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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맨땅 헤딩'이라도 올인, 김태륭 총감독이 TNT FC 사랑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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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맨땅 헤딩'이라도 올인, 김태륭 총감독이 TNT FC 사랑하는 이유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0.17 0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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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재활전문 축구팀…사비 들여가면서도 후배 선수들 재기하는 보람에 흐뭇

[200자 Tips!] 한국에는 23개(클래식 12개, 챌린지 11개)의 K리그 팀이 있다. 내년에 안산시민축구단이 창단하고 아산 무궁화가 만들어지면 K리그 팀은 25개까지 늘어난다. 청주FC까지 창단 승인이 나면 파이는 조금 더 커진다. 그러나 K리그에서 뛸 수 있는 선수는 많아봐야 1000명 남짓이다. 학교 때 유망주로 꼽혔던 선수들도 정작 K리그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경기력이 떨어지거나 부상 때문에 재계약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바로 이런 선수들이 다시 한번 축구화 끈을 조여맬 수 있는 '패자부활전' 같은 팀이 있다. 축구팬들이 '현실판 청춘FC'라고 부르는 TNT FC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태륭(33) 총감독이 있다. 

[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TNT FC 김태륭 총감독은 처음부터 팀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 방송 해설자로도 더 잘 알려진 김태륭 해설위원은 '현실판 청춘FC'로 불리는 TNT FC의 총감독이다. 그 역시 보강운동을 하기 위해 TNT FC에 들어왔던 경험이 있다. 동호회에 가까웠던 팀을 재기전문 클럽으로 발전시킨 것은 김태륭 위원을 비롯해 축구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역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1년에 보강운동을 하기 위해 TNT FC에 들어왔던 경험이 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체계적인 팀은 아니었다. 주말에 경기를 하고 주중에 풋살 정도를 하는 동호회에 가까운 팀이었다.

TNT FC가 재기, 재활전문 축구팀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현재 고양 자이크로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정훈이 TNT FC에 들어와 재기에 성공, 부천에 둥지를 틀면서 본격적으로 재기전문 팀이 됐다. 

박정훈의 재기 성공이 입소문을 타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들어와 지금의 TNT FC가 만들어졌다. 김태륭 감독이 본격적으로 TNT FC를 재기전문 축구팀으로 발전시키기로 결심한 것도 이 시기였다.

하지만 TNT FC는 돈이 되는 팀이 아니다. KBS와 SPO TV 축구해설위원을 맡고 있는 김태륭 위원이 총감독을 맡고 있지만 자원봉사다. 그를 비롯해 코칭 스태프와 지원 스태프, 의료 스태프 모두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태륭 감독은 오히려 팀을 운영하기 위해 사비까지 들이고 있다. 그가 TNT FC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 축구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TNT FC를 만든다

야구계에도 KBO리그에 속한 프로팀이 아닌 독립구단이 있다. 어떻게 보면 TNT FC도 축구의 독립구단과 같은 팀이다. K리그 팀처럼 모기업 또는 지자체에서 운영비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김태륭 감독을 비롯해 축구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운영되는 팀이다.

▲ TNT FC는 야구로 치면 독립구단과 같은 팀이다. 이 때문에 1년 예산을 만드는 것이 김태륭 총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다. 1년에 4000만 원의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뛰어다니기도 한다.

"가장 고민되는 것은 예산이죠. 1년 운영비를 만드는 것이 TNT FC의 큰 고민거리입니다. 그동안 저를 비롯해 스태프가 사비를 많이 썼어요. 올해 같은 경우는 제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면서 1년 운영비와 현물을 많이 모으긴 했는데 그래도 넉넉하진 않아요. 사실 1년에 4000만 원 정도면 팀을 편하게 운영할 수 있는데 그것이 쉽지 않죠. 선수들도 연회비 60만 원을 내며 TNT FC에서 뛰고 스태프드도 자원봉사이기 때문에 인건비는 하나도 들지 않아요. 운영비의 70%는 운동장 사용료이고 훈련이 끝난 뒤 선수들 사우나 비용이나 물값, 음료수값 등 이 정도만 들어가는데도 4000만 원이 들어요. 다행히 TNT FC가 조금씩 알려져 서울 이랜드 구단에서 'TNT FC 데이'를 만들어줘서 수익금을 받기로 했는데 여전히 운영은 어렵죠."

그렇다면 한국 축구에서 왜 TNT FC 같은 팀이 필요한 것일까. 그는 '패자부활전' 같은 기회가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는 확률은 1%가 안돼요. 프로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아니라 K리그 팀에서 계약이라도 할 수 있는 선수가 그 정도라는 것이죠. 게다가 조금만 경기력이 떨어지거나 전력 외가 되면 그 기회마저 잃죠. 현재 TNT FC에는 이미 프로를 경험했거나 프로 단계 직전까지 갔던 선수들이 모여 있어요. 이들에게는 기회가 필요해요. 실패 때문에 영원히 실패자가 될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 해서든 재기를 시키고 K리그 또는 다른 나라 리그에 진출시키면서 한국 축구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봐요."

