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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영화, 대동여지도' 영화를 찾아 떠나는 추석 귀성길 ② (무비Q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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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영화, 대동여지도' 영화를 찾아 떠나는 추석 귀성길 ② (무비Q토크)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9.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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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약속'은 전주, '순정'은 고흥, '8월의 크리스마스'는 군산, '곡성'은 곡성, '변호인'은 부산, '하하하'는 통영, '글로리데이'는 포항, '경주'는 경주, '연풍연가'는 제주도가 주무대

[스포츠Q(큐) 원호성·오소영 기자]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추억은 일종의 만남이다'라고 했다. 영화에 등장한 공간과 만나는 것도 색다른 만남이다. 스크린 속 특정한 장면과의 만남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과 조우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수 있다. 올해 추석 귀성길에는 좋아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촬영된 곳을 찾아 잠시나마 스크린 속 캐릭터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추석특집 '영화, 대동여지도' 첫회에서는 영화 '차이나타운', '봄날은 간다', '외출', '베테랑', '번지점프를 하다', '박하사탕'의 각각 주무대였던 인천, 정선, 삼척, 청주, 태안, 제천을 살펴 봤다. 이번 회에는 영화 '약속', '순정', '8월의 크리스마스', '곡성', '변호인', '하하하', '글로리데이', '경주', '연풍연가'의 각각 주무대였던 전주, 고흥, 군산, 곡성, 부산, 통영, 포항, 경주, 제주도에서의 추억을 되짚어 본다.

◆ 전주 '약속', 사랑을 맹세한 장소 전동성당

▲ 추석 귀성길에 가까운 영화 촬영지를 들러 잠시나마 스크린 속의 주인공이 돼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영화 '약속'(사진)은 전주, '순정'은 고흥, '8월의 크리스마스'는 군산, '곡성'은 곡성, '변호인'은 부산, '글로리데이'는 포항, '경주'는 경주, '연풍연가'는 제주도가 각각 주무대였다.

전주는 2000년대 들어 전주국제영화제를 유치하고, 전주영상위원회를 통해 '광해, 왕이 된 남자', 평양성', '늑대소년', '전설의 주먹' 등 많은 영화들이 촬영장소로 전주를 택하며 부산에 이은 제2의 영화의 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곳. 하지만 전주를 한국영화인들이 주목하게 만들었던 영화는 김유진 감독이 1998년 연출한 전도연, 박신양 주연의 영화 '약속'이었다.

영화 '약속'은 조직의 보스인 공상두(박신양 분)와 여의사 채희주(전도연 분)의 애절한 로맨스를 그린 작품. 전주의 풍경은 '약속'에서 그리 많이 등장하는 편은 아니지만, 공상두와 채희주가 깡패와 의사라는 너무나 큰 차이를 뛰어넘어 영원한 사랑을 언약하던 장소가 바로 전주 천주교의 중심지인 전동성당이다.

이 곳에서 공상두는 "당신께서 저한테 네 죄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이 여자를 만나고 사랑하고 혼자 남겨두고 떠난다는 것이 가장 큰 죄일 겁니다. 제 자신이 그렇게 미운 거 있죠. 하지만 이 여자를 사랑하는데 있어서만큼은 저 정말이지 인간이고 싶지 않았습니다"라고 눈물을 쏟으며 채희주에게 사랑의 맹세를 하며 진한 감동을 남겼다.

