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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가시밭길 헤치니 더 강해졌다, 에비앙 우승이 값진 전인지 '플라잉 덤보'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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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가시밭길 헤치니 더 강해졌다, 에비앙 우승이 값진 전인지 '플라잉 덤보' 재도약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9.19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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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상승세 타다가 꼬리뼈 부상…US여자오픈 컷 탈락 딛고 스윙교정 통해 두번째 메이저 정복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플라잉 덤보'가 다시 한번 화려하게 날았다. 지난해 한미일 3개국 투어 '메이저 퀸'에 올랐던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자신의 두 번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우승을 다시 한번 메이저 대회에서 일궈내며 대기록을 양산했다.

전인지는 18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 베인에 위치한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 6482야드)에서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 우승상금 48만7500달러) 마지막 라운드에서 2타를 줄이며 최종합게 21언더파 263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인지의 21언더파와 263타는 역대 남녀 프로골프를 통틀어 메이저 대회 최다 언더파이자 최소타 신기록이다.

전인지가 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지난해 8월 제이슨 데이(호주)가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 지난 7월 헨릭 스텐손(스웨덴)이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기록했던 20언더파가 최다 언더파였다. 또 스텐손이 디 오픈에서 기록했던 20언더파 264타에서 1타 줄여 최소타 기록도 세웠다.

전인지는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7.86점을 받아 지난주 7위에서 4계단 오른 3위로 상승했다. 개인 최고 랭킹을 경신하며 태극낭자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 싱가포르서 입은 부상에 시즌 초반 상승세 멈춤

전인지의 시즌 출발은 좋았다. 지난해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올 시즌 풀시드를 따낸 전인지는 첫 대회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올랐고, 혼다 LPGA 타일랜드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착륙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전인지의 고난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를 치르러 싱가포르를 찾았던 지난 3월 장하나(23·비씨카드)의 골프백에 부딪히면서 꼬리뼈 부상을 입었고 이 때문에 전인지는 대회 불참선언을 해야만 했다.

한달 만에 우여곡절 끝에 복귀, ANA 인스피레이션, 롯데 챔피언십에서 공동 준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확연했던 상승세는 꺾이고 말았다.

이에 대해 전인지는 19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부상 때문에 내 몸상태와 싸워야 했고 정신적인 부분도 힘들었다"며 "정신적인 문제는 계속 이어져 한동안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인지 전인지는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부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까지 한자리 순위에 들지 못했다. 메이어 LPGA 클래식에서 3위를 차지하며 다시 기지개를 켜는 듯 했지만 다시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공동 50위로 미끄러진데 이어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했던 US여자오픈에서는 6오버파 150타로 컷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전인지는 자신의 부진을 스윙 교정으로 극복했다. LPGA닷컴은 지난 16일 전인지가 스윙 교정을 통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LPGA닷컴은 "전인지는 인스트럭터인 박원 박사로부터 스윙 교정을 받고 있다. 박원 박사는 전인지의 스윙 문제에 대해 왼쪽 다리로 체중 이동이 완전히 되지 않는다는 것과 오른쪽 다리에 체중을 너무 많이 남겨두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또 LPGA닷컴은 "전인지의 이런 문제가 6월 KPGA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전인지가 7월에 부진을 겪었고 US여자오픈 컷 탈락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며 "이후 전인지가 체중 이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됐다"고 소개했다.

스윙을 교정한 후 전인지의 성적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하며 공동 8위에 올랐고 올림픽을 치르고 난 뒤인 지난달 26일에는 캐나디언 퍼시픽 위민스 오픈에서 3위를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2일 매뉴라이프 LPGA 클래식 공동 8위에 올랐던 전인지는 결국 '에비앙의 여왕'이 됐다.

◆ LPGA 루키에서 어느새 한국의 에이스로 발돋움

전인지의 강점은 바로 꾸준함이다. 올 시즌 16번의 대회에서 15번 컷 통과했고 톱10에 든 것도 10번이나 된다. 언제나 상위권에 들면서 자신의 경기를 펼쳐가면서 어느새 LPGA에서도 풍부한 경험이 쌓였다. 역대 메이저대회 최소타와 최다언더파 기록을 앞두고 있음에도 전인지는 의연했다.

전인지는 경기가 끝난 뒤 LPGA닷컴과 인터뷰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치르기 전에 19언더파로 역대 LPGA 메이저대회 최다언더파 타이기록을 세웠음을 알고 있었다. 내게 부담이 가중됐지만 이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고 이것을 즐기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또 전인지는 우승에 대해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많은 부담감이 있었으나 경기를 즐기고자 했다"며 "내 경기를 최대한 해내가자고 마음을 먹었고 뜻대로 돼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인지는 "골프는 개인 스포츠라고 하지만 나는 팀 스포츠라고 말하고 싶다"며 "코치와 지원스태프, 캐디까지 주위에서 나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줬기 때문에 이뤄낼 수 있었다. 나를 지원해준 팀 여러분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이제 전인지는 어느새 '한국의 에이스'가 됐다. 세계여자골프 랭킹에서 7위를 달렸던 전인지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 한국명 고보경)와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순위에 오르게 됐다.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손가락 부상으로 사실상 이번 시즌 출전이 어려워졌음을 생각할 때 패권 중심이 '인비'에서 '인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전인지는 상금 랭킹에서도 140만5054달러로 리디아 고(239만6202달러), 주타누간(219만9748달러), 브룩 헨더슨(141만7695달러)에 이어 4위에 올랐고 CME 글로브 점수에서도 2382점으로 리디아 고(4249점), 주타누간(4066점), 헨더슨(2776점), 김세영(23·미래에셋, 2607점)에 이어 5위까지 상승했다. 최소타에서는 69.525타로 리디아 고(69.320타)에 이어 두번째다.

올해의 선수상 부문에서도 145점을 받아 리디아 고(247점), 주타누간(246점)에 이어 3위까지 올랐고 신인상 부문에서는 1223점으로 가비 로페스(멕시코, 427점)에 크게 앞서 사실상 수상을 확정짓는 분위기다.

전인지는 본의 아니게 루키 시즌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가시밭길을 헤쳐지나니 전인지 앞에 비단길이 놓였다. 전인지에게 또 다른 고난이 닥쳐올지 알 수는 없지만 올 시즌 우여곡절을 겪은 경험을 살린다면 탄탄대로를 달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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