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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반전, 원맨도 스타도 없는 '무명의 힘'은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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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반전, 원맨도 스타도 없는 '무명의 힘'은 위대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03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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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의 AG 우승 이광종 감독, 해외파 대신 K리거 적극 활용…유일한 '2부리거' 임창우 깜짝 활약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축구의 아시안게임 28년 한과 숙원을 푼 것은 특급 스타가 아니었다. 해외에서 뛰고 있는 골잡이도 아니었다. 선수들의 다소 이름값은 떨어졌지만 이들이 하나로 뭉친 '팀'의 힘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원동력이었다.

이광종(50)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2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과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임창우(22·대전)의 연장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만에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가 이뤄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1무 2패로 물러나며 한국 축구에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아시안게임 제패였기에 더욱 빛이 났다.

▲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1-0으로 이긴 뒤 시상식에서 이광종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손흥민 '원맨' 없었지만 더 강했던 '원팀' 있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대회 시작 전 화두는 단연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이었다. 손흥민이 들어오고 아니고에 따라 대표팀의 전력이 좌우될 수 있었다.

끝내 레버쿠젠이 손흥민의 차출에 난색을 표하면서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됐다. 손흥민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역대 아시안게임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어려울 때 리더십이 빛나듯 이광종 감독도 그랬다. 외부 평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철저하게 결과만 생각하는 '실리축구'로 승리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이광종 감독은 선수를 선발할 때부터 해외파에 대한 '특급 대우'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실력만 있으면 K리거, 해외파를 가리지 않았다. 어차피 해외파는 해당 구단의 차출 허락없이는 데려올 수 없는 걸림돌이 있었기에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

▲ 이광종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이 끝난 뒤 시상식에서 두 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이광종 감독의 철칙은 적지 않은 무명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되는 계기가 됐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임창우다. 대표팀내 유일한 K리그 챌린지(2부) 선수인 임창우는 말레이시아와 대표팀 첫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더니 북한과 결승전에서는 귀중한 결승골까지 넣었다.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우승에 첫 골과 마지막 골을 장식했다.

손흥민 같은 강력한 원맨은 없었다. 물론 김신욱(26·울산 현대)과 박주호(27·마인츠) 등 스타 플레이어가 있긴 했지만 그들 역시 에이스는 아니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원팀'의 일원일 뿐이었다.

이광종 감독이 선수 개개인을 보는 눈이 동등하다는 것은 김신욱에 대한 활용만 보더라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광종 감독은 "인천에서 쿠웨이트와 평가전 등에서 드러난 23세 이하 선수들의 골 결정력에 대해 많은 고심을 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와일드카드 김신욱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라오스와 조별리그 경기에서 1-0으로 가까스로 이기는 등 졸전을 펼치고도 김신욱을 북한과 결승전 연장 후반에 가서야 넣은 것 역시 김신욱을 스타가 아닌 한 팀의 일부로 여겼다는 반증이다. 그는 끝끝내 특정 선수 일부에 기대는 전술이나 경기 운영을 하지 않았다.

◆ 아시안게임 우승 만든 K리거의 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유난히 K리거가 많다. 박주호, 김진수(22·호펜하임) 등 해외파 선수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K리거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중추 전력이었다.

와일드카드 김신욱과 김승규(25·울산)를 비롯해 적지 않은 선수들이 모두 K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들이다.

▲ 이종호(왼쪽)가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도중 상대 선수와 말싸움을 하며 맞서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아시안게임을 통해 새로운 공격옵션으로 각광을 받으며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의 눈에 든 김승대(23·포항)와 '광양 루니' 이종호(22·전남)이 모두 K리거였다. 또 부상을 당하면서 그 빈자리를 더욱 실감한 윤일록(22·FC 서울)도 빼놓을 수 없다.

K리거들이 아시안게임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정책으로 23세 이하 선수들의 출전기회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현재 K리그에서는 23세 이하 선수 3명을 반드시 출전 명단에 넣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23세 이하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고 리그 출전을 통해 쌓은 개인 기량과 전술, 경험은 고스란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자산이 됐다.

◆ 최약체 평가받던 팀을 금메달로 이끈 '이광종 리더십'

이광종 감독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최약체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주위 평가 속에서도 한국 축구를 아시안게임 정상으로 이끈 것은 역시 감독의 리더십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광종 감독은 2000년 대한축구협회의 유소년 전임지도자 1기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각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일찌감치 좋은 성적을 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 임창우가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2009년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는 22년만에 8강 진출을 일궈냈고 2011년과 지난해에는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는 각각 16강과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일찌감치 어린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이 탁월했던 이광종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도 연령별 대표팀을 맡았던 경험이 그대로 발휘됐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뛰는 적지 않은 선수들이 모두 연령별 대표팀에서 이광종 감독과 함께 했던 선수들이다.

오랜 기간 선수들을 지켜보고 관찰하며 선수들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이광종 감독은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준비로 최약체 팀을 금메달 팀으로 변모시켰다.

이광종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맡으면서 대한축구협회와 1년 계약을 맺었다. 아직까지 이광종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 의문을 갖는 전문가들이 대한축구협회 내에 있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이광종 감독은 불만을 터뜨리지 않고 자기가 할 것만 다했고 지도력을 다시 한번 인정받으며 탄탄대로를 걷게 됐다. 그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지휘할 모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광종 감독은 최약체 대표팀을 이끌고 우승까지 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선수들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다. 나머지는 지도자의 몫이라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부족한 나를 믿고 하나로 뭉쳐 잘 따라와 준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더십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제대로 보여준 이광종 감독이다.

▲ 골키퍼 김승규와 임창우가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뒤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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