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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쇼핑왕 루이' 클리셰 범벅의 상투적인 드라마? 아니, 클리셰를 뒤집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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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쇼핑왕 루이' 클리셰 범벅의 상투적인 드라마? 아니, 클리셰를 뒤집는 드라마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9.22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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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세계 최고 부자의 하나 뿐인 손자인 남자 주인공과 가진 것이라고는 씩씩함 밖에 없는 순박한 산골 소녀 여자 주인공. 이 세상에서 전혀 만날 길이 없어 보이던 두 사람은 15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남자 주인공이 기억상실에 걸려 노숙자가 되며 우연히 만나게 된다. 식상하고 진부하고 너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글쎄, 그래도 한 번 끝까지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21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극본 오지영·연출 이상엽)는 시작부터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온갖 클리셰(Cliché)로 점철되어 있는 드라마였다.

▲ MBC '쇼핑왕 루이'에서 황금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인 루이(서인국 분)는 할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홀로 한국에 왔다가 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에 걸리며, 서울로 상경한 순박한 산골 소녀 고복실(남지현 분)과 만나게 된다. [사진 = MBC '쇼핑왕 루이' 방송화면 캡처]

남자 주인공인 루이(서인국 분)는 황금그룹 최일순 회장(김영옥 분)의 유일한 상속자에다 고귀한 물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기한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하지만 할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에 급히 혼자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사고로 기억상실에 걸려 노숙자로 전락하고 만다.

여자 주인공인 고복실(남지현 분)은 가진 것이라고는 씩씩함밖에 없는 밝고 순박한 산골 소녀로, 유일한 보호자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헛바람이 들어 서울로 가출한 동생 고복남(류의현 분)을 찾아 서울로 올라온다. 이 과정에서 산골 소녀들이 그렇듯 기차에서 사기를 당해 전재산인 가방을 잃어버리고, 유일하게 남은 산삼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려다가 서브 남자 주인공인 차중원(윤상현 분)과 엮이게 된다.

서브 남자 주인공 차중원은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황금그룹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골드라인닷컴의 본부장으로 탁월한 재능과 선구안으로 업계에 소문난 히트 제조기. 여기에 서브 여자 주인공인 백마리(임세미 분) 역시 골드라인닷컴의 상품기획팀장으로 뛰어난 업무수완을 지녔지만, 호시탐탐 황금그룹 후계자인 루이와의 결혼을 노리는 야망을 간직하고 있다.

'쇼핑왕 루이'의 클리셰 범벅은 비단 주인공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루이를 충실히 보필하는 김집사(엄효섭 분)와 최일순의 심복인 허집사(김선영 분), 황금그룹의 후계자를 노리는 백마리의 아버지 백선구(김규철 분) 등 주변 캐릭터부터, 산삼을 캐온 날 고복실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기차에서는 사기를 당해 짐을 잃어버리고, 루이는 기억상실에 걸리는 등 '쇼핑왕 루이' 1회에서 벌어진 사건들까지도 모두 어디서 한 번은 본 것 같은 클리셰 범벅이다.

하지만 '쇼핑왕 루이'가 클리셰 범벅이라고 해서 또 한 편의 식상하고 진부한 드라마가 탄생했다고 황급히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 될 것이다. 사실 식상하고 진부한 드라마일수록 처음에는 새롭고 신선한 면을 강조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기억상실'이나 '출생의 비밀', '불치병' 등의 클리셰를 꺼내놓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반면 '쇼핑왕 루이'는 1회부터 넘쳐나는 클리셰를 전혀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 MBC '쇼핑왕 루이' [사진 = MBC '쇼핑왕 루이' 방송화면 캡처]

오히려 '쇼핑왕 루이'의 이처럼 넘쳐나는 클리셰들은 '쇼핑왕 루이'라는 드라마가 흔히 보고 듣던 이런 클리셰들을 오히려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작품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넘쳐나는 클리셰들로 안전하게 웃음과 재미를 담보하면서 결정적인 순간 익숙한 클리셰를 뒤집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렇게 익숙한 클리셰를 뒤집어 큰 재미를 봤던 드라마가 바로 한예슬과 오지호가 출연했던 '환상의 커플'이었다. '환상의 커플'은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를 코믹하고 유쾌하게 풀어가면서, 막대한 부를 지닌 재벌인 조안나(한예슬 분)가 기억을 잃고 재벌로 살아갈 때의 성격을 고스란히 지닌 나상실이 되어 펼쳐내는 이야기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쇼핑왕 루이'는 소재적인 면에서는 분명 '환상의 커플'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도입부의 설정이 그럴 뿐, 고복식(남지현 분)의 캐릭터는 '환상의 커플'의 장철수(오지호 분)와는 판이하게 다른 캐릭터이며 그로 인해 루이(서인국 분)의 캐릭터도 나상실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환상의 커플'처럼 통쾌하게 장르의 클리셰를 적절히 인용하면서, 그 클리셰를 뒤엎는 드라마. '쇼핑왕 루이'가 앞으로 펼쳐나갈 새로운 '사고'에 사뭇 기대감이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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