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 Tip!] '밀정'(감독 김지운)은 일제강점기 조선, 상하이 임시정부에 잠시 몸담았다가 일본 경찰이 된 이정출(송강호 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정출은 지금껏 그랬듯 독립운동을 하는 이들을 체포하려 했으나, 경성으로 폭탄을 운반할 때까지만 눈감아 달라는 의열단의 부탁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밀정'은 항일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중, 독특하고 색다르다는 평을 받으며 흥행 중이다. 배우 공유는 의열단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김우진 역을 맡아 연기했다.
[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밀정'은 공유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송강호, 이병헌 등 선배 배우들과 함께하며 자극을 받았고, 독특하고 색다른 결의 영화가 나온 것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1온스의 군더더기도 없는 완벽한 작품'이라는 외국 매체의 평('버라이어티')을 보고선 소름이 끼쳤어요. 촬영을 마친 후에도 모든 게 어렵고 부담이 컸는데, 그게 좀 해소됐다고 해야 할까요?"
◆ "'밀정', 앞으로 계속 기억에 남을 송강호와의 독대 장면"
공유는 특히 촬영 초반, 부담감으로 인해 경직돼 있었다고 털어놨다. '첫 촬영 장면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공유는 "첫 촬영 장면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억에 남을 장면이 있다"고 답했다. 영화 초반, 사진관 2층에서 이정출과 김우진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촬영 초반에 찍었는데, 앞으로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아주 힘들었거든요. 대사량도 많고, 서로를 감추면서 보여줘야 하니 기존 캐릭터보다 너스레를 떨어야 하고요.
송강호 선배님과의 호흡과 리듬감이 굉장히 중요했던 시퀀스죠. 극중 이정출에게도, 배우로서 송강호 선배님에게도 밀리면 안 됐어요.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해 찍었어요. 그래도 초반에 그렇게 힘들고 났더니 이후로는 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관객의 눈에, 영화는 시간 순으로 차례대로 진행된다. 그러나 실제 촬영은 제작 상황상, 촬영 순서가 뒤죽박죽 뒤섞이는 것이 보통이다. 공유는 "'밀정'의 경우, 감정적으로 충돌하는 장면들은 최대한 배려해 주셔서 순차적으로 찍었던 것 같다. 물론 중국과 한국에서 촬영하니 그렇게 하지 못한 신도 많지만, 다행히 꽤 엇비슷하게 찍혔다"고 설명했다.
공유에게 송강호와의 작업은 걱정되면서도, 동시에 기대감이 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던 시간이기도 했다. 송강호의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냐고 묻자, 공유는 "기자님이 보기엔 어떠냐"고 되물었다. 공유는 송강호와 연기하며 받은 소감을 막힘없이 길게 풀어냈다. 연기를 처음 시작한 신인배우처럼, 반짝이는 눈빛과 순수한 설렘이 있었다.
"원래부터 선배님을 워낙 좋아했고 배우로서 동경하는 팬심도 있었어요. 후배로서, 아기처럼 예쁨받고 싶다는 열망이 어느 때보다 강했던 것 같아요. 제가 옆에서 지켜본 선배님은 만약 제게 이정출 역의 제의가 왔다면 그 기회를 과연 잡을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어마무시'한 내공이 있었어요. 대체 불가한 본인만의 색깔을 녹이면서도, 튀어서 극의 흐름에 방해하는 일이 없었죠.
김지운 감독님은 테이크를 많이 가시는 편인데, 선배님은 매 테이크마다 리액션 때의 눈빛과 표정이 달라요. 속내를 모르겠다는 '의뭉스럽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죠. 제 연기를 하느라 저도 정신은 없지만, 대사를 던졌을 때 매번 다른 반응이 돌아오니 그 재미가 있었어요. 매번 형형색색인 반응이 부럽기도 했고요."
송강호에 대한 부러움은 그의 타고난 재능과, 재능 못지않은 끊임없는 노력에 대한 것이었다. 공유는 송강호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아 말했다.
"제가 함부로 평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요. 배우가 나이가 들면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더 커진다고 생각하는데, 선배님의 연기는 연령에서 나오는 관록이 아닌 것 같아요. 조심스럽지만, 제 눈엔 정말 타고난 듯 보였어요. 그럼에도 늘 카메라 앞에 계신 것처럼 대사를 읊조리시는 노력도 대단하시고요.
그런 면을 보면서, 사실은 굉장히 외롭지 않으실까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술과 농담, 우스갯소리를 좋아하시지만, 깊숙한 내면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무게를 견디며 연기하시는 게 아닐까 하고…."
◆ '밀정' vs '도깨비', 상반된 촬영현장?
송강호뿐 아니라, 김지운 감독과의 작업 역시 공유에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평소 낯간지러운 것에 약한 공유마저도 너무하다고 느낄 정도로, 김지운 감독은 칭찬에 인색했다는 후문이다.
"강펀치를 날려주신 것 같아요. 하하. 감독님이 칭찬에 인색하세요. 테이크를 여러 번 가시는 편인데, 20테이크 정도 가다가 "나쁘지 않다" 한번 말씀해 주시는 정도죠. 나중엔 모든 촬영을 마친 후에 '수고하셨습니다' 하면서 포옹하려는데, 그 껴안는 것 자체가 민망해서 서로 엉덩이를 빼고 인사했다니까요.(웃음)
그런데 그렇게 인사하고, 저도 모르게 울컥해서 고개를 숙이고 죄송합니다 말씀드렸어요. 감독님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뭐가 죄송하다는 거야' 하시더라고요.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다 나중에 편집실에 후시녹음을 하러 갔더니, '김우진 되게 멋있어' 칭찬해 주셨죠."
이런 건조함(?) 덕분에, 현재 촬영 중인 tvN 드라마 '도깨비' 제작진과의 만남은 사뭇 달랐다는 설명이다. '도깨비'는 공유가 '빅'(2012) 이후 4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작품이다. 올 상반기 히트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감독과 작가가 그대로 뭉쳐 화제가 됐다.
"리딩 때 대사 첫 마디를 했을 뿐인데 칭찬이 쏟아졌어요. 작가님은 성격이 소녀 같으셔서 박수를 치면서 '와~' 하시고, 이응복 감독님은 눈에서 하트가 나오더라고요."
공유는 극중 불멸의 삶을 벗어나고자 인간 신부를 찾는 도깨비 역을 맡는다. 판타지와 로맨틱 코미디가 섞인 드라마로, 독특한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취재후기] '남과 여', '부산행', '밀정'까지 올해만 세 작품을 개봉하며, 숨가쁘게 달려온 공유다. 그러나 앞으로에 대한 계획은 비교적 소박했다. '공유 시대'가 온 것 같지 않느냔 물음에, 공유는 그저 지금처럼 묵묵히 걸어갈 뜻을 전했다.
"급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변함이 없어요. 규칙적이진 않지만, 어느순간 사람들이 알아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그랬듯, 계속 제 길에서 버티려 해요. 그러다 보면 말씀대로 제 시대가 올 수도 있는 거고요. 다만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면서 걸어가야겠죠. 한 자리에 고여있기만 한다면 스스로 용납이 안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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