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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싱어](15) '빗물' 채은옥,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2016년을 받아들이다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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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싱어](15) '빗물' 채은옥,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2016년을 받아들이다 (인터뷰Q)
  • 연나경 기자
  • 승인 2016.10.12 0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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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 것을 안다는 의미다. 많은 뮤지션들에게 필요로 하는 정신을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말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음악을 한 사람들에게는 자기만의 '고집'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고집을 깨고 나와 다른 것에 도전하는데 성공한다면, 이는 곧 가수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스포츠Q(큐) 글 연나경 · 사진 최대성 기자] 가수 채은옥은 오랜만에 40주년 기념 앨범 발매와 동시에 팬클럽 재창단 이슈로 많은 주목을 받은 가수다. 더운 여름, 오는 11월 공연되는 40주년 콘서트 준비를 위해 동료들과 관련 회의에 열중하던 채은옥과 만나 40년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듣는 값진 경험을 했다. 그는 단단했지만 고집스럽지 않았다. 

◆ 채은옥, 40주년 기념음원부터 팬클럽 창단, 콘서트를 말하다

 

채은옥은 1976년 1집 빗물, 석별로 데뷔해 포크의 전성기였던 80년대 두 장의 앨범을 냈고, 그 뒤에도 가스펠 앨범, 위안부 할머님들을 위한 헌정곡 등을 발표하면서 꾸준히 건재함을 증명해 온 가수다. 그는 오는 11월 2일 데뷔 40년만에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걸고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한다. 

이번 무대에는 감성 포크의 전설인 유익종과 한국 블루스의 거장 김목경이 오른다. 인터뷰는 콘서트의 게스트가 정해지기 한참 전 진행됐으나, 채은옥의 바람 일부가 이뤄졌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백암아트홀에서 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내 노래인 '빗물'을 불렀던 심은경 씨가 나왔으면 좋겠고, G드래곤이나 박진영, 싸이, 아니면 40년 지기 친구 유익종이 게스트를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여겨본다기보다는 최고의 가수들인데,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기 분야에서 최고로 잘 하는 가수들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는 '입술'과 '고마워요'로 40주년 기념 음원을 내면서 대중을 찾았다. 더불어 수십 년만의 팬들과의 만남도 성사됐다. 그 덕에 채은옥의 소속사 아트인터내셔널 사이트는 트래픽 초과가 되기도 했다.

"꾸준히, 간간이 어울려서 공연하는 콘서트들에 팬들이 찾아와요. 제 공연을 보고 으쌰으쌰 해주면 힘이 나죠. 팬들의 응원이 있어서 지금까지 제가 노래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팬클럽 재창단을 통해서 팬들이 저를 다시 찾아주는 것도 반갑고 좋은 일이에요."

"곡은 3, 4년 전에 받았는데 그땐 뭐가 안 맞았나 봐요. 지금에서야 발표가 됐죠. 음악 선곡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더라고요. 2곡을 냈는데, 싱글 음반으로 내는 것이 트렌드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냈어요."

◆ 채은옥의 꾸준한 음악적 시도, "편곡에 따라 변하는 거예요"

 

채은옥의 디스코그라피는 40년의 역사만큼 심상치않다. 그는 가스펠 앨범은 물론이고, 위안부 할머님들을 위한 헌정곡에도 시간을 투자했다. 그의 '아프다' 참여는 하영수 선생님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연극에 들어갈 곡이었는데, 하영수 선생님이 누가 불러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셨대요. '위안부' 하면 슬픈 이미지가 있는데, 슬프게 노래할 수 있는 가수가 누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게 연락을 주셨어요. 제가 적합한 것 같다고. 그분 말로는 제가 슬픈 목소리를 가졌다고 하더라고요. 돈을 벌자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뜻깊은 일에 참여하게 되서 기쁘죠. 어버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하는데 감격스러웠어요."

그의 다양한 활동들은 채은옥의 40년간의 음악인생의 자양분이 됐다. 그는 장르를 국한하지 않았고, 포크음악만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이 부를 수 있는 선 안에서는 자신의 나이와 목소리에 맞는 음악을 하려고 했다.

