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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26) '우주의 크리스마스' '사랑이 오네요' 심은진, 아이돌 출신 10년차 배우의 속내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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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26) '우주의 크리스마스' '사랑이 오네요' 심은진, 아이돌 출신 10년차 배우의 속내 (인터뷰Q)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9.2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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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SBS 일일드라마 '사랑이 오네요'의 신다희가 베이비복스 출신 심은진이란 것을 한눈에 알아본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심은진은 첫 악역 연기임에도, 밉살맞은 캐릭터를 탁월히 그려내고 있다. 

심은진은 2007년 방송된 KBS 1TV 대하드라마 '대조영'을 시작으로 연기를 시작한 10년차 배우다. 올해에는 '사랑이 오네요' 외에도, 29일 개봉한 19금 스릴러 '불청객-반가운 손님', 10월13일 개봉하는 판타지 감성 드라마 '우주의 크리스마스'를 통해 스크린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스포츠Q(큐)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감독 김경형)는 38세의 성우주(김지수 분)가 19세, 26세 나이의 자신을 만나게 되는 판타지 드라마다. 심은진은 우주의 친구인 도연 역을 맡았다. 

지난 27일 만난 '우주의 크리스마스' 출연 배우 심은진. 옥상에서 사진 촬영을 하기로 계획돼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비가 내려 지하로 장소를 바꿨다. 심은진은 "지하도 괜찮은데요?"라며 말을 걸며, 먼저 나서서 즐거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우주의 크리스마스'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간다. 이때 심은진은 극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유일한 활력소다. 도연은 우주에게 걸쭉하고 친근하게 욕을 하기도 하고, 믿을 수 없는 신기한 이 사건에 대해 함께 고민해 주는 고마운 친구다. 

◆ '우주의 크리스마스' 심은진, 캐릭터 분석·고민 돋보여 

사실 심은진이 출연을 망설였던 이유는 '도연'이 아이가 있는 어머니이기 때문이었다. '야경꾼 일지' '그녀의 신화' '노란 복수초'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온 심은진이지만, 이런 캐릭터를 제안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아이 엄마 캐릭터 캐스팅 제안을 처음 받아봤어요. 아직 결혼, 출산 전이다보니 부담이 되더라고요. 더 잘할 수 있는 배우가 있는데 내가 그 역할을 빼앗는 건 아닐까, 디테일한 표현을 못 하지는 않을까, 이후로 계속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막연한 걱정이 있었죠. 그런데 막상 감독님과 대화하고, 연기해 보니 못할 것도 아니던데요.(웃음) 마음먹기 따른 것 같아요."

이밖에도, 판타지적 내용이다보니 시나리오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심은진은 일단 감독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런데 논의를 하러 간 현장에서, 제작진은 이미 심은진이 출연을 확정한 것처럼 익숙하게 맞아줬다. 심은진은 그렇게 낚여(?) 출연하게 됐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미 저는 하기로 한 사람이더라고요. 감독님도 해 줄 거라고 믿는다고 하시고요. 영화 얘기는 20분 정도 하고, 그외 미술이나 관심사 얘기로 2시간을 수다 떨었어요. 어느새 '그럼 촬영 때 뵙겠습니다'가 됐죠. 그렇게 시작하게 됐지만 즐거운 촬영이었어요. 뭘 하더라도 잘한다고 칭찬해 주시는 현장이었는데, 자신감이 생겼죠."

'우주의 크리스마스' 배우 심은진

도연의 비중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심은진의 답변에서는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엿보였다. 도연과 우주는 친한 친구지만, 사이가 좋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한 남자를 두고 삼각관계로 엮였던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년만에 만나게 된 도연은 과거의 미움은 씻어낸 지 오래다. 심은진은 도연 캐릭터를 감독과의 대화와, 스스로의 고민을 통해 차근히 잡아갔다.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 도연에게 얼만큼 남아있는 걸까, 생각했어요. 어느정도의 사랑의 깊이였는지가 중요했죠. 

도연의 나이, 그러니까 지금 제 나이 정도 되면 과거 안 좋은 일이 있었더라도 그냥 넘겨버릴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래 그런 때가 있었지, 정도로요. 과거를 툭 털 수 있는 시간적 공백이 있는 거죠. 도연이도 그런 감정으로, 예전엔 배신감과 분노가 있었더라도 이젠 우주가 안타깝고 짠한 거예요. 도연은 그런 마음으로 제3자가 돼서, 우주를 지켜보는 관객의 눈 같은 역할을 해 준다고 생각했어요."

