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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영화, 대동여지도' 영화로 떠나는 추석 귀성길 ① (무비Q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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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영화, 대동여지도' 영화로 떠나는 추석 귀성길 ① (무비Q토크)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9.1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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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차이나타운'은 인천, '봄날은 간다'은 정선, '외출'은 삼척, '베테랑'은 청주, '번지점프를 하다'는 태안, '박하사탕'은 제천이 주무대

[스포츠Q(큐) 원호성·오소영 기자] 영화에 등장한 공간과 만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비록 실제로 가보면 영화에서 보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촬영된 곳을 찾아 추억의 한 페이지를 더듬어 보는 것만큼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일도 드물다.

평소라면 서울 시내도 아니고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영화의 촬영지들을 찾아 나서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추석연휴라면 어떨까? 고향까지 길게는 10시간도 걸리는 긴 귀성길에 잠시 촬영지 주변을 지나가게 된다면 차를 세우고 영화의 흔적을 되짚으며 기지개라도 한 번 켜면 좋지 않을까?

◆ 인천 '차이나타운', 밝음과 어두움이 교차하는 곳 차이나타운

▲ 추석 귀성길에 가까운 영화 촬영지를 들러 추억의 한 페이지를 더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차이나타운'(사진)은 인천, '봄날은 간다'은 정선, '외출'은 삼척, '베테랑'은 청주, '번지점프를 하다'는 태안, '박하사탕'은 제천이 촬영 주무대였다.

인천은 묘한 도시다. 이제는 대구를 넘어서 서울과 부산에 이은 전국 3위의 대도시지만, 서울 바로 옆에 위치한 탓에 다른 광역시들처럼 지역의 중심지라는 느낌보다는 서울의 변두리라는 인상이 먼저 찾아온다. 게다가 인천항과 차이나타운으로 대표되는 구도심 특유의 모습은 인천의 이미지를 더욱 음울하게 만든다.

그래서 인천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에서 인천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묘사된 것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파이란'이나 '공모자들'처럼 불법체류자의 신분세탁이나 장기매매 거래가 횡행하고, 아니면 '차이나타운'이나 '특별수사'처럼 도시 전체가 범죄에 휘말린 이미지가 나오기도 한다.

2015년 개봉한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타운'은 이런 인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집약시킨 영화다. 지하철 보관함에 버려졌던 아이 일영(김고은 분)은 차이나타운의 지배자인 엄마(김혜수 분)의 명령이라면 사람을 죽이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차이나타운'에서 자행되는 온갖 종류의 폭력을 보면 인천 차이나타운이 실제로 저런 곳으로 비춰질까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인천역 앞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은 그렇게 어두운 이미지의 동네가 전혀 아니다. 실제 차이나타운은 넘치는 관광객으로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실제로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김혜수의 집이 위치한 곳도 차이나타운이 아닌 연안부두와 남항 일대의 풍경이다. 그러니 차이나타운에 가면 일영이나 치도(고경표 분), 우곤(엄태구 분) 같은 무서운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도 좋다.

차이나타운에서 동인천역 방면으로 조금 올라가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사진을 찍기에 적당한 동화마을도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동화마을에서 조금 더 가면 작은 고가차도가 나오는데, 그 아래쪽 철길 인근은 영화 '숨바꼭질'에서 주희(문정희 분)의 아파트가 있던 동네이며, 또한 싸이가 미국의 유명 래퍼인 스눕 독(Snoop Dogg)과 함께 한 노래 '행오버(Hangover)'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 정선 '봄날은 간다', 가을의 소리가 가득한 아우라지

▲ 영화 '봄날은 간다'

예능 '삼시세끼'의 촬영지로 최근 더 주목받은 강원도 정선. 정선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 '봄날은 간다'는 1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멜로다. 영상미와 잔잔한 줄거리, 이영애·유지태의 과거 모습, 명대사 "라면 먹을래요?"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등 감상 포인트가 넘친다.