이 때문에 TNT FC에는 재기에 성공해 다른 팀으로 간 경우가 많다. 지금의 TNT FC가 있게 된 계기가 된 박정훈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도 12명의 선수를 프로에 재진출시켰다. 

최근에는 동남아 리그에도 선수들을 보내며 재기 전문 클럽으로 확고한 위치를 굳히고 있다. 김근철(태국 프라추압)을 비롯해 박광일(일본 에히메FC), 조영준(인천), 우현(대전), 이길훈(인도네시아 세멤 파당) 등이 모두 TNT FC를 거쳐갔다. 김근철이나 이길훈, 박광일은 모두 청소년 대표 또는 23세 이하 대표팀을 거쳐갔던 한국 축구의 유망주 출신이다.

▲ TNT FC는 수많은 선수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왔다. 청소년 대표팀 출신인 이길훈(왼쪽에서 두번째)도 TNT FC에서 재기에 성공, 인도네시아로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사진=TNT FC 제공]

TNT FC는 한동안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대한축구협회가 디비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TNT FC가 사회인리그에서 남을 것인지 디비전 시스템에 들어갈 것인지를 고민했다. 

논의 끝에 TNT FC는 디비전 시스템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TNT FC의 정체성 때문이었다.

"선수들이 K3리그 팀에 못가서 TNT FC에 오는 것은 아니거든요. 기회를 잡아 다시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죠. 프로에서 방출된 선수들의 우선 목표는 다른 K리그 팀으로 가는 거예요. K3는 물론이고 내셔널리그 팀도 가려 하지 않아요. 그래서 TNT FC에서는 동남아시아 리그도 연결시켜주고 있어요.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3년 전만 해도 한국 선수들이라고 하면 쌍수를 들고 반겼는데 지금은 직전 소속팀이 K리그 클래식 팀이 아니면 테스트 기회조차 주지 않아요. 그런데 TNT FC가 디비전 시스템에 들어가 K3리그 팀 정도가 되어버리면 동남아시아로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끊기는 거죠. 그래서 직전 소속팀을 그대로 K리그 클래식 팀으로 하기 위해서라도 디비전 시스템으로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 동남아시아 시장 우습게 봤다간 큰코 다친다

TNT FC가 적지 않은 선수들을 동남아시아로 연결시켜주고 있긴 하지만 김태륭 감독은 선수들의 동남아시아 진출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리그 자체가 만만치 않을뿐더러 대우도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동유럽, 북유럽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긴 하지만 역시 만만치 않다.

"전세계 갈 수 있는 리그는 모두 접촉해봤어요. 일단 유럽리그에 가려면 무조건 어려야 해요. 동유럽은 임금도 낮은데다가 시스템이 열악해서 아예 가지 않는 것이 좋고 북유럽은 25세만 넘으면 갈 가능성이 없어요. 유럽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아니면 가기가 힘들어요. 호주도 세미프로 정도만 가능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공부하는 목적이 아니면 가기가 힘들죠. 그나마 동남아시아가 가장 현실성이 있는데 예전 같지가 않아요."

김태륭 감독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회의적으로 보는 것은 한국 선수들을 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단 리그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긴 하지만 선수들의 몸값이 너무나 낮아진 것이 큰 원인이다. 한 에이전트는 2010년대 초만 하더라도 연봉 1억 원은 기본이었지만 몇몇 선수들의 에이전트들이 몸값을 '후려치는' 바람에 대우가 낮아졌다고 말한다.

▲ 김태륭 감독은 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유럽은 물론 동남아시아 리그의 팀과도 접촉했다. TNT FC를 거쳤던 선수들이 최근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많이 건너가긴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실패한다는 것이 김태륭 위원의 설명이다.

"동남아시아 가운데 그나마 가장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곳이 태국, 그 다음이 인도네시아죠. 그런데 좋다는 태국만 해도 감독이 1년에도 수차례 바뀌어요. 계약서가 무용지물일 때가 많죠. 그런데 이런 나라도 K리그 클래식 출신이 아니면 뽑질 않아요. 외국인 선수들의 질이 크게 올라간 거죠.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라오스나 캄보디아인데 급여는 크게 떨어져요. 베트남 역시 환경이 열악해서 선수들이 잘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문제는 동남아리그가 한국보다 한 단계 낮다고 해서 우습게 볼 수가 없다는데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너무나 많은 선수가 있어 '몸값 덤핑'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김태륭 감독의 설명이다.