"음악이라는 바운더리 안에 있으면 모든 것이 통한다고 생각해요. 내게 주어지는 음악은 도전하는 거죠. 하다보면 저런 뜻 깊은 일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니까. 저는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했어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 되는 것을 고집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는 편곡의 변화 역시 '시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채은옥은 노래를 편곡해 주는 편곡자와 노래의 방향성과 스타일을 상의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음악을 정의하는 것도 피했다. 

"어떤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꿈꾸기보다, 내 노래를 다른 장르로 편곡하면 그게 시도라고 생각해요. 장르를 따지면서 무슨 노래와 하겠다,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같은 노래를 부르더라도, '저 가수는 저렇게 부르네' 생각할 수 있잖아요. 편곡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70년대에 데뷔해서 내가 빗물을 부를 땐 한 가지로만 부를 수 밖에 없었어요. 쓸 수 있는 악기가 한정됐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시대도 변했고 쓸 수 있는 악기들도 많아졌잖아요.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 다 정의의 일환이 되는 것 같아요."

◆ 음악감상실 '쉘부르' 원년멤버의 생각, "시대의 흐름일 뿐"

 

채은옥은 어니언스, 남궁옥분, 박강성 등 활발히 활동 중인 가수들이 배출된 음악감상실 '쉘부르' 원년멤버였다. 저항정신 대신 사랑과 삶을 노래했던 채은옥은 발전된 시대 상황과 동반한 7080 가수들의 뒤처짐에 대해 시대의 흐름이라는 이야기를 내놨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음악감상실이나 라이브클럽에 찾아가서 듣는 것 말고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는 영상이 발전했고 음악적 장르도 다양해졌잖아요. 선두주자셨던 이종환 선생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도 돌아가셨고, 방송국에 가도 음악 방송을 하는 PD분들이 우리를 모르고 정서를 모르니 방송 출연도 쉽지 않아요. 다만, 7080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에서 불러주시니 명맥을 이어가고 있긴 한데, 프로그램을 하시는 분들이 손을 놓으시면 프로그램이 유지가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어딜 가나 개인주의 사회예요. 내 것에 시간을 할애하기도 바쁜데 남의 것까지 챙기기엔 너무 피곤한 거죠. 시대의 흐름이니까, 방송국과 소속사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좋은 곡은 어떻게든 알려진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입소문이 가수에게 성공을 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채은옥은 현재 7080 가수들의 설 자리가 없어진 것에 대해 비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좋은 곡 만들어서 발표 많이 해야 해요. 현재의 시스템에 발 맞춰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들어주는 사람이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면 입소문도 날 거고 누구든 듣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아이돌 그룹만 음악시장에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망은 좋다고 생각해요. 보컬그룹도 많이 생겼고, 힙합을 하는 친구들도 있잖아요."

채은옥은 6년 째 파주에서 열리는 포크 페스티벌과, 최근 대구에서 붐이 일어난 포크 페스티벌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는 페스티벌의 유지를 위해 역사의 중심에 있는 가수들을 위한 예우는 꼭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들어본 적은 있어요. 포크 페스티벌 하면 오래 포크음악을 하셨던 분들도 함께 무대를 꾸려가면 좋은 것 같아요. 그냥 자기네들끼리 하고 말 것이 아니라. 포크의 불씨를 당긴 분들 덕에 수년째 페스티벌이 유지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조상격인 분들에게 대우를 해드려야죠. 옛날 분들을 만났을 때 배울 점이 분명히 있을 텐데, 요즘 예우가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네요."

◆ 가수 채은옥

 

- 1974년 전국대학생보컬경연대회 우수상 수상하며 데뷔.
- '빗물' '어느날 갑자기' '지울 수 없는 얼굴' '아프다' 등 발표.
- 오는 11월 2일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채은옥 단독 콘서트 개최를 앞두고 있음.

[취재후기]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정신, 한 분야에만 안주하지 않는 정신은 모두가 배워야 할 정신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비관적인 상황에도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인드 역시 배워야 한다고 본다. 괜히 반백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었다. 또 다시 삶의 큰 지혜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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