영화는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 분)가 지역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이영애 분)를 만나며 시작된다. 상우는 은수와 함께 다니며, 그의 방송에 들어가는 각종 소리를 녹음한다. 대숲 바람소리, 물 흐르는 소리….

그중 상우와 은수가 다정히 손을 잡고 돌다리를 건너가 물 소리를 녹음한 곳이 정선 아우라지다. 상우는 조용히 녹음을 시작하려 하고, 멀찍이 선 은수가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또한 두 사람이 주민들을 만나 민요를 녹음했던 곳은 정선 남면 보호수마을이다. 보호수마을에서는 굴참나무, 느릅나무 등 700년 이상 된 커다란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아우라지는 뛰어난 자연 풍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오랫동안 훼손되지 않은 환경과 조용한 동네 분위기가 조화를 이룬다. 현재는 레일바이크 등 레저 시설이 들어오며 외부 관광객들이 늘었다.

이밖에도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차태현 분)와 그녀(전지현 분)가 타임머신을 묻었던 곳도 정선이다. 현재는 '타임머신 공원'으로 가꿔져, 일반 이용객들도 타임머신을 묻을 수 있다.

◆ 삼척 '외출', 쓸쓸함 속에 사랑이 시작되는 곳 삼척해수욕장

▲ 영화 '외출'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상우(유지태 분)의 대사처럼 '헤어짐'에 관한 영화라면, 허진호 감독이 '봄날은 간다' 이후 연출한 '외출'은 만남에 대한 영화다. 단 그 만남이 정상적인 만남이 아니라 '불륜'이지만 말이다.

콘서트 조명감독인 인수(배용준 분)와 평범한 주부인 서영(손예진 분)은 서로의 배우자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강원도 삼척으로 달려오고, 이 곳에서 그들은 서로의 배우자가 불륜관계였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인수와 서영에게 강원도 삼척이라는 곳은 그들의 생활터전도 아니고, 이전에 왔던 장소도 아니다. 오직 그들 서로의 배우자들이 불륜을 저지르다 사고를 당해 어쩔 수 없이 찾아온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허진호 감독이 '외출'에서 영화의 배경인 삼척을 담아낸 이미지는 매우 외롭고 쓸쓸하기만 하다.

그래도 그 속에서 서영과 인수는 서로가 가진 같은 상처를 위로해 주며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그들의 관계가 시작된 장소가 바로 삼척해수욕장이다. 스산한 바람이 부는 겨울의 삼척해수욕장을 말없이 걷던 서영과 인수는 핸드폰으로 같이 겨울바다를 등진 채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해수욕장 인근의 팰리스횟집에서 이들은 같이 회를 먹으며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인수와 서영은 서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나중에, 아니면 아주 전에 만났으면 어땠을까요?"…"우리 그냥 사귈래요?"

◆ 청주 '베테랑', 성안길 아트박스엔 마동석 사장님이 계실까 

▲ 영화 '베테랑'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아주 짧은 장면이지만 관객을 한순간에 빵 터뜨린 대사다. '베테랑'에 카메오 출연한 마동석은 명동 아트박스 사장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조태오(유아인 분)와 서도철(황정민 분)은 전속력으로 차, 오토바이를 몰며 도심에서 추격전을 벌인다. 결국 번화가인 명동 골목에 들어와 맨손으로 맞붙으며, 수많은 행인들이 이를 둘러싸 구경한다.

극중 사건은 서울 명동에서 일어나지만, 섭외 및 통제에 어려움이 있어 실제 촬영은 청주 성안길에서 이뤄졌다. 성안길은 청주의 번화가로, 옛 청주읍성 북문에서 남문에 이르는 거리다. 대표적 상권 중심지로 길이 넓고 상점이 즐비해, 서울의 명동처럼 각종 서비스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 10~30대 등 젊은 연령층이 많이 찾는 곳이다.

