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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쇼핑왕 루이' 입소문 탄 인기의 비결은? 독특한 캐릭터와 약 빤 개그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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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쇼핑왕 루이' 입소문 탄 인기의 비결은? 독특한 캐릭터와 약 빤 개그센스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10.14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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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쇼핑왕 루이'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가난하지만 순수한 산골소녀와 한국 최고 재벌의 후계자의 로맨스, 이 뻔하디 뻔한 이야기가 회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타며 점차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극본 오지영·연출 이상엽)의 시청률 상승세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9월 21일 방송된 1회의 시청률은 고작 5.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 불과했지만, 2회에서는 6.2%, 3회에서 7.0%, 4회에서 7.8%, 5회에서 8.4% 등 회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시청률을 끌어올렸고, 결국 12일 방송된 6회에서는 8.8%를 기록하며 '공항 가는 길'을 제치고 수목드라마 시청률 2위까지 치고 올라오는데 성공했다. 

MBC '쇼핑왕 루이'에서  서인국은, '환상의 커플'에서 한예슬이 연기한 '나상실'에 필적하는 민폐 기억상실 캐릭터 '루이'를 연기하고 있다.  [사진 = MBC '쇼핑왕 루이' 방송화면 캡처]

시작단계에서 '쇼핑왕 루이'의 성공을 점친 사람은 사실 그다지 많지 않았다. 배우의 매력이 드라마의 시청률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로코퀸 공효진에 조정석을 내세운 SBS '질투의 화신'과 가을날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김하늘과 이상윤의 30대 불륜 로맨스를 그려낸 KBS '공항 가는 길'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원톱 주연을 맡기에는 아직 무게감이 약한 서인국과 남지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쇼핑왕 루이'는 상대적으로 약체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장르적인 면에서도 '공항 가는 길'하고는 감성이 많이 다르다지만, '질투의 화신'과는 일정 부분 겹치는 영역이 많았다. '질투의 화신'이 이미 '쇼핑왕 루이'가 시작되기 전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으니 시작부터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이야기에서도 '쇼핑왕 루이'는 그다지 독특한 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 잘 나가던 재벌 후계자가 기억상실이 되어 이제 막 서울에 상경한 가난하지만 순수한 산골소녀에게 얹혀산다는 이야기는 남녀가 뒤바뀌긴 했지만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의 역대급 화제작으로 불리는 '환상의 커플'을 떠올리게 했고, 재벌과 가난한 산골소녀의 사랑 등 진부하디 진부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쇼핑왕 루이'는 기대 이상이었다. '쇼핑왕 루이'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진부하다는 것을 억지로 숨기지 않고, 오히려 이런 류의 드라마들에서 넘쳐나는 장르의 클리셰들을 노골적으로 차용하며 이를 코미디의 요소로 활용해 낸다. 

캐릭터들 역시 독특하기는 마찬가지. 남자판 '나상실', 여자판 '장철수'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 서인국의 '루이'와 남지현의 '고복실'은 '환상의 커플'과는 전혀 다른 전개로 관계를 쌓아나가며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 

이런 드라마의 클리셰대로 아는 것도 없고 순박하지만 그 순수함에서 나오는 힘으로 자신의 자리를 잡아나가는 '고복실'의 캐릭터에 강아지처럼 귀여우면서도 사방팔방에 민폐를 작렬하는 '루이'의 캐릭터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

MBC '쇼핑왕 루이' [사진 = MBC '쇼핑왕 루이' 방송화면 캡처]

여기에 역대급 '츤데레' 캐릭터라 할 수 있는 '차중원'(윤상현 분)부터 티격태격 케미의 허집사(김선영 분)와 김집사(엄효섭 분), 백치미의 절정을 보여주는 홍재숙(윤유선 분)과 '38사기동대'부터 서인국과 절묘한 콤비를 선보이고 있는 조인성(오대환 분)까지. 조연배우들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활약을 펼쳐준다.

기상천외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제작진의 약 빤 개그센스다. 깻잎머리 여고생 3인방이 "돈조(돈줘)"라는 루이의 문자를 보고 "영조, 정조, 돈조"라며 친절하게 돼지머리 CG까지 넣어주거나, '쇼핑왕 루이' 2회에서 오대산 날다람쥐 고복실이 가방을 훔쳐간 도둑 아줌마와 펼치는 추격전, 그리고 조인성이 백마리(임세미 분)를 만나는 순간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의 'SHE'가 울려퍼지는 모습 등 과장되고 만화적인 표현들이 '쇼핑왕 루이'의 여백을 CG로, 연기로, 그리고 음악으로 쉴 새 없이 채워나간다.

'쇼핑왕 루이'는 재벌 후계자, 순박한 시골소녀,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음모, 삼각관계, 기억상실 등 한국 드라마에서 익숙하다 못해 이제는 식상하고 질리는 클리셰들을 노골적으로 차용해가며 비틀고 비틀어 웃음을 만들어낸다. 

무슨 일만 있으면 '충격'과 '경악', 그리고 '반전'이 넘쳐나며 감정을 피로하게 만드는 드라마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쇼핑왕 루이'가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유는 질리고 식상했던 코드들을 비트는 발칙함을 통해 복잡하게 머리를 쓰지 않고도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전복의 힘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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