영화 '약속'의 배경인 전주 전동성당은 최근에도 새로운 국내여행지로 각광받는 전주를 방문하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전동성당은 영화 '약속'의 촬영지라는 사실 외에도 로마네스크 양식의 주조와 비잔틴 양식의 돔으로 마무리되어 성당 그 자체로도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어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한 번은 꼭 가볼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 고흥 '순정',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이 가득한 곳

▲ 영화 '순정'

'응답하라 1991' 격인 영화 '순정'은 성인이 된 라디오 DJ 형준(박용우 분)이 첫사랑의 이름으로 온 사연을 받으며 시작된다. 형준의 첫사랑 수옥(김소현 분). 수옥은 형준뿐 아니라 온 마을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친구였다. 형준의 과거를 따라가 보며,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수옥과 범실(형준의 별명. 도경수 분)의 풋풋한 첫사랑, 마을 친구들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맛깔나는 사투리와 가무잡잡한 얼굴들, 평화로운 마을 정취가 '순정'만의 분위기를 더한다.

'순정'은 득량도, 봉래 사양도, 녹동항 등 고흥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덕분에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바다, 들, 동네가 영화 내내 담긴다. 실제 생활하며 촬영했던 배우들이 "놀 거리가 없어서 서로 더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을 만큼,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다.

고흥의 중산일몰전망대는 '순정'의 촬영지 중 하나다. 전망대에서는 고흥의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으며, 특히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좋다. 점암초등학교 화계분교는 수옥과 친구들의 노래자랑에 참여하며, 잊지 못할 뜻깊은 추억을 만든 곳이다. 득량도는 이젠 몇 가구 살지 않는 조용한 섬으로, 섬 곳곳을 오르내리는 친구들의 일정을 그대로 담아냈다.

마을 담벼락을 그림처럼 수놓은 담쟁이덩굴, 바다가 옆에 있는 만큼 부모님 몰래 배를 띄우며 놀러가는 친구들 등 고흥 곳곳을 걷다 보면 '순정' 속 여러 장면을 떠올려 보게 될 것이다.

◆ 군산 '8월의 크리스마스' 그 곳에는 아직 초원사진관이 있다

▲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전라북도 군산시 구영2길 12-1. 그 곳에는 작고 초라한 단층의 사진관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도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며 필름 카메라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지금, 스튜디오가 아닌 그 옛날 '사진관'의 정취를 보여주고 있는 이 곳의 이름은 '초원사진관'. 그렇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정원(한석규 분)이 운영하던 그 사진관이다.

허진호 감독이 1998년에 연출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군산이라는 소도시의 소소한 매력을 앨범 속 사진처럼 정겹게 한 컷 한 컷 담아낸다. 지금은 도시 곳곳에서 영화 속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영화 속 정원의 사진관이었던 '초원사진관'만큼은 아직도 그때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물론 진짜 사진관은 당연히 아니지만 말이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정원은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홀로 사진관을 운영할 늙은 아버지(신구 분)를 위해 정성껏 큰 글씨로 사진현상기 작동법을 적는다. 주차관리원인 다림(심은하 분)은 정원이 병원에 입원한 사실도 모른 채 날마다 초원사진관을 찾아와 편지를 문틈으로 꽂아넣고 급기야 속상한 마음에 돌로 사진관의 유리를 깨지만, 언젠가부터 사진관 앞에 걸려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촬영된 군산 구도심 지역은 재개발이 거의 되지는 않았지만, 애석하게도 정원과 다림이 같이 목욕을 하고 데이트를 하던 목욕탕 등 많은 모습이 영화 속 그 모습과는 달라져 있다. 그래도 '초원사진관'만큼은 아직 그곳에 있다. 한석규의 마지막 대사인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람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지 않았습니다"처럼 말이다.

◆ 곡성 '곡성', 쿠니무라 준의 집은 어디인가?

▲ 영화 '곡성'

곳곳에서 살인 등 흉악범죄가 속출하는 곡성. 영화 '곡성'은 곡성 지역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일을 다뤘다. 영화 내용이 내용인 만큼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란 걱정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곡성군수는 오히려 곡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글을 기고했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이 글이 알려지며, 또 '곡성'이 흥행하며 오히려 지역축제 방문객이 느는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곡성'의 흥행 후, 적지 않은 관객들이 곡성을 찾고 있다. 특히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곳은 외지인(쿠니무라 준)의 집이다. 외지인은 집에 의문스러운 공간을 마련해 두고 일을 벌인다. 집 뒤엔 작은 대숲과 돌무더기가 있어,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한다.

