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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hungry, Stay foolish! 드라마 '미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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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hungry, Stay foolish! 드라마 '미스코리아'
  • 이건희 객원기자
  • 승인 2014.02.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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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건희 객원기자] 전지현과 김수현이라는 스타 캐스팅과 외계인이라는 특이한 소재로 큰 화제를 모은 SBS ‘별에서 온 그대’를 라이벌로 삼아 시작부터 늘 비교의 대상이 되던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가 26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연희-이선균이라는 조금은 어색한 조화인 듯하면서도 각기 네임밸류를 확보한 두 주연과 ‘파스타’ ‘골든 타임’이라는 화제작을 만든 권석장 PD의 연출로 화제를 모은 ‘미스코리아’는 1997년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진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로맨스가 중심 내용이며 조금은 저조했던 시청률과는 별개로 마니아층의 확고한 지지를 다시 한번 얻어냈다. 마니아층 가운데 한명이라고 자부하는 나도 마지막회가 방송을 막 마친 순간, ‘미스코리아’가 주었던 독특한 매력을 찾아내보고 싶어졌다.

우선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 류의 드라마로만 규정짓기에 이연희와 이선균의 ‘케미’는 썩 훌륭하지 못했다. 동네 오빠였다는 설정에 비해 겉으로 보이는 둘의 모습은 영 어색해 보였고, 이선균은 로맨스물 전작인 ‘파스타’에 비해 상대에게 헌신적으로 사랑만 주는 평면적인 모습의 캐릭터를 연기한 느낌이었다. 오히려 미스코리아가 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이연희-이미숙의 긴장감과 또 다른 느낌의 모성애, 송선미-이성민의 다소 엉뚱하지만 잔잔하게 미소 지어진 러브라인이 극 진행에 있어 더 매력적인 포인트로 시청자들에게 인식된다고 느낄 정도였다.

 

 미스코리아 주연배우 이선균, 이연희 [사진=MBC]

학창시절 알아주던 미모의 담배가게 아가씨 오지영(이연희)은 그 외에는 학벌도, 집안도, 변변한 직업도 갖추지 못한 일개 엘리베이터 걸이고, 그런 오지영과 연애를 하던 김형준(이선균)은 그녀를 버리고 서울대에 입학해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보였으나 IMF를 맞아 열심히 꾸리던 화장품 공장을 한 순간에 날릴 위기에 처해 과거의 연인에게 미스코리아 출전을 이용하여 접근한다.

그 뿐인가. 성공한 투자 전문가로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는 이윤(이기우)은 사랑 앞에서는 숙맥일 뿐이고, 최고의 미용실에서 미스코리아 대표로 선발된 김재희(고성희)는 국회의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슬픈 가족사까지 숨기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모두 무언가가 결핍돼 있다는 점이다. 전년도 미스코리아 진의 배출을 후배에게 빼앗겨 자존심이 구겨진 마원장(이미숙)과 미모 하나만이 유일하게 자신있는 오지영이 ‘지, 덕, 체’라는 절대적 기준을 모두 갖춘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해 대립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은 여자를 단순히 ‘미’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면서도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가치있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면서 여성 특유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요소로 잘 작용했다.

특히 수영복 심사에서 중요한 요소인 가슴 확대 수술을 놓고 대립하는 마원장과 김형준,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오지영의 관계는 그러한 가치의 전달을 명확히 보여준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와중에도 무심한 듯 오지영을 살뜰히 챙기는 마원장의 모습과 이를 통해 집안 식구들이 모두 남자들이며 떠나간 엄마 대신 아빠를 엄마라 부르며 지내는 오지영이 느끼는 새로운 형태의 모성애로 ‘미스코리아’만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케미’ 커플을 등장시켰다.

이연희-이미숙과는 다른 느낌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은 캐릭터는 송선미-이성민이다. 일류 대학 출신이자 본인의 화장품 공장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여자 연구원 고화정(송선미)과 이름과는 다르게 남의 빚 독촉이나 하며 건달로 사는 정선생(이성민)은 만나면 늘 으르렁대지만 결국 사랑을 느껴 알콩달콩한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본인의 화장품 연구를 방해하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대는 건달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인정할 수 없는 고화정과, 조직 내에서도 서열에서 밀려난 나이 많은 형일 뿐인 초라함을 고화정에게 해소하는 정선생 역시 결핍의 캐릭터들이다. 이러한 그들이 서로에게 부족한 것들을 ‘나이, 학력’ 따위에 구애 받지 않고 당당히 사랑을 통해 채워가는 모습은 극 후반부 오지영의 미스코리아 진 당선 후 주목할 만한 스토리의 중심이었다.

이처럼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이연희-이선균의 사랑이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지는 반면, 다른 캐릭터들의 새로운 스토리 라인을 통해 모두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노력한 모습은 특유의 여성적이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권석장 PD가 연출한 드라마의 특징이 유감없이 잘 나타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시대마저도 IMF라는 고난으로 결핍되어 있던 1997년의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해, 부족한 사람들이 투닥거리며 만들어낸 드라마 ‘미스코리아’는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는 그 모습 뒤에 얼마나 평범하고 또 조금은 모자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지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또한 그 주인공은 이제 시청자 자신이 되어, 스스로가 바라는 자신만의 ‘미스코리아’를 꿈꾸며 살아가는 나의 현실은 또 얼마나 ‘결핍’되어 있는지 돌아보게끔 해주는 드라마였고, 권석장 PD의 다음 드라마를 다시금 손꼽아 기다리게끔 하는 훌륭한 드라마였다고 칭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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