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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신화' 박칠성, 큰 걸음의 큰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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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신화' 박칠성, 큰 걸음의 큰 울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01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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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경보 20km 최하위…좌절과 시련 딛고 AG 첫 50km 은메달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박칠성(32·삼성전자)이 한국 육상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경보 50km에서 값진 메달을 따냈다. 이와 함께 그 역시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메달리스트가 됐다.

박칠성은 1일 인천 연수구 송도 센트럴파크 마라톤/경보코스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50km 경보에서 3시간49분15초의 기록으로 다니 다카유키(일본)에 9분 가량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느 선수나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고 애환이 있지만 박칠성이 아시아 2위로 우뚝 서기까지 그의 '흑역사'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 기억하고 싶지 않은 10년 전 기억

박칠성에게 10년 전 아테네 올림픽은 절대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남들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하지만 박칠성로서는 아테네 올림픽을 떠올리고 싶지 않는 무대다.

당시 박칠성의 주종목은 경보 20km였다. 48명이 출전한 이 종목에서 4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이바노 부르네티(이탈리아)가 기록한 1시간19분40초보다 13분 늦은 1시간32분41초였다. 함께 출전한 신일용(1시간28분2초), 이대로(1시간28분59초)보다도 4분 정도 늦게 들어왔다.

그런데 당시 3명의 선수가 완주하지 못했고 4명의 선수가 실격됐다. 48명 가운데 7명이 빠진 가운데 41위였으니 '꼴찌'였다.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도 출전한 박칠성은 51명 가운데 실격된 2명을 제외한 49명 중에서 33위에 올랐다. 기록도 1시간25분7초로 아테네 올림픽 때보다 7분 향상됐지만 여전히 중하위권이었다. 김현섭(1시간22분57초)보다 4분 정도 늦었고 금메달을 땄던 발레리 보르친(러시아, 1시간19분1초)에 6분 뒤졌다.

아시안게임 첫 출전이었던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실격돼 기록조차 올리지 못했다.

◆ 지구력 하나만큼은 자신, 50km로 전향한 뒤 순위 급상승

박칠성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결단을 내렸다. 스피드가 중요한 20km 대신 지구력이 강한 50km로 종목을 바꾸기로 결정한 것이다. 20km로는 승산이 없지만 지구력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2011년 대구에서 열렸던 세계육상선수권에서는 3시간47분13초로 7위에 올랐다. 금메달을 차지한 세르게이 바쿨린(러시아, 3시간41분24초)외 비교해도 6분밖에 뒤지지 않았고 아시아 전체에서는 시텐펑(중국, 3시간44분40초, 4위), 모리오카 고이치로(일본, 3시간46분21초, 6위)에 이은 세번째였다. 또 한국신기록이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은 박칠성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50km 종목에 출전해 3시간45분55초로 다시 한번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체 63명 출전 선수 가운데 실격이나 도중 포기 선수를 제외한 51명 중 13위의 호성적이었다.

◆ 부상 시련, 또 다시 꼴찌 않기 위해 모진 훈련 견디고 은메달

그러나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다시 한번 시련이 찾아왔다. 부상 때문에 지난해 5월 이후 대회에 나가지 못한 것. 지난해 8월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세계육상선수권 역시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인천 아시안게임을 위해 재활과 동계훈련을 착실히 하며 재기에 나섰다. 모든 것을 50km에 맞추고 훈련에 들어갔다. 강원도 고성 고지대에서 훈련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아시아 2위라는 값진 열매가 나왔다. 은메달이었다. 자신이 런던 올림픽에서 세웠던 한국신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 5월 세계경보컵대회에서 올해 개인 최고 기록(3시간56분39초)을 넘어선 '시즌 베스트'였다.

경기를 마친 박칠성은 공식 인터뷰에서 "한국 육상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부상을 이기고 재기하려고 노력했다"며 "35km 구간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팬들의 응원이 힘이 됐다. 쓰러지더라도 한 명만 잡자며 꾹 참고 정신차리고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칠성의 다음 목표는 바로 중국이다. 내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에 출전해 다시 한번 신기록에 도전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박칠성은 "자세와 지구력을 더욱 보완해 50km 경보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좋은 성적으로 증명해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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