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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야구를 보고] 승부사는 '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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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야구를 보고] 승부사는 '근성'이다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4.09.30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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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2014인천아시안게임 야구는 지난 28일 한국이 대만을 힘겹게 6-3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면서 막을 내렸다.

이번 한국 대표팀은 선수선발 과정에서부터 말이 너무 많았던 대회였다. 각 팀마다 병역 혜택을 받아야 할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여러 좋지 않은 말들이 풍성했다. 그러나 결과가 금메달 획득으로 귀결되어서 그동안 있었던 모든 잡음은 사라졌다. 선발이라는 것은 원래 어느 대회를 막론하고 말썽이 있게 마련이다.

경기방식은 조별리그를 통해 각조 1, 2위 팀들이 크로스로 싸우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준결승 토너먼트를 통해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우리가 대만과의 예선에서는 쉽게 이겼지만 결승에서 7회까지 질질 끌려 다니며 패배 일보직전에서 기사회생하는 정말로 힘든 싸움이었다.

◆ 한국 대표팀이 지난 28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14인천아시안게임 야구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6-3으로 진땀나는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우리가 앞선다고 봤지만 두 번의 싸움의 과정을 보면서 단기대회에서는 여러 변수가 도사리고 있으며 전력만으로 우열을 판가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부정확한지를 잘 보여준 경기였다.

장기 레이스 같으면 수십 차례 맞붙어 싸워 보아서 상대방의 장, 단점을 파악해 싸울 수 있는 상황이므로 불안감 없이 경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WBC, 아시안게임과 같은 경기는 상대의 전력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 결승전에서 대만한테 고전한 원인이 바로 상대방의 전력에 대한 데이터가 빈약하였기 때문이다.

◆ 안지만은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2-3으로 뒤지던 7회말 무사  1ㆍ3루에 구원등판, 흔들림없는 승부사의 기질을 보이며 한국 대표팀을 패전의 위기에서 구했다. [사진=스포츠Q DB]

주관적인 전력만 놓고 비교하는 것은 부정확할 뿐더러 정확도가 매우 낮다. 상대의 전력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경기를 해야 하기에 굉장히 불안하고 어렵게 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자주 이변이 일어난다.

특히 단판승부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매우 힘든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팬들 입장에서는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구란 것이 그리 녹록한 스포츠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과 대만 전에서 7회까지 2-3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끝났다'고 아우성을 친 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야구는 볼 하나로 인해 다 이긴 경기가 뒤집어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드디어 8회에서 한국 팀은 끈질긴 정신력을 발휘하여 역전에 성공했다.

▲ 대만의 마무리투수 뤄지아런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최고 구속 157km의 강속구를 뿌렸지만 제구력 난조와 단조로운 투구로 구원에 실패해 안지만과 대조를 이뤘다. 사진은 한국과 대만의 예선전 때 모습. [사진=스포츠Q DB]

안지만이 7회 말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자 타선은 8회초 4득점으로 화답했다.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안지만은 탈삼진 2개를 덧붙여 8회를 마쳤다.

이날 안지만의 기록은 2이닝 3탈삼진 무실점. 7회 무사 1·3루 절체절명의 순간에 등판해 위기를 일축했다. 그리고 포효했다. 소속팀 삼성의 든든한 대들보인 안지만은 대표팀 불펜에서도 여전히 믿음직한 투수였다.

경기 후 안지만은 “팀에서도 중간에서 최대한 점수를 안 줘야 하는 게 내 임무다.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점수 안 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소속팀 감독이자 대표팀 스승인 류중일 감독도 "거듭 말하지만 안지만 덕분에 이겼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안지만은 13명의 미필 선수뿐만 아니라 류 감독도 구했다. 웃으며 "오늘 만약 졌으면 인천 앞바다 갈 뻔했다"고 전한 류 감독도 사령탑의 짐을 털어낼 수 있었다.

▲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했던' 이번 대회에서 심적으로 가장 부담이 컸던 인물이다. 사진은 대만과 결승전 직후 선수들이 류 감독을 헹가래 치는 장면. [사진=스포츠Q DB]

우리보다 야구역사가 깊은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승부사라고 하면 '콧구멍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마치 불을 뿜는 용과 같은 투수'를 연상하는 것 같다. 그리고 '킬러의 본능'이라는 말로 그런 사람을 묘사하곤 한다.

대만 전에서 이런 승부사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투수는 안지만이었다. 2-3으로 뒤진 7회 무사 1·3루 위기에서 구원등판해 실점 없이 틀어막아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승부사의 기질을 십분 발휘하여 두둑한 배짱으로 위기를 넘긴 것이다.

안지만, 봉중근, 강정호, 나성범, 황재균 같은 뛰어난 승부사들은 필요할 때 나타나 경기를 뒤집어 역전시킨다. 승부사는 근성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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