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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혼술남녀' 정채연 몰카 사건, 왜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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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혼술남녀' 정채연 몰카 사건, 왜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나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9.28 0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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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몰카' 범죄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몰래 카메라는 말그대로 상대방 동의없이 촬영한 동영상이다. 당연히 동영상에 찍힌 사람은 피해자며, 촬영하고 유포한 사람은 가해자다. 

27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극본 명수현 백선우, 연출 최규식 정형건) 8회에서는 그동안 정채연(정채연 분)의 동영상을 몰래 찍어 온라인에 유포한 범인이 붙잡혔다. 진공명(공명 분)은 범인과 몸싸움을 벌였고, 그를 경찰에 신고했다. 

'몰카' 촬영 및 유포는 수년간 지속된 범죄지만, 대중이 그 심각성을 깨닫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해당 동영상이 업로드되던 사이트 '소라넷'은 불과 지난 6월 공식 폐쇄됐고, 경찰 및 지하철역에서는 몰카 경고문구를 써붙이고 있다. 

'혼술남녀'의 정채연(정채연 분)은 몰카(몰래카메라) 범죄의 피해자가 됐다. 애정고백을 차가운 말로 거절했다는 이유다. [사진=tvN '혼술남녀' 방송화면 캡처]

'혼술남녀'는 이 '몰카' 사건을 드라마로 끌어왔다. 어떤 면에서는 제법 현실적이었다. 이를테면 정채연의 동영상에 대한 공시생들의 각각 다른 반응 같은 부분이다. 

"찍어올리는 쓰레기같은 짓도 범죄지만, 유포하는 것도 범죄다. 당장 지워라"라고 일갈하는 김기범(김기범 분) 같은 사람도 있지만, "범인 안 잡혔으면 좋겠다. 그래야 또 올라오지"라거나 "다리는 예술인데 가슴은 생각보다 절벽이더라"며 평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그러나 몰카 피해자와 가해자를 보는 시선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범인을 잡은 후, 긴장이 풀린 정채연은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정채연은 "나 사실 진짜 무서웠어. 사실 지금도 무서워. 공부 계속해서 합격해야 하는데, 무서워서 이제 어떡해"라고 말했고, 공명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더니, 이제야 좀 사람 같네"라며 불안해하는 피해자를 석연찮은 말로 위로했다.

'혼술남녀' 공명(공명 분)  [사진= tvN '혼술남녀' 방송화면 캡처]

공명은 이어 "그러니 앞으로 적당히 좀 해. 너도 알다시피 공시생들이 얼마나 외롭고 힘드냐. 그런 사람들한테 독한 말로 상처줄 거 뭐 있냐고"라고 말했다. 공명은 "이왕 거절할 거면 좀 부드럽게 하라고. '어머, 얘, 노량진까지 왔음 공부나 해' 이렇게"라며 살가운 말투를 흉내냈다.

공명은 범인을 직접 붙잡는 정의로운 사람으로 보였으나, 그 역시 몰카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는 가해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는 가해자 아닌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사이코패스 진짜 많다. 너 조심해야 돼"라고 덧붙이긴 했으나, "공시생들이 외롭고 힘들다"는 말은 범죄에 대한 변명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까칠한 성격으로 그려지며, 평소 하고 싶은 말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였던 정채연은 공명의 말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왜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느냐는 질문 대신, 다만 "여기서 연애하고 놀 거 다 놀면 합격은 언제 하라고"라며 연애를 받아주지 않은 이유를 댔을 뿐이다. 

이 사건을 통해 공명과 정채연은 가까워지고, 러브라인을 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둘의 사이가 진전되는 결정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몰카 찍히지 않게) 그러니 앞으로 적당히 좀 하라"는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 마치 멋진 남자의 따뜻한 조언처럼 그려지고, 피해자를 구석으로 모는 찜찜함은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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