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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싶다] 송강호 공유의 ‘밀정’ 촬영지 서대문형무소, 지하철 타고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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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싶다] 송강호 공유의 ‘밀정’ 촬영지 서대문형무소, 지하철 타고 가볼까?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6.10.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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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독립공원 온가족 상쾌한 나들이...안산 봉수대 거쳐 인왕산까지 등산해도 좋아

[스포츠Q 글 사진 이두영 편집위원] 요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밀정’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일제의 주요시설을 폭파할 폭약을 열차를 이용해 중국에서 경성(서울)으로 나른다는 설정부터가 흥미롭군요. 주인공으로는 잘생긴 남자 공유와 수더분한 특급배우 송강호가 떴습니다. 이들의 심리적 대치는 극적 긴장감을 증폭시킵니다. 공유는 의열단 우두머리 김우진, 송강호는 일본경찰 이정출 역을 각각 맡았습니다.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은 폭탄 운반을 저지하기 위해 의열단에 파고든 ‘밀정(적탐)’ 노릇을 합니다. 간첩과 역할이 비슷합니다. 당시 밀정은 의열단의 암살 대상이었다지요.

서대문독립공원으로 쭉 들어가면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입구가 나옵니다.

이 영화를 찍은 곳은 꽤 많습니다. 경북 문경새재오픈세트장,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중국 상하이에 마련된 세트장에서 대부분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기도 남양주 잣나무 숲, 강원도 바닷가 등 자연을 배경으로 한 장면도 더러 있습니다. 밀정 촬영지로서 수도권 주민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가볼만한 곳으로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이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 인접해 있습니다. ‘서대문 독립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기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운동 삼아 둘러보기에도 좋습니다.

일제가 반일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1908년에 세운 국내 최초의 신식 감옥 서대문형무소. 이는 나라를 강탈당한 설움의 형형한 흔적이요, 부국강병의 중요성을 절절이 느끼게 하는 산 교육장입니다. 설립 당시엔 경성감옥이었고, 서대문형무소로 불린 것은 1923년부터입니다.  그 후 서너 차례의 명칭변경을 거쳐 1967년에 서울구치소로 간판이 바뀌었습니다. 1987년 경기도 의왕에 현재의 서울구치소가 문을 엶에 따라 바로 서대문독립공원이 조성됐고 1988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도 문을 열었습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서대문형무소는 유관순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항일 독립투사들을 고문하고 죽이는 만행의 공간으로 이용됐습니다.  끔찍한 고문과 구타, 비인간적 투옥행태가 줄을 이었습니다. 약 80년 동안 35만 명 정도가 감금됐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정권 시절에는 재야인사와 학생 등 민주화세력을 억압하는 장소로도 활용됐지요.

영화 '밀정' 에서 이곳은 김우진(공유)을 비롯한 의열단원들이 수감되는 장소로 등장합니다. 겨울에 지하 감방에서 촬영할 때 비좁고 꺼림칙한 분위기와 냉기 때문에 출연진은 극도의 오싹한 기분을 느껴 몸을 떨었다고 합니다.

서대문형무소 여자 감방
영화 '밀정'. 의열단에 잠입해 정보를 캐려는 밀정(송광호)가 의열단 우두머리(공유)와 한 잔 하고 있네요. 웃어도 웃는 게 아닐 겁니다.

송강호의 웃음이 왠지 교활해 보이지 않나요? 전형적인 밀정의 모습 같군요.

'꽃범의 꼬리'가 핀 독립문 주변의 화사한 풍경과, 독립투사가 일본관리의 모진 물고문에 시달리는 광경을 대비시켜 봤습니다. 요즘 살기 좋아졌다고 넋 놓고 지내다가는 저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음을 절감했습니다.

 

서대문형무소 전시관에 감방이 즐비합니다. 2층에 서 있는 사람은 감시하는 일본인 모형이므로 놀라지 마시기를.
서대문형무소 '벽관'

일제는 반일, 항일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갖은 만행을 일삼았습니다. 고문도 다양했습니다. 거꾸로 매달아 코에 물을 붓는 고문, 틀에 무릎을 꿇기고 무릎을 꺾는 고문, 송곳으로 손톱이나 발톱 밑 살을 쑤시는 고문 등 기구와 방법이 다양했습니다.

위 사진 속의 고문장치는 시체를 담은 관을 연상시키는 '벽관'입니다. 비좁은 벽공간에 들어가 앉지도 못하고 내내 서 있어야 하는 고통. 생각만 해도 머리가 돌아버릴 것만 같습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 전시관. 입구에 안내 팜플렛이 비치돼 있습니다.
서대문형무소

멀리 옥사 뒤로 한성과학고등학교와 안산 정상이 보입니다. 안산은 해발 300m가 채 되지 않은 얕으막한 산으로 둘레길 및 등산로가 잘 꾸며져 있습니다. 형태가 말이나 소에 얹는 안장과 비슷해서 안산이라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곳은 조선시대부터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서울중심에서 홍제동, 구파발 쪽으로 빠지는 주요 통로가 안산과 인왕산 사이의 도로입니다. 한양 도성에 접해 있었기에 이곳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했습니다.

