기회로 활용했다.

외국인 출연진은 11명으로 구성됐지만 그중 아프리카의 국가는 샘 오취리(가나) 뿐이었다. 새미는 '알바생'으로서 출연자들에게도 낯선 나라인 자신의 국가 이집트를 소개할 수 있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집집마다 낙타가 있냐"는 질문 등이 주어지고 새미는 여기에 대답했다.

나라에 대한 궁금증을 한국인 패널들이 외국인 상대로 푸는 것과, 외국인들끼리 그들만의 대화로 푸는 것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이집트와 멀리 떨어진 한국인들만 잘 모르는 줄 알았는데, 비교적 가까운 유럽에서 온 출연진들도 잘 모르고 있었다는 점은 딱딱한 '교육방송'이라기보다 시청자들에게 보다 친근함을 준다.

▲ [사진=JTBC제공]

'비정상회담'의 재미는 '밀고 당기기'에 있다. '정상인 듯 정상 아닌' 비정상들이고, 토론 중 깊이있게 들어가지만 곧 재미로 풀어내 '토론인 듯 토론 아닌' 모습을 보여준다. 한 쪽에 치우치면 좋은 결론이 나기 힘든 '토론'의 그 성격처럼, 이 프로그램 역시도 어느 한 편에 쏠리지 않아 담백하다. 장위안의 '알바생' 발언은 순간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더니, 곧 새미의 '볼 뽀뽀' 인사로 풀렸다.

'밀당'을 잘 하는 이성의 문자메시지가 기다려지듯, '비정상회담' 역시 그렇다. 모든 사람들의 적인 월요일을 기다리게 되는 건, 밀고 당기기의 귀재 '비정상회담' 덕분이 아닐까.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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