외지인의 집이 위치한 곳은 석곡면 여운마을로, 가구가 몇 없는 곳으로 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빈집을 촬영에 이용했고, 곡성에서는 '외지인의 집'이라는 팻말을 마련해 안내하고 있다. 이밖에도 종구(곽도원 분)가 근무하는 파출소, 그가 딸 효진(김환희 분)과 다정하게 오토바이를 타는 스틸컷이 촬영된 메타세콰이어길도 있다. 이밖에도 실제 '곡성'을 촬영한 곳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중요한 장소가 됐던 곡성건강원, 곡성성당 등도 찾아볼 수 있다.

'곡성' 촬영지 외에도 곡성은 여러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다. 옛 곡성역을 개조해 만든 섬진강 기차마을에서는 증기기관차 탑승, 레일바이크 등을 즐길 수 있다.

◆ 부산 '변호인', 국밥집 어머니의 슬픔이 있는 영도 흰여울마을

▲ 영화 '변호인'

부산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어디 한두 편일까? 로버트 파머의 'Bad case of loving you'가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범일동 육교와 골목길을 질주하던 네 친구의 모습이 담긴 곽경택 감독의 '친구'부터 시작해, 제목만 들어도 부산이 생각날 수 밖에 없는 윤제균 감독의 천만영화 '해운대' 등 수많은 영화가 부산의 곳곳을 거쳐갔다.

그런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여기가 부산이라고 내세우는 영화보다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 바로 '변호인'이다. '변호인'에서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이 힘들던 시절 자주 다니던 국밥집 주인 순애(김영애 분)의 아들인 진우(임시완 분)가 '공산주의자'라며 붙잡혀 가는 사건이 일어난다. 1981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부림사건'이다.

순애는 아들이 잡혀가자 급한 마음에 우석을 찾아와 아들을 구해 달라며 무릎을 꿇고 사정하지만, 우석은 약속을 핑계로 대며 순애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한다. 하지만 우석은 곧 진우가 잡혀간 사건이 용공조작 사건임을 알게 됐고 이 사건의 변호를 맡기 위해 순애의 집을 찾아간다. 그때 등장하는 순애의 집이 있는 곳이 바로 부산 영도의 흰여울마을이다.

'변호인'에서 순애의 집이 영도로 등장하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영도는 영도대교 하나만 건너면 부산의 구도심인 남포동과 자갈치시장으로 연결되지만, 정작 영도 자체는 좁고 가파른 산복도로들 사이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순애의 집이 있는 흰여울마을은 바다를 향해 난 좁디좁은 골목 하나에 수많은 집이 바다 위로 쓰러질듯 위태로운 모습으로 순애의 힘겨운 삶을 보여준다.

하지만 '변호인'의 이런 암울한 분위기와는 달리 실제 촬영장소인 영도 흰여울마을은 적당히 바다를 보고 사진을 찍으며 산책하기에 좋은 동네다. 또한 영화 '변호인'에서 순애의 집으로 나왔던 집은 관광안내소로 활용되어 흰여울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볼거리가 되고 있다. 이 곳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닷가에 난 길을 걷다 보면 흰 벽 위에 "니 변호사 맞재?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라는 순애의 간절한 대사가 벽에 새겨져 있으니 말이다.

◆ 통영 '하하하', 남녀의 역사는 나폴리모텔에서

▲ 영화 '하하하'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지방의 한 소도시, 혹은 서울의 작은 동네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군상들의 지지부진한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낸다. 이는 2010년 홍상수 감독에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안겨준 영화 '하하하'도 마찬가지다. '하하하'에서 홍상수가 택한 곳은 바로 경남 통영이다.

