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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매수' 전북현대 승점 9점 삭감, 솜방망이 징계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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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매수' 전북현대 승점 9점 삭감, 솜방망이 징계의 한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9.30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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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 상벌위원회 징계 확정, 여전히 2위 FC서울에 승점 5 앞서…제재금 1억 원도 부과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어쩌면 예고된 '솜방망이 징계'인지도 모르겠다. 법원에서도 이번 심판 매수에 대해 개인의 일탈 행위로 규정, 강력한 징계를 내리기는 처음부터 무리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0일 오전 상벌위원회를 열고 지난 2013년 전북 현대 스카우트 차 모씨가 K리그 심판 2명을 만나 모두 500만 원의 금액을 제공한 것과 관련해 심의했다. 상벌위원회 징계 결과는 제재금 1억 원과 승점 9점 감점이었다. 승점 삭감은 즉시 적용된다.

전북은 지난 5월 스카우트 차 모씨의 심판 매수 혐의가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당시 전북은 "해당 스카우트는 구단에 보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발짝 물러섰지만 파문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여론이 악화되기만 했다.

▲ 조남돈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 현대에 대한 징계 내용과 결정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연맹의 상벌위원회가 늦게 열리는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연맹은 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상벌위원회를 30일에서야 열었다. 부산지방법원이 지난 28일 전북 스카우트 차 모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유죄 판결을 내린 뒤에야 상벌위원회가 열린 것이다.

여론이 느끼기에는 '솜방망이'라고 느껴질만한 징계다. 무엇보다도 구단 직원이 심판에게 접근해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취지로 청탁을 하고 금품을 제공한 것은 명백한 승부조작 또는 조작 미수 행위다.

하지만 조남돈 상벌위원장은 7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심판에 대한 금품 제공은 승부조작 여부를 떠나 심판의 인격과 공정성에 대한 공격적인 행위이자 축구 팬들에 대한 배신행위이고 축구 그 자체에 대한 모멸적 행위"라며 "그러나 구단 단장부터 조직적으로 개입한 유벤투스나 역시 구단 사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경남과 달리 전북은 구단의 직접적인 관여와 금품 액수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 조 위원장은 "징계는 징계 자체로서 효력을 발휘해야지, 징계의 부수적인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일관성과 형평성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징계로 인한 반사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또 징계는 집행 가능할 때 바로 주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승점 삭감을 즉시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안의 규모에서는 경남 구단 사건보다 가볍지만 전북이 한국 축구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팬들에 대한 심각한 신뢰도 저하 결과 초래, 전북 구단이 부적절한 사후 처사 등으로 인한 높은 비난 가능성을 감안해 승점 9점 감점과 1억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고 밝혀 이번 징계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시사했다.

▲ 조긍연 경기위원장(왼쪽부터), 조영증 심판위원장, 허정무 부총재, 조남돈 변호사, 오세권 대한축구협회 징계위원회 부위원장, 이중재 변호사 등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조남돈 상벌위원장이 부수적인 효과를 감안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전북의 승점 9점 감점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3연패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징계 효과가 없다는 여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전북은 올 시즌 32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면서 18승 14무(승점 68)를 기록하고 있었다. 2위 FC 서울(16승 6무 10패, 승점 54)과 승점차가 14점이나 난다. 승점이 9점 깎이긴 했지만 여전히 승점차는 5다.

두 팀이 K리그 클래식 스플릿 라운드에서 한 차례 더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고 하지만 6경기를 남겨두고 승점차 5는 결코 뒤집기가 쉽지 않다. FC 서울이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 승점이 72가 되더라도 전북은 승점 14만 쌓아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다. 전북의 현재 경기력이라면 우승 전선에 이상이 없다.

상벌위원회의 결과가 나오자마자 전북 구단도 사과문을 발표했다.

전북 구단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한 사과문에서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팬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모든 임직원과 코칭스태프는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금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또 한국프로축구연맹도 권오갑 총재 명의로 된 사과문을 발표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K리그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조영증 심판위원장(왼쪽부터), 한웅수 사무총장, 허정무 부총재, 조긍연 경기위원장, 조남돈 상벌위원장 등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팬들에게 사죄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현대오일뱅크 2016 K리그 클래식 순위표 (30일 현재)

순위 구단 경기수 승점 득점 실점 득실차
1 전북 32 59 18 14 0 59 34 +25
2 서울 32 54 16 6 10 56 42 +14
3 울산 32 48 13 9 10 36 40 -4
4 제주 32 46 13 7 12 58 50 +8
5 전남 32 43 11 10 11 38 38 0
6 상주 32 41 12 5 15 49 52 -3
7 성남 32 41 11 8 13 45 42 +3
8 광주 32 41 10 11 11 36 38 -2
9 포항 32 38 10 8 14 33 38 -5
10 수원 32 37 7 16 9 41 47 -6
11 인천 32 32 7 11 14 32 44 -12
12 수원FC 32 30 7 9 16 29 4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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