"베트남 빈즈엉에 기량이 뛰어난 아프리카 출신 선수가 있었는데 연봉이 3000만 원이라는 거예요. 아프리카, 브라질 할 것 없이 낮은 몸값으로라도 뛰겠다는 선수들이 즐비해요. 사실 K리그 챌린지에도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외국인 선수 가운데 연봉이 생각보다 적은 경우가 많아요. 동남아시아는 특히 더 그렇죠. 한국 선수들이 테스트를 치르고 나서 연봉 5000만 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그 다음날 계약하러 가니 '3000만 원에 뛰겠다는 브라질 선수가 있다'며 깨지는 경우도 있어요.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려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깨고 눈높이를 낮춰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해요. 동남아시아 수준 낮다고 갔다가는 십중팔구 실패죠."

◆ 선수들이 돈내고 뛰는 TNT FC, 어떤 메리트가 있길래

다시 화제는 TNT FC로 넘어왔다. TNT FC는 디비전 시스템에 들어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정식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김태륭 위원도 그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급여를 받기는커녕 자신들이 돈을 내고 뛴다. 

어떤 메리트가 있을까.

"선수들이 연회비 60만 원을 내긴 하지만 TNT FC는 선수들의 재활을 위해 만반의 준비는 모두 갖춰놨어요. 일단 한방병원과 협약이 되어 있어서 간단한 치료는 무료이고 큰 부상도 선수들이 절반 정도만 부담하면 됩니다. 또 인천에 있는 재활스포츠센터 사용도 무료이기 때문에 일단 재활에 대한 환경은 거의 완벽하게 구축해놨다고 봐야죠. 의료 스태프 2명도 자원봉사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고요."

▲ TNT FC는 김태륭 위원이 총감독으로 활약하는 것 외에도 세바스찬, 마리오 등 UEFA 지도자 자격증을 갖고 있는 두 외국인 코치들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선수들의 재기를 돕고 있다. [사진=TNT FC 제공]

재활뿐 아니라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돕는 코칭스태프도 있다. 김태륭 감독과 오랜 친분이 있는 코치들인데다 실력마저 우수하다.

"코치들을 새로 영입하면서 제가 직접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많이 줄어들었어요. 실질적인 훈련 진행은 외국인 코치 2명이 담담해요. 세바스찬이라는 코치는 아마 부천FC를 K3리그부터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아실 거에요. 프랑스 출신이고 부천에서도 2008년에 만나서 함께 뛰기도 했었죠. 바이에른 뮌헨 유스 출신인데 이집트 등 여러 나라에서 뛰다가 부천으로 왔고 지금은 한국에 눌러 앉아서 외국인학교 축구팀 코치를 하면서 TNT FC를 도와주고 있어요.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자격증도 있고요. 또 포르투갈 출신 마리오는 태국 무앙통 유나이티드에서 코치 생활을 했었는데 지금은 한국 여성과 결혼해 인천 계양 FC 중등부 코치를 하며 TNT FC를 도와주고 있어요. UEFA A 지도자 자격증까지 있는 실력있는 코치죠."

김태륭 총감독은 공부를 많이 한다. 프랑스 리게 앙 파리 생제르맹 유스팀에서 활약했고 서울체고와 고려대를 거쳐 전남에서 뛴 경험도 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당시 K3리그에 있던 부천FC에서 플레잉코치로 활약했다. 스타 출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쩌면 이런 그이기에 재기를 바라는 선수들의 마음을 더 잘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태륭 감독은 방송해설을 하면서 TNT FC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야말로 '올인'이다. 총감독으로서 TNT FC가 앞으로 재기전문 클럽으로 계속 남아 있기를 바라고 있다.

"독립구단과 같은 팀이지만 재기에 있어서는 완벽한 환경을 갖췄다고 자부해요. 30명까지밖에 받을 수 없지만 이들이 재기의 기회를 갖는 것만도 한국 축구의 큰 힘이자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재기를 통해 새로운 팀 또는 다른 나라 리그로 진출하는 계기를 만든다면 그것만큼 소중한 일이 있을까요. 몸은 하나고 제가 할 일은 여러가지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서 뛴다는 사명감에 저절로 힘이 납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

▲ 김태륭 감독은 앞으로도 TNT FC가 재기전문 클럽으로 더욱 위치를 굳히겠다는 생각이다. TNT FC는 대한축구협회의 디비전 시스템에 참여하진 않지만 선수들의 재기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만으로도 한국 축구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취재후기] 우리 사회를 봐도 조금만 실적이 떨어지면 낙오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없다고나 할까. 바쁘디 바쁜 사회 생활 속에 그런 사람들까지 챙길 여력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들을 그대로 놔두는 것은 '사람 냄새가 나는 사회'가 아니다. 인간미가 없는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다. 각박한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 TNT FC 같은 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간미가 아직 살아 있음을 느낀다. TNT FC에서 뛰는 선수들은 낙오자가 아니다. 잠시 힘든 시간을 보낼 뿐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선수들을 낙오자라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TNT FC와 같은 팀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방송 프로그램이었던 청춘FC가 괜히 반향을 일으킨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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