홍상수 감독은 통영의 곳곳을 누비며 동네주민이 아니면 놓칠 법한 사소한 일상의 풍경들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완성시킨다. 왕성옥(문소리 분)의 집이 있던 동피랑 언덕, 조문경(김상경 분)이 어머니(윤여정 분)에게 술에 취해 회초리를 맞던 복국집 호동식당, 그리고 수많은 남녀의 역사가 이뤄지는 나폴리모텔까지.

'하하하'가 개봉할 당시만 해도 통영은 그리 잘 알려진 곳이 아니었지만, 최근의 통영은 충무김밥과 꿀빵이 유명한 국내의 떠오르는 관광명소로 각광받는 곳이다. 그래서 동피랑 언덕의 벽화마을에는 동네주민의 몇 배나 되는 관광객들이 가득하고, 부둣가에는 충무김밥집과 꿀빵집이 가득하다.

하지만 '하하하'를 보고 통영을 찾는 당신이라면 굳이 충무김밥과 꿀빵에 그리 연연할 필요가 없다. 부둣가를 한 바퀴 돌다가 구도심쪽으로 한 발 빠져 시장 한 편에 위치한 호동식당에 들러 복국 한 그릇을 먹고, 잠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나폴리모텔에서 자면 된다. 그러다 신선한 바람이 쐬고 싶다면 동피랑 언덕도 슬쩍 올라가보고, 왕성옥의 해설을 생각하며 세병관도 가보면 더없이 좋지 않겠는가?

◆ 포항 '글로리데이', 청춘 라이징스타들의 발자취 

▲ 영화 '글로리데이'

독립영화 '글로리데이'는 이제 막 스무살이 된 네 명의 '절친'들이 포항으로 여행을 떠나 겪는 일들을 담는다. 네 친구의 시작은 유쾌했지만, 이들은 결정적인 사건을 맞닥뜨리게 되고 관계의 균열을 겪는다. '글로리데이'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우울하고 매서운 내용이 아이러니하다.

'글로리데이'는 실제로도 포항 전역에서 촬영됐다. 용비(지수 분), 상우(수호 분), 지공(류준열 분), 두만(김희찬 분)이 먼 포항까지 간 이유는 무엇일까? 힘든 가정형편, 군 입대를 앞둔 상황, 답답한 재수생 생활, 그다지 소질이 보이지 않는 야구선수 생활 등 각자 답답한 일상이 있었기에 일탈을 시도한 것이다.

이들은 포항에 도착하자마자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가 바다 풍경부터 만끽한다. 이어 근처 치킨집 청춘통닭에서 음식을 먹으며 대화한다.(실제 배우들은 촬영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으로 이 '통닭'을 꼽기도 했다.) 이밖에도 포항시민이라면 익숙할 모습이 영화의 배경에 늘 깔려 있다.

친구들은 바닷가 근처에서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경찰을 피하기 위해 북구 죽도시장의 밤거리를 질주한다. 몇 시간 전만 해도 평범한 삶을 살던 이들은 한순간에 삶이 뒤바뀌어 버린다.

'글로리데이'의 주연배우들은 현재 드라마,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들이다. '선견지명 캐스팅'이라는 평도 들었던 라인업이다. 그 덕분에 포항의 촬영지에 찾아가보는 팬들도 생겨났다는 후문이다. '글로리데이'의 친구들의 삶은 그리 영광스럽진 않지만, 포항의 시원한 풍경을 보며 일상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 경주 '경주', 그래도 고분에는 올라가면 안 되요

▲ 영화 '경주'

'망종', '경계', '두만강' 등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들을 주로 연출해 온 장률 감독이 2014년 연출한 영화 '경주'는 뜻밖에도 로맨스 영화다. 물론 장률 감독이 연출을 맡아서 영화의 분위기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보다는 무겁고 진중하지만, 그래도 장률이라는 감독의 작품세계를 아는 관객이라면 이것이 정말일까 의심이 갈 정도로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경주'라는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장률의 로맨스 영화라는 점도, 장률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한국사람이라면 하다 못해 수학여행으로라도 경주에 한 번 안 가본 사람이 드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관광지만 기억하는 도시 경주를 가장 매력적으로 담아낸 영화가 바로 '경주'라는 것이다.

