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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28년 무관 청산한 기적의 '120분 축포', 약속의 땅에서 한국축구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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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28년 무관 청산한 기적의 '120분 축포', 약속의 땅에서 한국축구 밝히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0.03 0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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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 월드컵 16강 확정지은 역사 축구성지, 비원의 아시안게임 정상 등극

[인천=스포츠Q 이세영 기자] 인천 문학경기장이 다시 한번 '약속의 땅'이 됐다.

이광종(50)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임창우(23·대전)의 후반 추가시간 35초에 터진 극적인 선제 결승골로 북한에 1-0으로 이기고 28년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120분 혈투 끝에 승리를 거둔 한국은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결승전 0-0 무승부 이후 36년만의 결승 리턴매치에서 최종 승자가 됐다.

인천 문학경기장은 12년전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첫 16강 진출을 이뤄낸 곳이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맞아 박지성(33·은퇴)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이기고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북한과 결승전에서 1-0으로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온몸으로 환호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 인천 문학경기장이 다시 한번 열광의 함성으로 진동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8년만에 한국 축구가 아시안게임 우승이 확정되면서 인천 문학경기장은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 됐다. 한일 월드컵 4강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에 버금가는 한국 축구의 쾌거가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나왔다.

정규시간 90분과 연장 30분 동안 공격이 수월하게 풀리지 않으며 한 골도 넣지 못했던 한국은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드라마틱한 골을 넣으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36년 전에는 연장 후반까지 골이 터지지 않아 공동 우승으로 마무리됐지만 이번에는 한국이 최후에 웃었다. 여자 축구가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딴 북한은 내심 남녀 동반 우승을 노렸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 이승우-지소연 눈물 닦아준 작은 형들

한국 축구는 최근 북한과 두 번 만나 모두 눈물을 흘렸다. 모두 선취골로 리드를 잡고도 당한 패배라 더욱 아쉬웠다.

지난달 21일에는 16세 이하(U-16) 대표팀 아우들이 북한에 덜미를 잡혔다. 태국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AFC U-16 선수권 결승전에서 한국은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를 앞세워 파상공세를 펼치고도 1-2 역전패를 당했다. 최재영(포항제철고)의 헤딩 선제골이 나왔지만 후반에 연속 2골을 내줬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북한과 결승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서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U-16 대표팀 아우들이 북한에 역전패당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대표팀이 눈물의 패배를 당했다.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지난달 29일 열린 준결승전에서 정설빈(24·현대제철)의 무회전 프리킥에 의한 환상 선제골로 앞서가고도 연속골을 허용해 1-2로 패했다.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막판 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이 회심의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 흐름을 내준 것이 역전패로 이어진 원인이었다.

믿을 수 없는 패배가 확정된 뒤 태극낭자들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던 지소연은 눈물을 머금고 동생들을 다독였지만 그 역시 뒤늦게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작은 형들이 3일만에 아우와 낭자들이 흘린 눈물을 닦아줬다. 짜릿한 설욕전에 성공한 작은 형들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 36년만의 리턴매치서 일군 '단독 금메달'

36년만의 아시안게임 결승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것도 고무적이다.

한국과 북한이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마지막으로 맞붙었던 것은 1978년이었다. 당시에는 아시안게임에 연령 제한이 없어 최정예 대표팀 멤버가 출전했다. 함흥철 감독이 이끈 한국은 주장 김호곤을 비롯해 조영증, 박성화, 허정무, 조광래, 차범근 등 호화 멤버가 나섰다. 북한은 주장 김종민을 필두로 골키퍼 김광민까지 나와 한국에 맞섰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이종호(왼쪽)가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북한과 결승전 전반전에 치열한 몸싸움 벌인 뒤 북한 장성혁(3번)과 말다툼을 하고 있다.

축구 결승이 벌어지기 전까지 한국이 17개, 북한이 14개 금메달을 획득하며 순위싸움을 하고 있던 터라 결승전은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수밖에 없었다.

양팀은 일진일퇴 공방전을 펼친 끝에 연장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0-0으로 비겼다. 지금의 룰을 적용하면 승부차기를 실시해야 했지만 공동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아시안게임에서 승부차기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36년 뒤 인천에서 다시 만난 남북한 선수들도 골을 넣기 위해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공중볼을 따내기 위한 육탄전은 물론, 깊은 태클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후반 22분에는 한국 임창우와 북한 장성혁이 언쟁을 벌이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오갔지만 양 팀은 연장 후반 정규시간이 끝날 때까지 소득을 올리지 못했고 경기는 승부차기로 접어드는 듯했다.

그때 임창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임창우는 경기 종료 직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오른발 슛, 북한의 골망을 흔들었고 한국의 아시안게임 36년만의 단독 금메달도 확정됐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임창우(오른쪽)가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북한과 결승전에서 연장 전반 1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 '환호'와 '탄식' 오간 응원전, 임창우가 '환희'로 마무리

36년만의 결승 맞대결답게 응원전도 뜨거웠다. 남북 공동응원단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양 팀 모두를 응원했고 한국 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도 연신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거나 아리랑 등 응원가를 부르며 대표팀에 기를 불어넣었다.

이날 경기가 열린 문학경기장에는 많은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무려 4만7120명의 관중이 찾아 한국의 아시안게임 우승을 기원했다.

관중들은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거나 좋은 기회를 잡으면 열화와 같은 함성을 터뜨렸고 슛이 실패로 돌아가면 안타까움에 긴 탄식을 내질렀다. 유니폼만 입지 않았을 뿐 관중들 역시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 못지않게 열정적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는 민승찬(11) 군은 “줄이 길어서 경기장에 들어오는 데 불편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경기를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남북공동응원단을 처음으로 봤는데 신기하다. 하루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인천시에 거주하는 안창봉(56) 씨도 “남북한 선수들이 한 그라운드에서 뛰는 걸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다만 예전 국제대회 때 왔던 북한 미녀응원단이 오지 않아 아쉽다. 미녀응원단이 오면 분위기가 더 살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 모든 아쉬움을 임창우가 날려버렸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 임창우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자 경기장은 4만7000여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가장 극적인 상황에서 터진 극적인 골로 축구팬들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선물을 받았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이광종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왼쪽)이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북한과 결승전서 승리, 금메달을 확정한 뒤 골키퍼 김승규를 안아주고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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