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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신화 처음과 끝을 쓴 '2부리거' 임창우의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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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신화 처음과 끝을 쓴 '2부리거' 임창우의 인생역전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0.03 0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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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호 첫 골과 마지막 골 장식…무명에서 한국축구 영웅으로 우뚝

[인천=스포츠Q 이세영 기자] 한국 축구 28년만의 금메달을 결정지은 주인공은 김신욱(26‧울산)도 김승대(23‧포항)도 아닌 수비수 임창우(22‧대전)였다.

임창우가 인천 아시안게임을 항해한 이광종호의 첫 골과 마지막 골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한국 축구의 영웅이 됐다.

임창우는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북한과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추가시간 35초 문전 혼전 상황에서 오른발 슛으로 북한 골망을 갈라 한국에 1-0 승리를 안겼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임창우가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북한과 결승전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정규시간 90분과 연장 30분까지 0-0으로 흘러간 상황에서 승부차기 기운이 감돌던 연장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이용재의 헤딩슛이 북한 수비수의 몸에 맞고 굴절된 것을 공격진까지 올라온 임창우가 오른발 슛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임창우의 골에 힘입어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더불어 36년 전에는 북한과 공동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36년만의 아시안게임 결승 리턴매치에서 단독 금메달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룩했다.

임창우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터뜨린 첫 골과 마지막 골의 주인공이다. 오른쪽 풀백이 주 포지션인 임창우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한 방을 터뜨리며 한국의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달 14일 말레이시아와 A조 예선 1차전에서 전반 27분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감각적인 헤딩슛으로 한국의 대회 첫 골을 신고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임창우가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북한과 결승전 연장 전반에 크로스를 올리고 있다.

임창우가 기선을 제압해 준 덕분에 한국은 후반 33분 김신욱의 추가골과 4분 뒤 김승대의 쐐기골을 묶어 3-0 완승을 거뒀다.

진흙속에 묻힌 진주가 드러난 셈이다. 임창우는 이번 아시안게임 전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울산 현대중‧현대고등학교 때 엘리트 코스를 밟은 임창우는 성인이 된 뒤 잊혀진 존재였다. 중‧고교 시절이던 15~17세에는 꾸준히 당시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던 이광종(50)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2011년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3년 동안 6경기에 나가는 데 그쳤다. 자연히 태극마크와도 멀어졌다.

하향세를 거듭한 그는 결국 올시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로 떨어진 대전 시티즌에 임대 영입됐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축구인생 위기 속에서 기회가 온 것이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임창우(오른쪽)가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북한과 결승전에서 이긴 뒤 이어진 시상식에서 받은 금메달을 입에 물고 윤일록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임창우는 대전에서 기량을 만개했다. 수비수로서 안정감을 주는 선수로 성장했고 화려한 오버래핑으로 이따금씩 공격에도 가담했다. 그는 소속팀 대전이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임창우는 “결승골이 들어갔을 때 어안이 벙벙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며 “아직 금메달을 딴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수비수로서 골 욕심은 없었다. 금메달 보다는 무실점 우승에 의의를 두고 싶다”며 “금메달이 확정됐을 때는 그동안에 고생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덧붙였다.

무명이었던 임창우가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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