북경대 교수 최현(박해일 분)은 친한 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문득 7년 전 본 춘화(春畵)를 찾기 위해 충동적으로 경주에 내려간다. 그리고 미모의 찻집 주인 공윤희(신민아 분)는 찻집에 들어와서 대뜸 "7년 전에 여기 있던 춘화 못 봤어요?"라고 묻는 최현을 변태라고 오인한다.

이렇게 시작된 '경주'의 이야기는 불국사나 박물관처럼 수학여행에서 매일 보던 풍경과 다른 경주의 곳곳을 훑으며 진행된다. 그 중에서도 단연 잊을 수 없는 장면은 늦은 밤 계모임을 마치고 최현과 윤희, 그리고 윤희를 짝사랑하는 형사 영민(김태훈 분)이 술에 취해 고분 위에 올라가 경주의 야경을 감상하는 장면이다.

경주의 고분은 말이 무덤이지 실제로는 작은 동산과 같은 느낌. 잔디가 소복하게 깔린 고분 위에 올라가 드러누워 야경을 감상하는 것은 매우 운치있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그렇게 고분 위에 올라가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그러니 어디까지나 '경주'를 보고 발자취를 따라가더라도 고분 위에는 올라가면 안 된다.

◆ 제주도 '연풍연가',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 영화 '연풍연가'

많은 사람들이 돈만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꼽는 것이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제주도에 내려가 한적함을 즐기며 지내는 것이리라. 아파트 담벼락 보다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창문이 있는 집. 낑깡밭도 일구고 감귤도 가꿀 수 있는 곳. 최성원의 노래 '제주도의 푸른 밤' 가사처럼 말이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고 내 삶을 즐길 수 있는 이상향 제주도의 이미지는 1999년 개봉한 영화 '연풍연가'에서 시작된다. 결혼 실패와 직장생활로 인한 고민으로 괴로워하던 태희(장동건 분)는 모든 것을 잊고 쉬기 위해 제주도에 내려갔다가 그 곳에서 관광가이드를 하는 영서(고소영 분)를 만나게 된다. 영서와 태희는 소매치기를 붙잡으려다 손을 다친 태희를 영서가 치료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가까워지고, 영서는 태희의 제주도 관광 가이드를 하며 둘만의 여행을 즐긴다.

'연풍연가'에서 묘사된 제주도의 풍광은 정말 아름답다. 하필이면 당시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운 '쉬리'와 같은 날 개봉하며 영화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금 제주도를 향한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시선의 출발점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연풍연가'다.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노래인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 밤' 역시 원곡보다도 당시 이 영화에서 당시 잘 나가던 작곡가인 주영훈이 편곡하고 이혜진이 부른 곡이 당시에는 더욱 유명했다.

'연풍연가'를 보고 있으면 왜 제주도를 꿈의 섬이라고 부르는지 정말 이해가 간다. 석양을 배경으로 한 갈대밭과 탁 트인 바다. 그리고 한라산의 절경이 느껴지는 산복도로. '연풍연가' 자체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를 보고 2000년대 초반 제주도에 터를 잡은 사람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추석 귀성길에 가까운 영화 촬영지를 들러 추억의 한 페이지를 더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약속'은 전주, '순정'은 고흥, '8월의 크리스마스'는 군산, '곡성'은 곡성, '변호인'은 부산, '글로리데이'는 포항, '경주'는 경주, '연풍연가'는 제주도가 주무대다.

▲ 추석특집 '영화, 대동여지도' [일러스트=스포츠Q 신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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