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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2002' 집념으로 금맥 이은 유재학식 토털농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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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2002' 집념으로 금맥 이은 유재학식 토털농구의 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0.04 0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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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정상까지 맏형 김주성부터 막내 이종현까지 맹활약…전원 공격-전원 수비로 최강 이란 봉쇄

[인천=스포츠Q 이세영 기자] 12년 만에 드라마 같은 승부가 재현됐다. 한국 남자 농구가 12년 동안 쓰지 못했던 왕관을 천신만고 끝에 가져왔다. 12년 전 농구대잔치 팬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안겼던 형들의 환호를 12년 세월이 지나 동생들이 이어간 것이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이란과 결승전에서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짜릿한 79-77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와 함께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또 전날 여자 농구가 금메달을 따냈던 한국은 아시안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동반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농구 결승전 이란전에서 승리, 금메달을 확정한 후 기뻐하고 있다.

◆ 만리장성 무너뜨린 형, 모래바람 잠재운 아우

2002년은 한국 남자농구에 잊을 수 없는 해였다. 한일 월드컵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치러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농구 대표팀은 20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농구대잔치 황금세대’로 불리는 서장훈, 이상민, 문경은, 전희철, 김병철 등이 당시 대표팀 주축이었다. 여기에 김승현, 김주성 등 프로농구의 신진 세력도 막강했다. 역대 최고 전력이었다.

준결승에서 이상민의 극적인 버저비터 3점포로 필리핀을 꺾은 한국은 결승에서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하던 중국과 맞붙었다. 당시 중국은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센터 야오밍을 보유하고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분명 한국이 뒤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중국에 13점차까지 뒤졌던 한국은 4쿼터 막판 기적과 같은 추격전으로 90-90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기세를 몰아 2점차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한국 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극적인 승리였다.

12년의 세월이 지나 동생들이 형들의 영광을 재현했다.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농구월드컵에 출전했을 때만 해도 금메달 전망은 밝지 않았다. 당시 대표팀은 국제 경기 경험의 부족과 운영의 미숙함을 드러내며 5전 전패를 기록,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유재학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이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이란전에서 승리, 금메달이 확정된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반면 이란 농구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와있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한 이란은 올해 농구월드컵에서 스페인, 브라질, 세르비아, 프랑스, 이집트와 함께 죽음의 A조에 속하고도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연일 강팀들을 만나 3연패를 당했지만 한 번도 그냥 물러선 적은 없었다. 이란은 강팀을 만나도 자기 기량을 충분히 펼치며 향후 세계농구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다크호스의 면모를 보였다. 결국 이란은 이집트를 제압하고 1승을 챙기는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이란은 한국의 악착같은 농구에 당했다. 이란 선수들은 신장은 한국보다 컸지만 스피드에 밀려 백코트가 약했다. 에이스 하다디는 12년 전 야오밍처럼 한국의 벌떼수비에 좀처럼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이날 하다디는 14점, 6리바운드에 그쳤다.

◆ 유재학표 '토털농구', 발 느린 이란 흔들다

결승전에서 유재학 감독이 추구한 농구는 전원 공격. 전원 수비. 바로 토털농구였다. 아시아 최강 이란을 막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전술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유 감독의 지론이었다.

이날 한국은 몸을 날리며 이란의 주득점원인 하다디를 막았다. 주전 센터 김종규를 비롯해 오세근이 협력수비를 펼쳤고 양동근, 김선형 등 가드들도 하디디가 드리블을 할 때 허점을 노려 공을 뺏으려 애썼다. 조성민 역시 하다디로 가는 패스를 가로채는 등 이란의 득점 루트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공격에서도 전술은 빛났다. 나란히 3점포 세 방을 쏘아 올린 문태종(19점)과 조성민(16점)은 발이 느린 이란 수비가 달려들기 전에 한박자 빠른 슛으로 끝까지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데 기여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이란전에서 승리한 뒤 시상식에서 단상 위로 올라서고 있다.

외곽이 풀리지 않을 때는 김종규가 골밑에서 든든하게 버텼다. 특히 그는 4쿼터 분위기를 바꾸는 덩크슛으로 장내를 흔들어 놓더니 73-75로 뒤진 상황에서는 동점을 만드는 골밑슛과 추가 자유투까지 얻어냈다. 추가 자유투도 침착하게 넣은 김종규는 한국이 경기 막판 리드를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악착같은 수비로 이란을 흔들었던 양희종과 골밑에서 고군분투했던 오세근,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한 김주성 등 유재학호 12명의 선수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승리를 일궈냈다.

농구월드컵에서 실패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바꾼 한국 농구의 반전드라마는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만큼 위대한 성과였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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