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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내그녀'가 사는 길은? "식상함을 벗고 기획 취지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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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내그녀'가 사는 길은? "식상함을 벗고 기획 취지로 돌아가라"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0.03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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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정지훈, 정수정 주연의 SBS 수목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이하 '내그녀')가 부진을 면치 못하며 시청률이 5%(4.7% 닐슨 제공, 전국기준)대 이하로까지 추락했다.

'내그녀'의 부진은 소재에서 드러나는 약점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 출연중인 주인공 정수정과 정지훈. [사진=스포츠Q DB]

2일 방송된 '내그녀' 6회는 이 드라마가 가진 '식상한' 소재상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내그녀'가 현재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소재는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수십 년째 이어오고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 주인공 간의 얽히고 설킨 로맨스다.

우선 시청자들 사이에서 '너무 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주인공 윤세나(정수정 분)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식상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 출연중인 주인공 정수정과 정지훈. [사진=SBS '내그녀' 방송 캡처]

내용을 살펴보면 시청자들의 이런 지적이 예리한 진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극 중 윤세나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고아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어머니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집을 나간 후 소식이 끊어 졌다. 세상에 남아 있던 유일한 피붙이였던 언니는 가수 준비를 하려고 서울에 상경했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실상 고아가 돼버린 윤세나는 서울에 있는 유일한 친구의 집에서 얹혀 살며 작곡가 지망생으로서의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거대 엔터 기획사 후계자인 남자 주인공 이현욱(정지훈 분)을 만났고 느닷없이 대한민국 최고 아이돌의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기회를 맡게 됐다.

누가 봐도 윤세나는 전형적인 신데렐라다. '내그녀'는 그동안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사용해온 비천한 여주인공의 '신데렐라 스토리'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포스터

당연히 윤세나의 성공 가능성과 관련한 극의 전개는 시작부터 결말까지 시청자들에게 모두 노출된 상황이나 다름없다. 수십 년째 수없이 많은 트렌디 드라마들이 활용한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를 시청자들이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내그녀'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신데렐라 스토리를 버릴 수도 버려서도 안 되는 상황이다. 남자 주인공 이현욱은 윤세나 언니의 죽음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이를 만회한다는 내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비중을 축소하기란 매우 힘들어 보인다.

사실상 초반 '내그녀'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느냐 중심적으로 사용하느냐의 비중조절에 실패한 모습이다.

'뻔한' 다각 로맨스도 문제다. '내그녀'는 현재 5각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현욱과 윤세나가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 반면 신해윤(차예련 분)은 이현욱을 시우(엘 분)는 윤세나를 짝사랑 중이다. 아울러 서재영(김진우 분)은 신해윤을 짝사랑하고 있다.

구조적으로는 5명이 얽히고 설킨 복잡한 구조의 로맨스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내막을 본다면 어떤 결과로 끝날 로맨스 인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드라마 속 로맨스가 그동안 드라마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신선한 소재도 아니다.

▲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서 다각 로멘스를 펼치고 있는 정수정과 엘. [사진=SBS '내그녀' 방송 캡처]

'내그녀'는 이런 '식상한' 소재를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가면서 시청자들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 한눈에도 결과가 예상되는 드라마의 내용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머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바람이 아닐까.

앞서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박형기 연출은 '내그녀'가 이끌어갈 중심 내용에 대해 엔터 산업 전반의 실상과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겠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으게 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현재 '내그녀'는 깊이 있는 연예계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고 신데렐라와 그 주변을 맴도는 사랑에 굶주린 젊은이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만이 이어지고 있다.

'내그녀'는 이런 문제를 감지하고 소재의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시점이다. 여전히 기회는 있다. 총 16부작 드라마 중 절반이 안 되는 6부까지 방송됐다. 아직 초반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만큼 만회의 기회는 남아 있다.

그 해답은 진지하고 흥미 있는 연예계 이야기를 다루겠다던 기획의도의 충실도에 있지 않을까? '내그녀'의 진짜 모습을 기대해 본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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