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9 (금)
[SQ포커스] '라스트 펜홀더' 이정우, 신생탁구팀서 태우는 마지막 불꽃
상태바
[SQ포커스] '라스트 펜홀더' 이정우, 신생탁구팀서 태우는 마지막 불꽃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9.26 2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람상조 플레잉코치 발탁…"체전 발판, 대표팀 선발전도 뛰고 싶다" 다짐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한국 남자탁구대표팀의 '왼손 에이스' 이정우(32)가 돌아왔다. 소속팀 해체의 아픔과 부상으로 한동안 녹색 테이블을 떠나 있었던 이정우가 새로운 소속팀의 플레잉 코치로 탁구 팬 앞에 섰다.

이제 이정우는 새달 3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창단식을 갖는 보람상조 할렐루야 탁구단의 플레잉코치로 현역의 마지막을 불태운다.

이정우는 26일 서울 중국 한 식당에서 열린 보람상조 할렐루야 탁구단 창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깔끔하게 양복을 입고 취재진을 환하게 맞았다. 유니폼을 입고 구슬땀을 흘렸던 예전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정우의 모습은 다소 낯선 분위기였다.

▲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이끌었던 '마지막 펜홀더 선수' 이정우가 돌아왔다. 이정우는 다음달 3일 창단하는 보람상조 할렐루야 탁구단의 플레잉 코치를 맡았다. [사진=보람상조 탁구단 제공]

하지만 이정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열의에 가득찼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이정우로서는 플레잉코치로 뛰면서 탁구 선수 생활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우겠다고 벼른다.

◆ 펜홀더 전형 선수로 마지막 세대…체력 끌어올려 전국체전 대비

이정우는 인천 아시안게임 탁구 대표 선발전 당시 7승 4패로 4위에 그치면서 상위 3명에게 주어지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그러나 대한탁구협회가 고심 끝에 이정우를 추천선수로 발탁했다. 당시 유남규 대표팀 감독이 혼합복식과 개인복식, 단체전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적극 추천했다.

이정우는 당시 후배 양하은(대한항공)과 혼합복식에서 호흡을 맞추며 승승장구했지만 16강전에서 북한의 김혁봉-김정 조에 지면서 8강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단체전에서는 주세혁, 정상은, 김동현, 김민석 등과 호흡을 맞춰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따내며 환호성을 올렸다. 이것이 사실상 이정우의 마지막 대표팀 활약이었다.

이정우는 너무나 긴 슬럼프를 보냈다. 농심삼다수가 해체되는 아픔을 겪으며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다. 오랜 기간 몸담았던 팀의 해체였기에 충격이 컸다. 울산시탁구협회를 거쳐 KGC인삼공사에 들어갔지만 더 빛을 내지 못했다.

그 사이 이정우는 세계탁구계에서도 잊혀졌다. 지난해 1월만 하더라도 세계랭킹 31위로 주세혁과 조언래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순위였다. 

하지만 대표팀에 들지 못하다보니 지난해 3월 이후 그의 이름은 사라졌다.

이정우는 "새로운 소속팀에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무엇보다도 플레잉 코치이다보니 어린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감독과 선수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을 맡았다"며 "펜홀더 전형의 마지막 선수여서 체력 소진이 많다. 체력을 더 끌어올려 다음달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이정우는 자신의 첫 소속팀이었던 농심 삼다수 해체의 아픔까지 겪으며 한동안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정우는 신생팀 보람상조에서 재도약을 벼른다. [사진=보람상조 탁구단 제공]

◆ 지도자로서도 첫발,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지 바라보는 이정우

이정우에게 내심 도쿄 올림픽이 욕심나지 않느냐는 얘기를 넌지시 꺼내봤다. 이정우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은메달을 따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올림픽과 인연은 없었다.

이에 대해 이정우는 "4년 뒤를 생각하기엔 너무 이른 것 같다"고 씩 웃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생각하기엔 이정우의 나이가 만만치 않기도 하다. 하지만 이정우의 대표팀 복귀 욕심은 여전히 강하다.

이정우는 "다시 대표 선발전에도 나가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싶다. 펜홀더의 마지막 선수로서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전국체전이 그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며 "대표팀에 들게 되면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출전 기회도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전국체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2006년 도하 대회부터 4번째 아시안게임 도전이 된다.

이정우가 플레잉코치로 활약하는 보람상조 할렐루야 탁구단은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 여자대표팀을 이끌고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오광헌 감독이 지휘한다. 

아직 오 감독은 일본탁구협회와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오는 12월 본격 합류할 예정이다.

▲ 이정우 플레잉코치(왼쪽부터), 최원진, 오광헌 감독, 한유빈, 이승혁 등 보람상조 탁구단의 창단 멤버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정우 코치는 오광헌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역할을 할 예정이다. [사진=보람상조 탁구단 제공]

또 농심 삼다수에서 이정우와 함께 선수로 뛰었던 이승혁(24)도 팀에 합류했다. 여기에 현재 상무 복무 중으로 다음달 제대를 앞둔 최원진(27)과 고교생 한유빈(17)도 오는 11월 함께 하게 된다. 최원진 역시 이정우와 농심삼다수에서 뛴 인연이 있다.

이정우는 "아직 보람상조 선수단의 구성이 완벽하지 않아 이번 전국체전은 보람상조 팀이 아니라 연고지인 경남 대표로 출전하게 될 것"이라며 "보람상조에서 탁구에 대한 뜨거운 애정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다. 새로운 팀에 온 만큼 의욕도 살아났다. 후회없이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