안산은 조선 인조 때에는 평안도 병마절도사 이괄이 난을 일으켜 격전을 벌인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괄은 인조반정 때 큰 공을 세운 무장입니다. 그러나 논공행상에서 2등공신으로 밀려 억울한 측면이 많았지요. 게다가 김유와 이귀 등의 과도한 견제와 배척을 받아 반역 음모가 씌워집니다.  부하들이 고문을 당하고 아들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지자 이괄은 난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산과 그 아래 홍제동으로 통하는 고개에서 이괄 군대와 관군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벌어졌답니다. 난은 실패했지만 도덕적 해이가 팽배한 당시 사회에 던진 충격은 컸을 것입니다.

서대문형무소
서대문형무소
서대문형무소 격벽장

위 사진은 외야에 있는 '격벽장'인데, 죄수들을 운동시키는 공간입니다. 감옥생활을 하는 우리나라 사람끼리 대화를 하지 못하게 벽을 만들어놓았군요. 일제가 머리를 쓴 흔적입니다. 촬영 위치에서 전체 감시가 가능합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는 전시관을 비롯해 종합통제실과 비슷한 기능을 했던 중앙사, 수감자들의 강제노역을 통해 군수품을 만들었던 공작사, 지하고문실 등 다양한 공간이 있습니다.

그중 사형장과 시구문은 특히 눈여겨볼 장소입니다. 자주독립을 원하는 우리의 선조들이 얼마나 많이 고문과 구타로 죽음을 당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아래는 사형장 입구입니다.

사형장 입구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흰 벽 너머에 사형장이 있습니다. 오른쪽에 서 있는 큰 나무는 '통곡의 미루나무'입니다. 1923년 사형장이 생길 때 심은 이 나무는 수감자들이 최후를 맞으러 사형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어루만지며 원통함을 토로했다고 전해집니다.

사진 맨 왼쪽 중앙에 난 자그마한 문은 사형 후 시체를 밖으로 빼내던 출구 '시구문'입니다. 일제는 200m 길이의 굴을 파서 가혹행위 등으로 무리하게 죽인 사람의 몸을 외부로 빼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이 아무리 칼자루를 쥔 집단이지만 사회적 파장과 원성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요. 일본인들이 막아버린 것을 40m 정도 복원해놨습니다.

 

사형장 입구의 '통곡의 미루나무'.

 

시구문

지금까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둘러봤습니다. 아래는 서대문독립공원 모습들입니다.

독립공원의 상징물 '독립문'. 본래 영은문이었으나 1895년 김홍집 내각에 의해 철거된 후 독립협회가 그 자리에 새로 문을 세웠습니다.
서대문독립공원의 독립문
서대문독립공원
서대문독립공원의 서재필 동상.
서대문 독립공원 내 3.1독립선언 기념탑.
서대문독립공원 내 독립관(현충사).

  독립관은 본디 조선시대에 청나라 사신을 맞던 장소입니다. 갑오경장(1894년) 이후 서재필 선생이 주축이 됐던 독립협회가 독립관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원래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일제에 의해 철거된 것을 현대에 와서 역사교육을 위해 이전 복원했습니다.

서대문독립공원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월요일마다 쉽니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입니다. 문의전화 (02)360-8590~1.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에서 나오면 서대문 독립공원으로 이어집니다.

형무소와 공원을 두루 둘러보면 운동량이 꽤 많습니다. 독립문역에서 출발해 공원을 둘러보고 안산과 인왕산 등산을 마치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하루 걷기를 즐겨도 좋습니다. 가을에 가볼만한 곳이 따로 생각나지 않을 때 가벼운 간식거리와 생수를 배낭에 넣고 밀정 촬영지 서대문형무소를 찾으면 뿌듯한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코스를 안내합니다.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출발해 산책길을 따라 이진아기념 도서관 쪽으로 올라가면 안산 정상으로 이어집니다. 정상 봉수대에서 탁트인 전망을 만끽하며 다리쉼을 한 다음 헬기장을 거쳐 무악재역으로 내려갑니다. 3번출구 앞에서 큰길을 건너 왼쪽으로 꺾어 걷다가 오른쪽 아파트 방면으로 향합니다. 환희사, 기차바위 이정표를 따라 인왕산 정상에 오르면 북한산의 수려한 산세가 드러납니다. 휴식과 간식을 즐긴 다음 독립문역 방면으로 하산합니다.  험난한 구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쉬엄쉬엄 걸어도 5~6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인근에는 전통시장인 '영천시장'이 있어서 저렴한 비용으로 출출한 배를 달래기 좋습니다.  SBS '생활의 달인',  'VJ 특공대' 등에 나온 '꽈배기' 집과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온 떡볶이 집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시장 안에 있는 모든 음식점은 수십년 동안 해온 집이 많기 때문에  음식 맛이 비슷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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