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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만에 재연된 복싱 판정 논란 '불신의 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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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만에 재연된 복싱 판정 논란 '불신의 링'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01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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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림픽 이어 인천 아시안게임서도 불거져…메달 거부 사태까지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건 홈텃세다. 심판들이 복싱을 죽였다."

아시아인의 축제인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판정으로 인한 불만과 시비가 제기됐다. 복싱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진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급기야 메달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라이슬람 사리타 데비(인도)는 지난달 30일 인천 선학복싱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복싱 여자 60kg급 준결승에서 박진아(25·보령시청)에게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복싱에서는 동메달이 2개 주어지기 때문에 데비는 동메달리스트가 됐고 박진아는 1일 열린 결승전에서 인진후아(중국)에게 0-2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데비가 심판 판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시상대에 서 메달 받기를 거부한 것. 데비는 자신에게 온 동메달을 거부하고 박진아에게 걸어줬고 이에 당황한 박진아가 돌려주려 하자 거절했다.

데비가 시상식에서 메달을 거부한 것은 박진아와 경기에서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며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당시 박진아와 데비의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됐다. 이날 경기는 난타전이 벌어졌지만 튀니지와 이탈리아, 폴란드 등 3명의 주심이 모두 39-37로 박진아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데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3라운드부터 자신이 몰아붙였는데 박진아가 10-9로 이긴 것으로 판정나온 것은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점수표를 보면 박진아가 조금 우세했던 1라운드와 4라운드는 10-9로 박진아가 이긴 것으로 표시했지만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는 심판 판정이 달랐다.

2라운드에서는 이탈리아와 폴란드 심판이 데비의 10-9 우세로 평가했지만 튀니지 심판은 박진아가 이긴 것으로 했다. 3라운드에서는 반대로 튀니지 심판이 데비가 이겼다고 판정을 내렸지만 이탈리아, 폴란드 심판은 모두 박진아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후 인도 코칭스태프는 판정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데비의 남편은 믹스트존에서 "심판이 복싱을 죽였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또 다른 판정 시비는 남자 56kg급 함상명(19·용인대)의 8강전에서 나왔다.

투스곳 니암바야르(몽골)와 맞대결을 펼친 함상명은 영국과 핀란드, 아르헨티나 심판의 판정 결과 1, 2라운드를 10-9로 이겼지만 3라운드에서 9-10으로 졌다. 그러나 종합 점수에서 29-28로 이겨 4강에 올랐다.

니얌바야르는 판정에 대한 불만 표시로 경기 후 한동안 링을 떠나지 않았고 몽골 코칭스태프도 격앙된 목소리로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에 제소했다. 그러나 AIBA는 '심판의 결정에 대한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경기규정에 따라 몽골의 항의를 기각했다.

한국 복싱계는 그렇지 않아도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박시헌의 금메달에 대해 편파판정이라는 주위 시선에 마음의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다. 이 때문에 한국 복싱계도 홈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편파판정으로 이겼다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또 AIBA도 이 사건이 있은 이후 심판 판정이 아닌 유효타격수로 점수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가 다시 3명의 부심이 판정을 내리는 시스템으로 환원됐다. 공교롭게도 26년전의 아픔이 되풀이됐다. 게다가 현재 남자복싱 대표팀의 사령탑이 그 아픔을 갖고 있는 박시헌 감독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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