'베테랑'의 흥행으로, 실제 성안길의 '아트박스'를 찾아가보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매장 매니저는 있지만 '사장님'은 없다는 후문이다. 굳이 '베테랑'이 아니더라도 류승완 감독의 청주 성안길 사랑은 남다르다. 류승완 감독이 직접 연출은 물론 주연까지 맡은 영화 '짝패'에서 무술감독 정두홍과 함께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2 대 200의 치열한 격투를 펼치던 곳도 바로 성안길이다.

◆ 태안 '번지점프를 하다', 석양 속의 왈츠 갈음리해수욕장

▲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고 나면 입안에 감도는 음악이 있다. 러시아의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바리에테 관현악단을 위한 모음곡'의 여섯 번째 곡인 '왈츠 2번'이다. 풋풋한 대학생인 서인우(이병헌 분)가 짝사랑하는 여대생 인태희(이은주 분)의 학과 MT를 무작정 따라갔다가 석양이 지는 해변에서 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번지점프를 하다'의 명장면인 해변 왈츠신이 촬영된 곳은 바로 충남 태안에 위치한 갈음리해수욕장이다. 한반도에서 서쪽으로 툭 튀어나온 태안반도에서도 서남쪽 끝자락의 해변에 위치한 갈음리해수욕장은 바캉스 피서객들이 우르르 찾는 유명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보인 것처럼 고운 모래가 펼쳐진 해변을 울창한 소나무숲이 둘러싸고 있어 석양이 지는 저녁이면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한 장면처럼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이 생각나는 풍경을 만들어 낸다.

태안은 아니지만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나온 또 다른 인상적인 장소는 인근에 위치한 충남 공주의 마곡사다. 갈음리해수욕장에서 왈츠를 함께 추며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보게 된 인우와 태희는 마곡사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의 받침 이야기를 하며 더욱 가까워진다. 아쉬운 점이라면 '번지점프를 하다'의 추억이 어려 있는 이 장소들을 떠올릴 때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재능있던 여배우인 故 이은주 씨가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가슴을 아프게 하지만 말이다.

◆ 제천 '박하사탕', 한 남자의 삶이 끝난 장소 공전역 철교

▲ 영화 '박하사탕'

"나 다시 돌아갈래!" 다가오는 기차 앞에 팔을 펼치고 선 김영호(설경구 분). 영화 '박하사탕'을 여는 자살기도 장면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지금까지 흘러온 시간을 씻어내고, 순수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영호의 마음을 담은 절규다.

제천의 공전역과 진소마을은 이 기차 신의 촬영 장소다. 공전역(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의암로 698)은 제천과 충주 사이의 간이역으로 현재는 문을 닫았다. 이제 여객업무는 하지 않지만, 편백나무로 목공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체험공간 '우드트레인'으로 재탄생됐다. 그 옆 폐교인 공전학교는 '공전자연학교'로 새단장돼 효소, 차 시음 등을 할 수 있어, 목공과 차에 관심이 많다면 들러봐도 좋을 곳이다.

진소마을은 영호가 '가리봉 봉우회' 친구들과 야유회를 즐기던 공간이다. 잔잔하고 조용한 곳으로, 갑작스럽게 야유회에 나타나 노래를 부르던 영호는 혼자 철로로 올라가게 된다. 진소의 뜻은 마을에 있는 깊은 못을 뜻하는 것으로, 절벽 및 강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인상적이다.

제천의 풍경 곳곳은 여러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라디오스타'의 최곤(박중훈 분)과 박민수(안성기 분)가 함께 쉬며 대화를 나눴던 곳은 청풍랜드 주차장이고, '화차'에서 장문호(이선균 분)가 모든 것이 의문에 덮인 선영(김민희 분)을 찾느라 갔던 곳은 입석리다.

맑은 자연환경과 고요한 분위기를 갖춘 제천은 다양한 영화의 촬영 장소가 되고 있다. 이밖에도 매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개최하는 등 영화 도시로 손꼽힌다.

▲ 추석특집 '영화, 대동여지도' [일러스트=스포츠Q 신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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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영화, 대동여지도' 영화를 찾아 떠나는 추석 귀성길 ② (무비Q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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