◆ "지금까지의 선택 후회한 적 없어…다만 공부는 해야"

'우주의 크리스마스'를 보며, 관객은 성우주의 감정에 자연스레 이입하게 된다. 만약 내가 19세, 26세의 나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런 가정을 해 보게 되는 것이다. 

심은진은 인터뷰 내내 어떤 질문에든 막힘 없는 답을 이어갔다. 그러나 "혹시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있냐, 과거의 내게 무슨 말을 해 주고 싶냐"는 질문에는 고민했다. 복잡한 생각들이 스치는 얼굴이었다. 

"글쎄요. 음… 무슨 말을 해 줘야 하나….(웃음) 베이비복스를 계속 하라고 했을까요? 연기를 하지 말라고 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상상해본 적이 없거든요. 전 과거로 돌아가라고 하면 안 돌아갈 거거든요. 저는 너무나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섰던 사람이에요. 하지만 '망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자'는 주의라서, 지금까지의 선택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어요. 힘들었지만 얻은 게 있었잖아,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 말처럼, 심은진은 실제로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1998년 베이비복스 2집 때 합류해 활동하며, '킬러' '겟 업' '우연' '나 어떡해'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2004년 팀을 탈퇴하고, 솔로가수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이어 2007년에는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런 그도 한 가지 아쉬워하는 점은 있다. 학창시절에 하지 못한 공부에 대해서다.

'우주의 크리스마스' 배우 심은진

"이 말은 해 주고 싶어요. 만약 10대 심은진을 만난다면 '공부하라'고 할 거예요. 그땐 공부에 흥미도 없었고, 활동하며 잠자고 밥먹을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공부를 하나 싶었지만, 지금은 그래도 어떻게든 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그때 안하면 지금 다시 해야 하고 돈 들어가고 하더라고요. 하하."

어떤 공부를 하느냐 물으니, 예상밖의 답이 돌아왔다. 고등학교 때 산업디자인과이기도 했어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현재는 실내건축산업기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관련해 말하는 눈이 반짝였다. 

"드라마 촬영기간에 시험을 봤는데, 준비를 많이 못했어요. 필기는 내용을 대본처럼 엮어서, 대본을 달달 외우듯이 봐서 합격했지만 실기는 떨어졌죠. 도면을 고작 다섯 번밖에 못 그려봤거든요. 다시 공부해서 내년 4월쯤 시험을 보려고 해요. 집에 도면판, 제도판도 다 사놨어요!"

◆ 가수·배우·작가…다양한 심은진의 삶 살고 싶다  

심은진이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만큼 다방면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틈틈이 작업한 사진, 크로키, 글 등 작품을 내건 개인전을 열고, 이런 경험을 토대삼아 토크 콘서트 게스트로 서기도 한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사실 맨 처음 '작가'로서의 꿈을 키운 이유는 글이나 그림이 아닌 추억이 담긴 공간 미니어처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공간이 있잖아요. 어떤 집에서의 대화가 내 인생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든지. 이런 공간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전시하고 싶었어요. 미니어처를 만들려면 직접 도면을 그려야 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공부하게 됐어요."

심은진은 가수, 배우, 작가 등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그런데 심은진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사람 심은진'의 풍부한 삶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배우, 가수 심은진도 좋지만 저는 그냥 심은진의 인생을 살고 싶어요. 제 삶이 있고 그중 섹션이 배우, 가수, 작가 섹션으로 나눠진 듯한, 그런 모습으로 다양하게 저를 표현하고 싶은 거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삶을 즐기자'는 가치관이 깔려 있다. 

"어렸을 때 너무 하라는 대로 해서 트라우마가 생긴진 모르겠지만, 강압적인 분위기에선 집중도 안 되고 힘들더라고요. 오히려 뭐든 즐거운 분위기에서 해야 능률이 오르는 편이에요. 딱딱하고 서로 눈치만 보는 분위기는 정말 싫어요. 늘 즐겁고 활기찬 현장이 되도록 일부러 더 에너지를 내는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뭘 하면 재밌을까, 어떻게 삶을 즐겨야 할지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우주의 크리스마스' 배우 심은진

[취재후기] 심은진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었다. 1시간 동안의 심은진과의 인터뷰는 순식간에 흘러갔다. 어떤 질문에든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고, 솔직하고 거리낌없는 언변으로 폭소하며 즐겼던 인터뷰였다. '관객에게 남기고 싶은 말' 역시도 특별했다. 심은진은 "굳이 제 팬이 돼 달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각자의 취향이 있지 않느냐"며 "하지만 늘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마음가짐으로, 악의를 가지고 뭔가를 하지 않으니 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솔직해서 더 아름다운 배우 심은진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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