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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리우 올림픽이 던진 한국 엘리트스포츠의 발전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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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리우 올림픽이 던진 한국 엘리트스포츠의 발전 화두
  • 이규호 기자
  • 승인 2016.09.30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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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스포츠정책세미나 '2016 리우올림픽의 성과와 과제'

[스포츠Q(큐) 글‧사진 이규호 기자]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 한국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거둔 성적이다.

한국은 종합 순위 8위에 올라 4회 연속 톱10 진입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결과만 보면 한국을 스포츠강국으로서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하지만 속내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유도, 레슬링 등 투기종목이 부진했고 육상, 수영, 체조 같은 기초종목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스포츠 선진국들의 사례를 거울삼아 가깝게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멀게는 2020 도쿄 올림픽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국올림픽성화회는 30일 국민대학교 본부관 학술회의장에서 제20회 엘리트스포츠정책세미나 ‘2016 리우 올림픽의 성과와 과제’에 대한 포럼을 열었다.

국민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이 포럼에는 학계의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나서 한국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또 토론을 위해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와 형구암 배드민턴 국제심판이 종목별 사례를 발표했다.

◆ “꿈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양궁은 한국 대표팀이 리우 대회에서 유일하게 성공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종목이다. 남녀 전 종목을 석권해 금메달 4개를 거머쥐었고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8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1996년 애틀란타 대회부터 2012년 런던 대회까지 양궁 대표팀을 지도한 장영술 전무이사는 한국 양궁의 성공 비결로 꿈에 대한 얘기를 제일 먼저 꺼냈다. “투명한 협회 운영, 적극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훈련, 한국인 특유의 집중력을 그 이유로 많은 이들이 말한다”며 “하지만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꿈 그리고 목표를 먼저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이라는 물고기는 어항에 키우면 작은 크기로 자라지만 큰 강에서는 몸집이 큰 물고기로 성장하게 된다”며 “꿈의 크기에 달라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구체적인 목표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양궁 대표팀이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미래예측을 통해 변수를 최대한 없애나가는 무결점 훈련을 해온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장 전무이사는 “2008년 베이징 대회를 앞두고는 중국 관중들의 소음에 대비해 훈련장에 가장 관중석을 설치하기도 했고 2012년 런던 대회 때는 바람이 많이 부는 경기장 환경을 고려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바람이 많이 부는 남해에서 열었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운영의 매뉴얼 및 시스템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훈련, 의무 사항, 장비 신청, 도핑, 심리 훈련 등 모든 사항을 700여 페이지에 정리해놓았다”며 “감독이 바뀌어도 같은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고 민감한 사항인 도핑에도 양궁 대표팀은 걸린 경우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 일본-독일 사례에서 한국스포츠의 미래를 내다보다

일본은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 은메달 8개, 동메달 21개로 종합 순위 6위에 올랐다. 4년 전 런던 대회와 비교해서 5계단이나 상승했다. 기초종목인 육상, 수영, 체조에서 금메달 4개를 비롯해 14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육현철 한국체대 교수는 “일본은 지난해 5월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스포츠청을 신설하고 일본 정부로부터 290억 엔(3159억 원)을 예산으로 배정받아 70%를 엘리트 스포츠 발전에 투자했다”며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생활체육을 활성화하는 정책에서 전환해 장기적으로 엘리트 체육에 투자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높은 인식 ▲ 유능한 선수 발굴 ▲ 최고의 감독을 최고의 대우로 초빙해 훈련방식 개선 ▲ 우수한 선수들에 대한 충분한 대우 ▲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최첨단 시설투자 등을 일본의 리우 올림픽 성공 사례로 소개하며 한국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필요하고 주장했다.

독일은 전통적인 스포츠 선진국이다. 19세기 초부터 스포츠클럽의 역사가 시작됐으며 2번에 걸쳐 골든 플랜을 시행해 현재 9만1000여 개의 스포츠클럽을 보유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넓은 저변을 바탕으로 리우 대회에서는 19개 종목에서 금메달 17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5개로 5위에 올랐다. 9개의 종목에서 21개의 메달을 딴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이재구 삼육대 교수는 “독일은 1990년대 이후 세계 3위를 유지하자는 엘리트 스포츠 정책을 펼쳤지만 선진화된 스포츠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5~6위권에 머무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리우 대회에서는 육상과 수영에서 84년 만에 노메달을 기록했지만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리스트를 배출해 스포츠클럽에 영향을 준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2년 독일 국가대표로 출전한 392명 중 27%에 해당하는 104명의 선수가 엘리트 스포츠 전문학교 출신”이라며 “독일은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 스포츠 통합이 아닌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통합체육회 우선 과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 연결고리 찾기

지난 3월 21일은 한국스포츠 역사에 이정표가 되는 날이다. 25년 동안 각자의 길을 걸어오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된 날짜다. 이로써 엘리트체육 육성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남상남 한국체육학회 회장은 “과도기라 대한체육회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정상의 비정상화가 되는 부분이 많다”며 “특히 교량 역할을 하는 대학스포츠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석정 남서울대 교수는 “미래의 선수후보군인 14세 이하의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2015년 13.9%에서 2050년 9.9%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소수 정예주의 방식의 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 종목 엘리트 선수에 대한 육성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손 교수는 “1993년부터 23년 동안 기초종목에 꿈나무 선수 단계부터 우수선수 발굴 및 육성지원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우 올림픽에서 대부분 예선 탈락했다”며 “현재 운영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손석정 교수는 통합체육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생활체육의 저변 확대가 엘리트체육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연결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엘리트체육은 국가의 역량을 나타내는 척도이며 국민의 자존심을 표출하는 통로”라며 “생활체육의 진흥을 위해서 엘리트체육이 쇠퇴되는 일이 없도록 장기계획과 단기계획으로 이원화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통합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밝혔다.

[취재 후기] 이번 포럼에 참여한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현재 한국의 체육 저변을 고려해보면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의 성적은 매우 잘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적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낸 박상영의 ‘할 수 있다’ 정신은 칭찬 받아 마땅하지만 언제까지 선수 개인의 정신력에만 의존할 수 없다. 양궁 대표팀의 성공적인 사례가 전 종목에까지 확대돼 선수들이 제도적인 지원 속에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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